서울 은평구의 한 아파트가 경매에서 6700억 원이라는 터무니없는 가격에 낙찰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응찰자가 6억 7000만 원을 쓰려다 실수로 숫자를 잘못 적은 것으로 추정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은평구 진관동 은평뉴타운 전용 85㎡ 매물이 최저 입찰가(6억 4000만 원)의 1000배가 넘는 금액에 낙찰됐다. 같은 날 동일 면적의 다른 매물은 6억 8000만 원에 정상 낙찰되었다.
응찰자는 6억 7000만 원을 써내려다 실수로 6700억 원을 적은 것으로 추측된다.
이 매물은 지난달 15일 한 차례 유찰됐고, 감정가의 80% 수준인 6억 4000만 원에 다시 나왔다.
낙찰자는 경매계약을 포기할 것으로 보인다. 계약을 포기하거나 잔금을 납부하지 못하는 경우 최저입찰가의 10%인 입찰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없다. 차 한대 값에 달하는 6400만 원을 허공에 날릴 처지가 된 것이다.
숫자 입력 실수로 보증금을 날리는 사례는 종종 일어난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수도권 경매 매물 중 낙찰가율 500%를 기록했던 경매건수는 총 8건이다.
지난 6월에도 경기도 화성시 소재의 한 아파트가 감정가의 806.6%인 31억 6999만 원에 낙찰됐다.
이는 한글이 아닌 숫자를 수기로 입찰표에 기재하는 것이 익숙지 않아 발생한다. 입찰표를 처음 작성하는 경매 초보자들 사이에서는 종종 있는 일이다.
업계에 따르면 해당 입찰 참여자는 현재 '매각불허가'를 법원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실수로 입찰표를 잘못 써서 제출한 경우는 매각불허가 사유로 인정되기 어려워 구제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입찰가를 터무니없이 제시해 경매 진행을 방해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초보자들이 가격을 잘못 적어내는 경우는 종종 있는데, 6700억 원을 입찰표에 써내는 경우는 정말 드물다”며 “당연히 잔금 납부는 불가능하고, 아마 이후에 다시 경매가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