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소득이 똑같더라도 국민연금만 받는 경우와 기초연금과 함께 받는 연금소득세 차이가 무려 4배까지 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연금소득세 과세 대상인 국민연금과 달리 기초연금은 비과세 대상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으로, 연금소득 간 과세 불공평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14일 국민연금연구원의 '연금포럼 2024년 여름호'에 실린 '연금소득에 대한 과세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조세 체계상 연금 보험료 납입 단계에서는 세금을 내지 않지만, 연금을 받을 때는 소득세를 내야 한다.
연금소득을 근로소득, 사업소득, 이자소득, 배당소득 등과 모두 합산해 누진세율에 의해 종합적으로 과세하는 방식이다.
연금소득이란 과세기간 발생한 소득 중 공적연금 소득과 사적연금 소득을 총합한 액수를 의미한다. 다만 '연금소득에서 제외되는 소득'과 '비과세소득' 등 일정 금액은 제외된다.
국민연금에 대해선 과세가 이뤄지는 반면, 기초연금은 연금소득에 포함되지 않아 별도 소득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여기서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간 과세 불공평 현상이 나타난다.
2023년을 기준으로 월 104만 원(연간 1248만 원) 전액을 국민연금 노령연금으로 받는 70세 A 씨의 경우 연금소득세는 연간 23만 9040원이다.
총연금액에서 연금소득공제와 70세 이상에게 적용되는 고령자 인적 공제액(연 250만 원)을 제외한 후 종합소득 과표상 6%의 세율을 적용하면 이같은 값이 나온다.
반면 똑같이 월 104만 원을 받지만 국민연금액은 72만 원(연 864만 원), 기초연금은 32만 원(연 384만 원)을 받는 70세 B씨의 경우 총 내야 하는 연금소득세는 5만 4720원에 불과하다.
B씨는 기초연금 수령액은 전액 제외한 국민연금 864만 원에 연금소득공제와 인적공제와 6% 세율을 적용받기 때문이다.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수급자 간 형평성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국민연금 연금액은 실질가치 보전을 위해 매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반영해 증액되는데, 소득세율은 그대로여서 국민연금 수급자의 가처분 소득이 줄어드는 문제가 발생한다.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6%로, 국민연금을 월 104만 원 받았다면 올해는 약 108만 원(연 1293만 원) 받는다.
그러나 산출세액도 약 24만 원에서 26만 원으로 9.02% 늘어나므로 가처분연금액은 물가 상승률에 못 미치는 3.49%만 증가한다.
과세 부담이 없는 기초연금은 물가가 오른 만큼 전액 가처분소득이 되는 것과 비교된다.
보고서를 집필한 성혜영 국민연금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을 성실하게 납부했으나 낮은 연금을 수급하는 자와 기초연금을 수급하는 자와의 형평성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공적연금은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지급하지만 소득세 부과 기준은 이를 고려한 것이 아니므로, 가처분소득의 상승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문제가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