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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공감칼럼] 다리 밑에서 주워 온 아이

칼럼니스트 신종근

등록일 2025년01월01일 13시37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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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주 : 어설픈 제 글을 읽어주시고 2024년도에 함께하여 주신 많은 분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2025년에도 어렵다고 하지만, 국내외 환경으로 그동안 처참하게 다져진 바닥을 딛고, 경기가 조금씩 상승할  것이라 믿으며, 길면 삼 년 짧으면 일 년입니다.

건강하시고 즐거운 시간들이 함께하길 기원합니다.

 

 

낙엽 지는 가을부터 추운 날 늦게까지 꽃잎을 피운 국화꽃들이 사계절을 올곧이 보내며, 눈바람에 흩어지고 겨울은 깊어 간다.

 

'꽃잎이 떨어져 바람인 줄 알았더니 세월이더라.'

 

2024년 시계 소리도 똑딱똑딱 멀어져 간다.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선운사에서' 시 구절이 여운을 남긴다.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언젠가도 그랬던 것 같기도 했던가 유달리 시끄럽게 정치 경제가 혼란스럽던 2024년을 보내고, 새로운 2025년을 맞이한다.

보낼 건 보내야지 잊을 건 잊어야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만하면 굶지 않고 먹고살고 있음에 감사할 줄도 알아야 하는 데는 옛날이야기가 되어 가고, 

지금은 겨우 만족할까 말까 하다가도 불만들이 산더미같이 커지는 시절이다.

그래도 대부분이 옛날보다는 조금 더 잘 살고 있는듯하다.

 

 


 

 

 

내 어릴 때는 공굴다리 밑에서 주워 온 놈들이 수두룩했다는데, 이제는 그 공굴다리가 뭔지 아는 사람도 별로 없다.

예전에 못 살던 시절에, 큰 다리 밑에 물이 흐르지 않는 가장자리 부근에는 어김없이 다리를 지붕 삼아 거지들이 얼기설기 바람막이를 하여 놓고 살았다.  새로 난 큰 길 신작로 낮은 지역이나 냇가에는 콘크리트로 다리를 만들어서 튼튼하였고, 콘크리트가 일본식 발음의 영향을 받아서 공구리가 되어서 공굴 다리로 불렸다.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까지도 공굴 다리 밑에는 거지 어른들과 아이들이 많이 보이곤 하였다.

어릴 때  우리 집에서도 부모님 말을 잘 듣지 않으면 '너는 공굴 다리 밑에서 주워 왔는데 다시 거기 보내버린다'라고 부모님께서 겁을 주곤 하였다. 그래서 가끔 공굴 다리 밑에서 살고 있는 아이들을 만나면, 나도 원래 저기서  같이 살았던가 하는 생각도 했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공굴 다리가 아니더라도 일반적으로,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고, 바뀌어 불리기도 했다.

 

그때에도 도시에서 잘 살던 사람에게는 실감이 오지 않을 수도 있는데, 도시 변두리 지역에 공굴 다리 집들이 많았다.

지금은 그 다리가 그 다리로 이해하지 못하는 시대로 바뀌었고, 추운 겨울날에 남의 집에 밥 얻어먹으러 나서던 사람들은 없어진듯하지만, 이 시대에도 무료급식소의 줄은 줄지 않고 오히려 길어가고 있다.

먹고사는 문제는 인간사의 최우선 순위 본능이다.

 

'문디 콧구멍 마늘 빼 묵는다'라는 말이 있다. 한센병 환자가 살을 덜 썩게 하려고 콧구멍에 끼운 마늘까지 빼먹는 파렴치한 인간을 말할 때 쓰는 표현이다.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에 심심찮게 나오지만 옛날 내 어릴 때도 종종 듣던 말이다.

그런 것조차 뺏어 먹어야 하니 얼마나 악랄한 사람도 많았겠는가.  그러나, 굶어죽지 않기 위한 몸부림의 일환이었다고 좋은 의미로 보면, 먹고살기 위하여 물불을 가리지 않고 악착같이 살아온 부모님 세대가 지금 이 세대가 이만큼이나 먹고살도록 만들어 놓은 것은 아닐까 싶다.

 

요즘 세대에 누가 굶어 죽는 문제를 이야기하겠는가라고 하고,  문화가 없는 동물의 세계 같은 원초적인 본능의 단계 같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도 먹고 살 돈이 없어서 생을 마친 사람들이 있다. 

건강을 위하여 운동하는데 그것도 먹고사는 바탕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즉, 건강하게 잘 사는 것이 예나 지금이나 인생살이 기본 중에 기본이다.

 

 

 


 

 

법구경에 '건강은 최상의 이익이다'라고 하였으며, 매슬로우 인간의 욕구 5단계에서도 기본 바탕이 기아, 갈증에 대한 생리적 욕구의 해결이다.

두 번째 단계가 육체의 위험 회피, 안전에 대한 욕구이며 세 번째가 대인관계, 소속, 애정에 대한 욕구이며 그 상위 단계가 자기 존중과 사회적 인정 욕구이며, 최고 상위 단계가 자아실현의 욕구를 달성하는 것이다.

 

공굴 다리 밑에 살면서 바가지 들고 남의 집에 밥 얻어먹으러 다니는 것이나 문둥이 콧구멍 마늘 빼먹을 만큼 악착같은 생의 본능이 살아 있다면 그냥 죽지는 않겠지만, 무슨 그런 케케묵은 쉰내 나고 고리타분하게 이야기를 하는가 하겠지. 인생살이는 힘들 때가 많다. 살다 보면 때로는 냄새나는 하수구에 빠져서 기어 나와야 할 때도 있다.

 

초한지에 나오는 한신은 아녀자에게 밥을 얻어먹으며 “훗날 부인에게 반드시 보답하겠소”라고 약속했다. 그러자 부인은 “스스로 밥도 못 먹고 다니는 꼴이 불쌍해서 밥을 줬을 뿐인데 무얼 바라겠는가? 그래도 대장부라면 마땅히 뜻을 세워야지"라며 충고를 주었다.

 

한번은 성 안의 건달들이 칼을 차고 다니는 한신을 비웃으며 “죽음을 각오할 수 있으면 그 칼로 나를 찔러라. 못하겠다면 내 가랑이 사이로 기어 나와라”라고 모욕을 주었다. 한신은 허리를 굽혀 그 가랑이 사이를 기어 나왔고 모든 사람들이 그를 비웃으며 겁쟁이라 여겼다. 가랑이 사이를 지나가는 치욕을 참아 목숨을 부지하여 과하지욕(袴下之辱)이라는 유명한 고사 성어로 남게 된다.

 

한신은 젊었을 적엔 무능력한 인물로 취급받았지만, 무수한 군공을 세워 유방에게 천하를 안겨주고 자신은 제(齊) 왕과 초(楚) 왕의 자리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찰리 채플린이 그랬다. 거리를 두고 바라보면 빛나는 인생일지라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힘겨운 인내로 가득하다는 뜻이다.

 

최근의 베스트셀러 책  '퓨처 셀프( Future Self)'에서 인상적으로 기록된 글을 인용하여 본다.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미래의 내'가 현재로 여행을 왔다고 상상하여 보면, '현재의 나'의 모습을 본 '미래의 나'는 과연 어떤 말을 하고 싶을까?

미래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

 

작년까지의 실패와 고통은 축적된 실력이 되어 2025년에 새로운 성장의 기회가 되니 자신에 대한 인식과 확신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꾸준하게 실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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