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의대 증원 반대' 집단행동 준비…'빅5' 전공의 가세 전망
복지부 "의사집단행동 모든 수단 동원해 막을 것”
의대 증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기싸움이 극한대립으로 치닫고 있다. 의료계가 설연휴 이후 본격적인 집단행동을 예고하자, 정부는 의사 면허 취소, 의료법 위반 고발 등 법적인 조치를 하겠다며 의사들을 압박했다.
의사단체가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에 반발하면서 '총파업' 등 집단행동에 돌입하기 위한 분위기를 달구고 있다.
그동안 의료계 집단행동의 파급력을 키우는 역할을 했던 주요 상급종합병원 전공의들도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보이는 가운데, 정부 역시 의사들의 집단행동을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강경론을 펼치고 있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8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의대정원 증원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해 "정파적인 여야의 이슈가 아니라 정말로 우리 미래를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이라면서 반드시 추진해야 할 과제임을 호소했다.
지역과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 2035년까지 의사 1만5000명이 부족하다는 추계를 제시한 성 실장은 일단 2000명 정도만 늘리기로 한 것에 대해 "이번 추계에선 고령화에 따른 의료 수요 증가와 지역 의료 개선 등 임상 수요만 감안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증원되는 의사들을 양성하기 위한 교수 요원, 바이오 헬스를 이끌어 갈 임상 병행 연구의사의 필요성 등을 감안할 때 미래의 의사 수요는 훨씬 늘어날 수 있다고 성 실장은 부연했다.
미국, 일본, 프랑스, 영국 등 해외 주요 국가들이 고령화와 감염병 대응을 위해 의대 정원을 꾸준히 늘려가는 동안 우리는 의대 정원을 감소시켰음을 지적한 성 실장은 "1998년 증원된 이후 27년간 한 명도 늘리지 못했다"면서 "지역에선 의사 부족이 더욱 심각한 상황이고 의료 시스템의 붕괴는 지역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에 심각한 우려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 역시 의료인들의 집단행동에 대해 강력 대응할 것을 밝혔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8일 오후 4시께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에서 "의료인들께서는 일부 집단행동 움직임에 동요하지 마시고, 지금과 같이 환자의 곁을 지켜주시기를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박 제2차관은 "정부는 어떠한 사안에 대해서도 협의하고 대화해 나가겠다. 의료인께서 집단행동이 아닌 정부의 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시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설 연휴에도 비상진료대책상황실과 중수본을 운영하는 등 긴장감을 가지고 대응태세를 늦추지 않을 것"이라면서 "설 연휴 기간, 아픈 국민들에게 진료의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문 여는 의료기관과 약국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대면진료 경험이 없는 환자도 비대면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시행한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의료계에서 총파업에 나설 경우, 보건의료 위기단계를 '심각'으로 상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 6일 보건의료 위기단계를 '경계'로 상향하고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를 설치했다. 위기단계는 ▲관심 ▲주의 ▲경계 ▲심각 등 총 4단계로 구성돼 있다.
현재까지 총 3차례 중수본 회의가 진행됐으며 중앙과 지자체에 '비상진료대책상황실'을 설치해 의료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비하겠다는 방침이다. 복지부는 의료법에 근거해 집단 행동 및 집단행동 교사 금지 명령과 집단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내렸다.
박 제2차관은 "모든 역량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 준비하는 데 역량을 쏟고자 한다"면서 "(총파업이) 실행이 되면 심각 단계로 올려서 보다 더 강화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파업이 시행되는 의료기관은 없으며 진료는 안정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박 제2차관은 "현재 공식적으로 파악하고 있는 집단 사표 제시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박 제2차관은 "수련 병원별로 현장점검팀을 구성한 것은 사실이지만 현장점검팀을 구성한 것은 정부가 이 분들한테 위력을 행사하려는 뜻은 아니다"라면서 "집단행동을 대한의사협회(의협)에서 예고를 공식적으로 했기 때문에 대비 태세 차원에서 준비했다"고 했다.
한편 의대 증원이 비과학적이고 정치적 결정이라는 의료계의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박 제2차관은 "역대 정부에서 의사 증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증원을 하지 못한 것이야말로 정치적 고려 때문이었다"면서 "의약분업 과정에서 의사 반대에 밀려 정원을 감축한 이후 19년 간 정체했고, 그 이후로도 정치적 고려 때문에 한 발짝도 나갈 수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증원 규모는 정부 국책연구기관인 KDI와 보건사회연구원, 서울대학교 홍윤철 교수 등 국내 최고 전문가들이 연구한 결과다. 정부가 제시한 규모가 과학적이지 않다면, 과연 어떤 것이 과학적인지 되묻겠다"고 했다.
의대 정원을 대폭 늘리면 의학 교육의 질이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40개 의과 대학의 교육역량을 평가했고, 의학교육평가원의 평가인증 기준을 준수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2년의 예과 과정이 있기 때문에 보완할 시간도 충분하다"면서 "기초의학 등 각 과목별 교수를 늘리고, 필수의료와 실습교육을 내실화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의대 쏠림에 대한 우려와 관련해서는 "의대증원 2000명은 공학계열과 자연계열 정원 12만4000명의 1.6%에 불과해 쏠림이 가속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의사 공급이 늘어나면 의사 인력에 대한 초과수요가 해소돼 의대 쏠림현상이 완화될 것이다. 부족한 의사 문제가 해결되면 국민들이 제때 진료받게 되고 국민 보건이 증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의료계가 집단행동에 나설 것에 대비해 또 다른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업무 개시 명령, 면허 취소도 검토는 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지금 단계에서 이런 조치를 내린다거나 그런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검토를 하고 충분히 대비를 하고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