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군집붕괴현상'을 막고자 5개 부처 소속기관이 새로운 밀원수종 개발에 협력하기로 했다.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과 농림축산식품부 농림축산검역본부,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기상청 국립기상과학원,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등 5개 기관은 기상이변에 대응하는 새 밀원수종을 개발해 꿀벌과 생태계를 보호하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체결한다고 17일 밝혔다.
'꿀벌군집붕괴현상'은 수백만마리의 꿀벌이 집단 폐사하는 현상을 말한다. 전 세계적으로 2000년대 중반부터 보고된 현상으로 한국에서는 2022년 봄 처음으로 발생했다.
한반도 토종 꿀벌 = 국립공원공단 제공
정부는 단순한 월동 폐사로 진단했지만 농민들은 평균적인 월동 폐사 비율(20%)을 크게 넘어서는 점, 여름에도 꿀벌이 사라지는 점 등을 들어 CCD로 주장하고 있다.
2023년 5월 18일 한국양봉협회에 따르면 2023년 봄 벌 깨우기를 마친 결과 2022년 월동 과정에서 82만3188군의 벌통에서 꿀벌이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군당 약 2만 마리가 사는 것을 고려하면 2022년말과 2023초 겨울 사이 160억 마리 이상이 없어진 셈이다.
전체 양봉 꿀벌의 약 60%가 피해를 봤다. 일반적인 월동 폐사율(20%)보다 세 배 높은 수준이다. 2022년 5월경 월동 꿀벌 78억 마리가 사라진 것과 비교하면 실종 규모가 두 배 이상 커졌다.
2022년 9~11월 사이 약 100억 마리가 사라진 것까지 더하면 1년 새 한반도에서 340억 마리의 꿀벌이 사라진 셈이다. 2022년 봄 처음 꿀벌 실종이 발생한 뒤 상황이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벌이 꿀을 채취하는 밀원이 줄어든 가운데 사육 꿀통의 밀도는 전 세계 1위인 상황, 농약을 많이 쓰는 양봉 환경 등이 맞물려 꿀벌의 면역력이 급격히 약화한 영향으로 분석하고 있다.
사실상 국내에 한 종류의 꿀벌이 서식하는 것도 요인으로 꼽힌다. 주위에서 흔히 보이는 꿀벌은 서양 꿀벌이다.
한국 재래꿀벌은 2009년 발생한 낭충봉아부패병으로 42만 군에서 2016년 1만 군으로 줄었다. 불과 7년 만에 재래꿀벌의 98%가 사라진 것이다. 개량종 등을 개발했지만 여전히 3만~10만 군 수준에 불과하다. 야생벌도 25% 이상 사라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밀원수 복원에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꿀벌의 먹이가 되는 식물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정철의 안동대 교수는 “농약, 기후변화 등 환경 변화에 적응하려면 잘 먹고 건강해야 하는데 한국의 꿀벌은 밀원수 부족으로 영양실조 상태”라며 “최소 30만ha의 밀원 면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밀원수종은 벌에게 꿀과 꽃가루 등 먹이를 주는 식물 종을 말한다.
국내에선 아까시나무가 대표적인 밀원수종인데 1960~1970년대 녹화사업 때 심었던 아까시나무들이 수명을 다하면서 밀원이 크게 줄었다.
야생식물 90%, 100대 식량 작물 70%가 벌에 의존해 수분하기 때문에 벌의 실종은 인류와 생태계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