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첩산골 강원도 영월에 있는 한옥호텔에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화제가 되고 있다. 최근 ‘베르사유 건축상’ 호텔 부문 세계 1위에 선정되면서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는 한편 명성만큼이나 높은 숙박 요금으로 네티즌들의 이목을 사로잡고 있다.
강원도 영월 소재 ‘더한옥헤리티지하우스’가 바로 화제의 주인공이다. 관심이 쏠린 호텔의 1박 요금은 호텔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이 가능하다. 예약요금을 확인한 결과 평일 기준 비회원가로 정원 6인(침실 3개)인 ‘영월종택 1동-휴’와 ‘영월종택 2동-락’은 각 990만원, 정원 8인(침실 4개)인 ‘선돌정’은 1200만원이었다. 주말엔 요금이 각각 1100만원, 1320만원으로 올랐다. 숙박 요금은 석식과 조식, 미니바 이용이 포함된 금액이라고 호텔 측은 소개했다.
이렇게 높은 가격임에도 예약조회를 해보면 날짜별로 일부 객실 예약은 불가능해 이미 예약해 이용하려는 고객이 적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곳은 특히 지난해 12월 유네스코와 국제 건축가협회가 주관하는 <2024 베르사유 건축상>에서 호텔 부문 세계 1위에 선정 되면서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
베르사유 건축상은 매년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건축물과 디자인을 선정하는 국제적 권위의 상이다. 공항·학교·여객터미널·스포츠경기장·쇼핑몰·박물관·호텔·레스토랑 등 8개 부문에서 각각 순위를 매긴다. 더한옥헤리티지하우스는 프랑스, 바레인, 브라질 등 16개의 글로벌 경쟁작들을 제치고 세계 최우수 호텔로 선정됐다.
이번 수상으로 전통의 한옥이 현대 건축의 강력한 소재이자 유산임을 증명하게 됐고 한옥의 독창적이고 간결한 미학을 전 세계에 각인시켰다. 또한 한옥의 시공력과 문화 공간으로써의 국제 경쟁력을 입증하는 계기가 됐다.
더한옥헤리티지하우스는 연면적 1만 6332㎡ 규모의 리조트형 한옥 호텔로 2023년 문을 열었다. 핀테크 솔루션 업체인 코나아이의 조정일 회장이 1800억원을 투자해 설립했다.
호텔은 영월 읍내에서 차로 15분가량 굽이굽이 돌아 들어가야 찾을 수 있는 두메산골에 자리 잡고 있다. 남한강 지류인 서강이 휘감아 돌아나가는 땅 위에 지어졌다.
영월이 품은 대자연 숨결을 그대로 담아내려 높고 낮은 땅의 생김새를 그대로 살린 듯 각각의 한옥이 땅의 형세와 녹음을 그대로 품고 있다.
조 회장은 한옥 호텔을 건립하게 된 배경에 대해 “1998년 정보기술(IT) 기업을 창립해 현재 전 세계 90여개국에서 사업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본질을 고민해왔다”면서 “디지털을 다루면서 아날로그에 대한 향수를 느꼈고, 인간에게 가장 편안한 물리적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이런 열망으로 한국 전통 건축의 상징인 한옥이 주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잘 지은 우리 한옥이 얼마나 멋지고 아름다운지 입증하고 싶었다."며 "한국토종의 최상급 육송 소나무와 미국 소나무들을 7년간 건조해서 만들었다"고 밝혔다.
"국내 최고 목수들도 이 정도 프로젝트는 해본 적 없다더라"고 했다. 더한옥은 지하 2층~지상 2층에 이르는 연면적 1만6332㎡ 규모 리조트형 호텔이다. 2021년 착공해 2025년 1단계, 2027년 2단계 준공이 목표다. 이미 지은 일부 동들은 2023년부터 8월부터 회원제로 운영되고 있다.
조 회장은 "총사업비 1800억원대 프로젝트"라며 "국내 대목장을 비롯해 목수 18명이 참여 중"이라고 했다. 이어 "2025년 1차로 11개 한옥을 완성하고, 2차로 2027년까지 20개 한옥을 완성할 계획"이라고 했다.
더한옥 A동으로 들어서면 실내 곳곳에서 은은한 소나무향부터 느껴진다. 나무를 화학제품으로 접합하지 않고 전통 한옥 건축법인 결부를 통해 지었다. 각각의 목재는 미국에서 들여온 소나무를 동해와 단양, 제천에 있는 공장 네 곳에서 7년간 말렸다. 조 회장은 "소나무 건조 장비를 자체 개발해 쓰고 있다"며 "목재가 함유한 수분 값(함수율)이 일반 목재 건축물보다 10%가량 낮은 15% 이내"라고 했다.
실내에 들어서면 최영욱 작가의 달항아리, 전통 자개, 고가구 서랍장 등 전시품을 두루 만날 수 있다. 중층각이라는 계단형 갈빛 통로를 지날 땐 창문 바깥으로 보이는 풍경이 절경이다. 창 너머 자연을 입체적으로 느끼는 동시에 센서로 작동되는 오브제 조명이 편안함을 준다. 전통 한옥과 사물인터넷(IoT)의 결합이다. 조 회장은 "베르사유 궁전의 복도가 아름답듯 중층각을 통해 한옥의 복도를 아름답게 표현해봤다"고 했다.
"자연과의 어울림에 중점을 뒀다. 대청마루의 경우 담장을 눈높이에 맞게 낮췄다. 대청마루에 앉아 영월의 명소 선돌을 바라볼 수 있게 했다. 기와 역시 한 장 한 장 온도를 다르게 구운 다양한 색상으로 사계절 변화하는 산과 어우러지게 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옥의 진정한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최적의 장소를 찾기 위해 대한민국 전역을 탐사하다가 자연 풍경이 사방으로 펼쳐진 영월에서 완벽한 터를 발견했다”며 “강이 300도로 휘감아 흐르고, 겹겹이 쌓인 산이 파노라마처럼 둘러싼 이곳에 한옥을 설계해 자연의 아름다움을 어느 각도에서든 온전히 느낄 수 있도록 했다”고 부연했다.
조 회장은 “더한옥헤리티지하우스를 시작으로 뉴욕과 파리에도 한옥을 지어 대한민국의 전통 건축을 세계적인 문화적 자산으로 만들어가려 한다”며 “1000년 후에도 문화적 자산으로 남기기 위해 앞으로도 끊임없이 도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더한옥 대표로서 영월군과 함께 우리 한옥의 문화적 가치를 알리는 데 앞장설 계획이다. 숙박만 제공하는 게 아니라 예술작가와 교류 프로그램, 문화전시장, 스파, 실내 수영장, 야외 연회장 등으로도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조 회장은 "강원도 영월군을 대표하는 국내 최고의 명소 휴양지로 거듭나게 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