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택 서민을 위한 ‘디딤돌대출’ 갑작스런 규제에 일선 혼란이 커지자 국토교통부가 디딤돌 대출 규제를 잠정 유예를 선언했다.
1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국토부는 오는 21일 시행 예정이던 디딤돌 대출 규제를 잠정 유예하기로 했다. 문 의원은 “유예 조치를 환영한다”면서도 “궁극적으로 정책 대출에 대한 규제 철회까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토부는 최근 디딤돌 대출을 취급하는 은행들에 대출 취급을 제한하라는 지시를 슬쩍 내렸다. 은행들은 이에 황급히 지시를 따랐다. 그간 생애 첫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 디딤돌 대출은 LTV 80%까지 인정했지만 앞으로는 일반 대출자와 마찬가지로 70%로 줄이기로 했다.
또한 기존에는 주택금융공사 보증에 가입하면 소액 임차인을 위한 최우선변제금(서울 5500만원)도 포함해 대출해줬지만, 이를 대출금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이른바 방공제 면제 취소다. 아직 등기가 되지 않은 신축 아파트를 대상으로 한 ‘후취 담보 대출’은 아예 중단하기로 했다.
하지만 후폭풍이 거셌다. 디딤돌 대출은 애초에 연소득 6000만원 이하인 무주택 서민들이 5억원(신혼 6억원) 이하 주택을 살 때 최대 2억 5000만원(신혼 4억원)을 저금리로 빌리는 상품이다. 쉽게 말해 무주택 서민을 위한 정책 대출인 셈이다. 이를 어떠한 공지 없이 슬쩍 바꾼 셈이라 반발이 거셌다.
결국 국토부는 18일 이를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일단 대책을 추가로 만들라고 했고 우리도 고민하는 상황”이라며 “그 사이 시행되면 안되니 일단 지켜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권 관계자도 “의원실과 정부로부터 디딤돌대출 취급제한 축소조치 잠정 중단 통보를 받았다”면서 “이후 절차는 상의해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토부가 갑자기 디딤돌 대출을 조이고 나선 배경엔 최근 전체 가계대출 증가 폭은 줄었지만, 정책대출 증가세는 여전히 꺾이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은 5조2000억원 증가, 8월 증가 폭(9조7000억원)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그러나 국토부의 디딤돌·버팀목 대출은 8월 전월 대비 3조9000억원 늘더니 9월에도 3조8000억원 증가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관계 부처와 협의 끝에 소득 기준이나 주택 가액 등 대출 대상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주택도시기금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그동안 예외적으로 허용하던 부분을 손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2014년 디딤돌 대출 출시 때부터 줄곧 미등기 신축 아파트에 대출을 해줬고, 최우선 변제금 액수까지 대출 한도에 포함한 것도 9년째 아무런 문제 제기를 하지 않던 정부가 ‘기습 작전’처럼 제도를 바꾼 것에 대한 불만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 관계자는 “올해 정책 대출 목표액 55조원 가운데 이미 40조원 이상이 집행돼 더 많은 수요자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하기 위해서도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