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바이처 박사가 선교하기 위해 아프리카로 가서 병원을 지을 때, 막일을 하느라 힘들어서 옆에 있던 한 청년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러나 그 당시 지식인들은 힘든 노동을 꺼려 했고, 그 청년은 “저는 배운 사람으로서 그런 일은 할 수 없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이에 슈바이처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도 자네만 할 때는 그렇게 생각했다네. 그러나 더 배우고 나니까 이젠 아무 일이나 다 하겠더군.”
한때 회사를 그만두고 이곳저곳 세상 구경하듯 돌아다닌 적이 있다. 그때 지인으로부터 소개받은 어떤 사람이 있었는데, 하얀 털 뭉치 같은 것을 손에 들고 와서 이게 노루궁뎅이 버섯이라고 한다. 그런데 실제 노루 궁뎅이는 어떻게 생겼을까 갑자기 관심이 갔다. 사슴과 고라니 궁뎅이 하고 뭐가 다를까.
찾아보니 노루 궁뎅이에는 하얀 부분이 있는데 그 모양이 노루 궁뎅이 버섯과 비슷하다. 궁뎅이 버섯이라는데 자세히 보니 하얀 털북숭이 같이 생겼다.
중소기업의 대표였던 그는 어느 날 한순간에 신용불량자가 되고 다른 사람의 버섯농장에 더부살이로 취직하여 잡역 인부 노릇을 하면서 각고의 노력으로 버섯 재배를 배웠다. 그래서 만든 그의 생산품이 노루궁뎅이 버섯과 표고버섯의 고가품인 백화고, 흑화고와 표고이면서 송이버섯처럼 생긴 송이고 등이다.
나도 그와 같이 농장에서 며칠 동안 품앗이하면서 일반 표고버섯을 백화고로 만드는 방법을 배웠는데 소중한 경험이었다.
참고로 자연산 노루궁뎅이 버섯은 고산지대의 나무 위에서 자라는데 찾기가 쉽지 않으며, 약효가 상당히 좋다고 한다. 그리고 백화고 흑화고는 표고버섯인데, 주변의 온도 변화로 갓에 예쁜 얼룩무늬가 생기도록 하여 상품성을 높인 것이다. 같은 송이버섯이더라도 갓의 모양에 따라 그 가격이 몇 배씩이나 차이 나는 것과 마찬가지다.
노루궁뎅이 버섯 (온라인 몰)
파산하기 전에 그의 회사는 대기업에 납품하면서 사세는 매년 확장하였고 그의 주변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매일 저녁 술자리에서는 다양한 고객들을 만나고 접대하느라 엄청난 돈을 썼다. 옆에서 보면 흥청망청이었다. 연산군의 장녹수가 흥청 출신이었는데 망청이 되었지.
그러나 그 나름대로 충분한 이유와 경영방침이 있었을 것이다. 마음씨 좋은 그는 힘든 동료 업체들도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었고, 그와 친하다는 것 하나만으로 그에게 목을 매는 많은 사람들에게 특별히 차용증도 없이 돈을 빌려주었다.
그런데 그가 납품하던 부품의 제품이 소비자들의 취향 변경과 함께 흐름이 바뀌면서 전혀 다른 제품으로 대체되어 버렸고, 새로운 제품에 대응하지 못했던 그의 회사는 한순간에 주저앉게 되었다. 그러면서 급격하게 자금 사정이 나빠져서 부도가 났다.
돈을 빌려주었던 지인들에게 구걸을 하다시피 하여도 하나도 되돌려 받지 못하고 신용불량자가 되었으며, 그에게 간 쓸개 다 빼줄듯하던 사람들은 바람에 쓸려가는 먼지처럼 사라지고, 그는 혼자 덩그러니 길바닥에 내다 앉았다.
중견기업의 오너에서 신용불량자가 된 후에 깊은 산속 시골에 가서 버섯농사를 배우기까지 그에게는 몇 번의 해일이 일어나면서 돈과 인간관계의 바닥을 뒤집고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으로 휩쓸려 갔다. 매일 대기업 사람들과 함께 떠들며 쌓아 올리던 그의 욕망이 산산이 부서지며 흩어져 가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인간의 욕망을 구멍이 난 항아리에 비유하였는데 적당히 새어나가면서 커져가는 욕망이 아니라 욕망 그 자체의 항아리조차 깨어져 버렸다.
대기업 임원 부서장들도 수시로 물갈이 되거나 옷을 벗고 나가는데, 마음씨 좋은 그의 인간관계가 그의 회사를 키웠다면, 마음씨 좋은 것이 화근이 되어 다시 그의 회사를 망하게 하였다고도 볼 수 있다.
절제가 필요하였다.
'절제의 기술' 저자 스벤 브링크만은 '행복은 인생에서 불필요한 것들을 덜어 내는데 달렸다'라고 하며 우리를 행복으로 인도하는 것이 욕망이 아니라 절제라고 말하면서, 진정한 행복은 절제에서 나온다라고 하였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워런 버핏의 인생 원칙이 “내 삶을 이끈 진짜 힘은 절제에 있다”라고 했다.
아주 큰 능력자라고 생각하는 어떤 사람을 완전히 믿으면 완전히 성공하든지, 완전히 망하든지 둘 중에 하나다. 한편 그것은 나의 재산인 기업을 별로 책임의식을 갖고 있지 않은 다른 사람에게 맡겨 둔 것이나 다름없다.
현시대는 다양한 선택지와 유혹이 가득한 세상이지만, 정말 중요한 몇 가지를 선택하고, 거기에 지속해서 마음을 기울이고 공부하여 자신의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세상에 성공 법칙이라는 책은 엄청나게 많다. 성공 법칙을 키워드 검색하면 온갖 종류의 성공들이 쏟아져 나온다. 요즘 자주 보이는 것으로는 일론 머스크의 '열 가지 성공 법칙'도 있고 세스 고딘(비즈니스 전략가), 마셜 골드스미스(경영 컨설턴트), 숀 아처(행복학의 권위자) 등 세계 경영인들이 극찬한 책이라는 잭 프리드먼의 '성공하는 사람이 믿고 따르는 5가지 절대 법칙'도 있다.
그대로 따라 하면 성공하는 것인가?
그것이 어떤 것인지 공부하고 따라 하는 노력이라도 하여야 내게 맞는 방법으로 체화되어가며, 그런 과정이 필요하리라고 생각한다. 은연중에 내가 믿고 싶은 것만 하면 크게 도움이 되지 않거나 되려 위험한 선택이 될 수 있으니 반대 의견도 같이 확인하여 보는 노력도 필요하다.
바닥에서 다시 시작하는 겸손한 자세로 공부를 하면서 노루궁뎅이와 표고버섯 재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그 사람은 이제 버섯 재배기술이 그를 지켜 줄 재산이다. 한때 중견기업의 대표였던 그에게 너무나 작고 사소한 것일 수 있어도, 소소한 행복이 큰 기쁨으로 이어진다.
겸손한 마음으로 항상 배우는 자세와, 논리를 갖고 관찰하면서 절제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