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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공감칼럼] 깨가 서말, 열려라 참깨 !

칼럼니스트 신종근

등록일 2024년09월04일 19시17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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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9월이 되면서 생각나는 수산물은 전어다. 남해안 일부 지역에서 전어축제는 7월부터 시작하기도 하는데 대부분이 8월 말부터 9월에 절정이고 태풍이 부는 철이라 지역마다 조금씩 날짜 조정은 있다.

가을철 전어는 전어의 지방 함유량이 다른 계절에 비해 많다. 4~6월에 태어난 전어는 겨울을 나기 위해 7월 중순부터 지방량을 늘리기 시작해 9월에 절정에 이른다. 살이 올라 지방함량이 높아진 전어는 그 기름진 맛과 특유의 고소한 맛 덕분에 가을 전어라는 명칭을 얻으며 인기가 있다.

가을 전어는 깨가 서말이나 들었다고 할 만큼 고소하기로 유명하고 ‘가을 전어가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한다’는 속담도 전어구이의 고소한 향을 강조한 말이다.

조선 정조 때 실학자인 서유구는 〈난호어목지>라는 우리나라 생선 도감에서 “신분의 높고 낮음을 떠나서 모두 좋아하므로 사는 사람이 돈을 생각하지 않고 사기 때문에 전어(錢魚)라고 부른다"라고 나온다.

 

그런데 그 시절에는 집 나간 며느리가 많았던 모양인데 왜 집을 나가고, 어디로 가는지, 그러다가 전어 굽는 냄새 맡았다고 집으로 다시 돌아오는지 사실 궁금하다.

가을 전어 이야기 나오면 온통 집 나갔다가 돌아온 며느리 이야기다.

‘전어는 며느리 친정 간 사이 문 걸어 잠그고 먹는다’라는 속담도 마찬가지로 며느리하고 원수진 일 있는지 전어를 며느리에게 주기 아깝다는 것이다.

며느리는 흥미로운 존재인 듯 옛사람들은 식물 이름조차도 며느리 이름이 얄궂게 달린 것으로 며느리밥풀꽃, 며느리배꼽, 며느리밑씻개 등으로 불렀다.

 

옛날 며느리 이야기도 그렇고 가을 전어는 '깨가 서말이다'라고 했는데 요즘 사람들이 듣기에 실감 나게 그 의미가 와닿을까 약간 의문스럽다.

매년 하도 그렇게 떠드니까 뭔가 전어 철이 오기는 왔고 그때 먹었던 전어들이 생각나게 된다.

전어 따라다니는 며느리는 무슨 도깨비 같은 이야기로 느껴졌는데 이제는 전어 철이라는 브랜드 상표로 인식하게 된다.

 

 


 

 

깨가 서말이라면 어느 정도인지 모르는 사람도 있을 것 같기도 하지만, 신혼부부에게 인사할 때 쓰는 '깨가 쏟아진다'가 생각난다.

'깨가 쏟아진다'라는 의미는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과 오붓하거나 아기자기하게 재미가 있어 보이는 상태를 지칭할 때 쓰이는 말이다. 지금은 오붓한 신혼부부를 상징하는 용도를 제외하고는 잘 사용되지 않는 표현으로 `깨가 쏟아진다'라는 사전적 의미는 `몹시 아기자기하고 재미가 나다'로 되어 있다.

보통 신혼부부의 생활을 부러워하며 많이 쓰는 표현이기도 하다. 그러나 농부들에게 이 말은 조금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시골에서 농사 지어본 사람들은 알지만 참깨밭에 깨가 익을 대로 익었을 때 제때에 수확하지 않으면 깨가 쏟아져 내려 큰일이 난다.

깨를 벨 때는 완전히 익은 깨가 쏟아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베어내야 한다. 아차 하면 우수수 깨가 밭에 쏟아지고 워낙에 작아서 손으로 주울 수도 없다.

깨 수확을 할 때에 조심하지 않고 깨를 베다가는 힘들게 지어놓은 깨 농사를 망칠 수 있다.

참깨 수확 시는 통상 조금 덜 익은 참깨를 낫으로 벤 다음 단으로 묶어세워서 잘 말린다. 그러면, 마르면서 익기 시작하고 씨방이 벌어진 참깨 가지를 거꾸로 세워서 나무 막대기로 치면 참깨가 말 그대로 우수수 쏟아진다.

살짝만 건드려도 깨가 쏟아지는 큰 결과물이 나오게 되므로 성취감과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참깨 농사를 짓는 곳이 많지 않고 농사를 짓는 인구 자체가 줄어가고 있기 때문에 깨를 터는 즐거움을 아는 사람이 줄어드니 그 표현에 실감을 잘 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말로 깨소금을 볶는다, 깨를 볶는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깨의 고소함에 중점을 둔 표현이다.

 

그런데 깨라고 이야기하면 삼겹살집이나 횟집에서 주는 깻잎과 구분이 헷갈리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참깨가 있고 들깨가 있고 먹을 수 있는 깻잎은 들깨 잎이고 참깨 잎은 먹지 않는다.

전 세계적으로 참깨는 그 씨앗을 흔하게 먹지만 들깨를, 그것도 잎을 생으로 먹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어떻게 보면 세계적으로 인기가 있지만 한국에서는 그다지 즐기지 않는 고수와 정반대의 입지를 가진 식물이다.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 특히 일부 외국인들에게 깻잎의 향과 맛은 낯설고 힘들다. 많은 한국인들이 태국이나 베트남, 중국에 가서 고수를 잘 못 먹는 사람이 있듯이 깻잎도 처음 겪는 사람에게는 힘들 수 있다는 점에서는 고수와 비슷하다.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은 깻잎을 보통 고깃집에서 많이 접하게 되는데, 이때 옆에서 안내해 주는 한국인이 깻잎을 'sesame leaves'라고 소개하는 경우가 많다. 소개하는 사람이 누구든지 간에 다들 sesame leaves라고 번역하곤 하는데 실제로는 perilla leaves라고 해야 한다.

참깨와 들깨를 구분하지 못하여 생기는 오류다.

 

들깨의 이름은 야생으로 자라는 깨라고 들깨라 불린다. 조선시대 들깨를 들깨 임 자나 삼 마자로 기록했는데 전남의 임자도라는 섬은 예부터 이 섬에서 들깨가 많이 생산되어 임자도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참깨와 들깨는 원산지도 다르고 원래부터 다른 종이기에 참깨와 들깨는 당연히 모양도 성질도 조금씩 다르다.

우리가 쌈이나 장아찌로 즐겨 먹는 깻잎은 들깻잎이다. 참깨의 잎은 긴 타원형으로 가늘고 끝이 뾰족하다.

 

 

 두산 지식 백과
 

 

일반적으로 음식에 양념으로 사용하거나 기름을 짜는 깨는 참깨의 씨앗이다. 참깨는 흰색, 노란색, 검은색이 있는데, 이중 검은색의 참깨는 흑임자 또는 검은깨라 부른다. 참깨는 볶아서 통으로 먹거나, 가루로 빻아 깨소금을 만들어 먹는다. 고소한 맛과 향을 가진 참기름은 잘 변하지 않아 널리 이용되고 있다.

 

특유의 강한 향을 자랑하는 들깨는 씨앗이 둥근 모양의 갈색 종이 재배되고 있다. 들깨 역시 참기름처럼 볶아서 양념으로 사용하거나 기름을 짜서 먹는다. 통 들깨는 씹는 맛이 좋아 밥이나 샐러드 등에 넣어 먹어도 좋지만, 보통은 가루로 만들어 사용한다.

순댓국이나 감자탕 등에 들어가 고소함과 특유의 향을 더하는 것이 바로 들깻가루다. 들깨는 참기름보다 고소한 맛과 향이 강하다. 하지만 들깻가루와 들기름은 산패하기 쉬워 오래 먹으려면 반드시 냉장고에 보관해야 한다.

 

한편 우스운 이야기로 해장국에 들깨를 넣으면 술이 덜 깬다고, 동음이의어를 활용한 유머로 식물 들깨와 술이 덜 깨의 발음은 비슷하지만 뜻은 다르다.

인터넷에 떠도는 들깨의 폴리펩타이드가 알코올의 분해를 방해한다는 얘기는 잘못된 정보다.

 

들깨와 똑같은 모습인데 들깨의 변종으로 잎과 줄기의 색깔만 보라색인 차조기가 있다. 자소엽, 자소, 소엽이라고도 한다. 일본 요리의 재료로 자주 사용된다.

한국의 깻잎과 비슷하지만 향이 강하고 익숙하지 않은 재료라 잘 못 먹는 한국인이 많다. 일본에 가서 요리를 먹었는데 맛이 이상했다고 느껴진다면 십중팔구 차조기가 들어간 경우다.

일본의 우메보시의 빨간 색깔은 매실 본래의 색이 아니고 차조기 잎을 넣어서 물을 들인 것이다.

고등어를 비롯한 등 푸른 생선류의 회와 궁합이 좋기 때문에 초밥 재료로도 자주 쓰인다. 일식집에서는 플레이팅을 할 때 밑에 까는 용도로도 자주 사용된다.

차조기 꽃과 잎을 튀겨 먹으면 향이 특이하다. 들깨도 꽃과 잎을 모두 튀겨 먹으니까, 들깻잎을 먹지 않는 지방에서는 차조기에 맛 들였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들깨같이 생겼는데 보라색인 잎들을 그냥 같이 수확해 쌈을 싸먹기도 한다.

 

참깨는 예전에 국내산이 다른 나라 대비하여 워낙에 비싸서 밀수가 많았는데 지금 그때 뉴스를 보니 옛날 이야깃거리다.

아래에 1999년 4월 26일 저녁 9시 뉴스 중에 일부 내용이다.

 

⊙ 최재훈 기자 : 밀수입하다 적발된 중국산 참깨입니다. 이번에 적발된 중국산 참깨는 90여 톤으로 시가 4억 5천만 원 상당입니다. 컨테이너 6개의 입구 절반은 목화씨로 위장하고 안에는 참깨를 숨겼습니다. 이 중국산 참깨는 국산 참깨와 비교했을 때 가격이 4~5배 정도 차이가 나기 때문에 밀수가 더 극성을 부르고 있습니다. 또 참깨는 정해진 수입량을 넘길 경우 700%까지 관세가 부과되기 때문에 밀수가 극성입니다.

 

그 당시에는 한국 내 참기름 값이 비싸서 일본 여행 갔다가 귀국할 때에도 일본 공항에서 참기름 큰 것으로 한 통을 사들고 들어오기도 했다.

 

 


 

 

참깨는 재배 역사가 적어도 기원전 35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갈 만큼 매우 오래되었는데 이는 참깨가 날씨의 영향을 잘 받지 않는 작물이기 때문이다. 비가 많아도, 가물어도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데, 이런 작물이 농사짓기 힘든 기후대의 농부에게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사람이 먹는 부분은 참깨 씨앗으로 이를 짜내 참기름으로 쓰거나, 볶거나 으깨서 깨소금 같은 조미료로 사용한다. 또한 참기름을 짜고 남은 깻묵은 사료나 비료로 이용된다.

 

참깨 농사를 직접 지어본 사람 외에는 보기 힘들지만 참깨가 익어갈 무렵 밭에 가보면 색깔이 화려하고 괴물같이 큰 애벌레를 만날 수도 있다. 깻망아지, 깨벌레로 불리는 박각시 애벌레로 약 5~8cm 크기까지 자란다. 가물치나 메기 등 민물낚시용 미끼로 쓰인다.

 

참깨가 나오는 이야기 '열려라 참깨'는 천일야화 중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 이야기에 나오는 주문이다. 도둑들이 보물을 숨겨둔 동굴 문 앞에서 이 주문을 외우면 문이 열린다. 문 여는 주문의 대명사쯤 되며 이 말 자체가 숱한 창작물에서 유사하게 사용되고 있다.

알리바바의 형 카심은 동굴에 들어갔다가 보물들에 눈이 멀어 지나치게 많이 가져가려고 하는 바람에 그만 주문을 까맣게 잊어버려서 나올 때 주문 중 '참깨'를 잊어버리는 바람에 일단 생각나는 대로 들깨, 보리, 콩, 쌀 등 온갖 곡물들을 불러봤지만 끝내 정답인 참깨를 기억해 내지 못해 동굴에 갇혔다가 도둑들에게 들통나서 살해당했다.

 

왜 하필 암호가 '참깨'인가에 대해 여러 가지 속설이 많은데 내 생각의 한국 방식으로 참깨의 앞 글자를 따서 참 깨어난 선택을 한 암호라고 생각한다. 그럴 리가 없겠다고 뭐 그렇다고, 꼭 상세하게 알고 싶으면 그 근원은 찾아보면 된다.

 

열려라 참깨!

 

나도 외쳐본다. 뭐가 열릴까.

매일 아침을 열면서 빌 게이츠가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듯이 말한다는 문구가 생각난다.

 

오늘 아주 좋은 일이 생길 것이다.

나는 뭐든지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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