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경제적으로 자립할 나이가 됐지만 독립하지 않고 부모에 의존해 살아가는 ‘캥거루족’이 세계 곳곳에서 빠르게 늘고 있다. 이 중 한국이 OECD 국가 중 ‘캥거루족’ 비율 1위를 차지했다.
2022년 기준으로 부모에게 얹혀사는 한국의 20대 비율은 81%로 자료가 집계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가운데 1위다. OECD 평균(50%)의 1.6배에 달한다. 캥거루족은 집값과 생활비 상승 등의 비용 문제를 회피하기 위해 부모님과 함께 산다는 것이 특징이다.
취업난이 심해지는 것도 이유다. 지난 16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5~29세 취업자들이 대학 등 최종 학교를 졸업한 후 첫 직장을 얻기까지 걸린 기간이 평균 11.5개월이다. 작년에 비해 1개월 정도 늘었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4년(9.5개월) 이후 역대 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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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이 되지 않아 부모님과 함께 사는 경우도 있다. 3년 이상 취업 장수생이 23만8000명으로 조사됐다. 전체 미취업자의 20%에 달한다. 또한 ‘그냥 쉬거나 놀았다’는 미취업자 역시 30%가 넘었다.
황광훈 한국고용정보원 부연구위원이 지난달 발표한 ‘청년패널조사로 본 2030 캥거루족의 현황 및 특징’ 논문을 보면 국내 25~29세의 캥거루족 비중은 80% 내외였다. 30~34세 캥거루족 비중은 2020년 53.1%로 이보다 적은 듯 보이지만, 2012년(45.9%) 대비 7.2%포인트나 증가해 캥거루족 증가를 주도했다.
한국뿐 아니라 다른 국가도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 내 18~24세 응답자 중 부모에게서 경제적으로 독립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1980년 32%에서 지난해 16%로, 절반으로 줄었다.
최근 10년간 성인 자녀를 부양했다는 미국 부모의 응답률은 2013년 30%에서 지난해 60%로 늘었다. 일부 부모 응답자는 자녀와 함께 사느라 한 달 평균 1400달러(약 193만원)의 비용이 들었다고 밝혔다.
세계 곳곳에서 캥거루족 증가 현상이 벌어지는 사이 부모 세대가 노후 준비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황 부연구위원은 “부모 세대의 경우 노동 시장 은퇴 시기가 다가오는 중요한 시점에 자신들의 노후 설계와 준비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지 못하게 되고, 자식의 경제적 기반을 위해 시간적 비용적 노력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을 겪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