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들이 금융기관에서 받은 대출액이 올 2분기 1119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감소세를 유지하던 자영업자 대출이 올 2분기 들어 증가세로 돌아서면서 연체 차주도 13만명을 돌파했다. 금융기관 여러 곳에서 돈을 빌린 연체자 중 절반 가량은 50·60대였다. 고물가로 소비 부진과 내수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어 자영업자의 여신 건전성은 한동안 회복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19일 나이스신용평가의 ‘개인사업자 가계·사업자 대출 현황’ 자료를 보면 올해 2분기 기준 금융권에서 돈을 빌린 개인사업자는 총 336만7000명으로, 이들이 빌린 대출은 1119조3000억원에 달했다.
그간 개인사업자 대출은 지난해 3분기 1118조5000억원을 찍은 이래 감소해왔다. 경영난에 고금리 영향이 본격화하며 자영업자 수 자체가 줄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자영업자 수는 6개월 연속 감소한 572만1000명에 그쳤다. 하지만 올 2분기 돈을 빌린 자영업자 수가 3분기 만에 증가세로 전환하면서 대출 잔액도 지난해 3분기 기록을 깼다. 전체 자영업자 수는 줄었지만, 기존에 돈을 빌리지 않았던 자영업자들도 금융권에 손을 벌리기 시작하면서 차주 수와 대출 잔액이 모두 커진 것으로 보인다.
부채의 질도 나빠지고 있다. 신용정보원에 채무불이행으로 등록됐거나 90일 이상 연체한 개인사업자는 지난 2분기 13만5000명으로, 불과 1년 만에 4만2000명 증가했다. 이들 연체자들이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은 27조1000억원에 달했다.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끌어다 쓴 다중채무자 중 연체자들도 지난해 4분기 8만명(19조원), 올 1분기 8만8000명(20조6000억원), 2분기 9만3000명(21조7000억원)으로 증가 추세다. 이들 연체 다중채무자의 46%는 50·60대였고 이들이 빌린 돈은 12조1000억원에 달했다. 통상 20·30대에 비해 재취업 등 재기 기회가 적다는 점에서 12조원 중 상당액이 최종 부실화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50·60대 자영업자 중 다중채무자는 94만9000명으로 꾸준히 증가추세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부실 대출이 늘어난 것은 지난해 9월 종료된 코로나19 금융지원 영향도 있을 수 있다. 수 차례의 만기연장, 상환유예 등으로 감췄던 부실이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올라왔다는 이야기다.
자영업자 대출 부실이 심각해지면서 금융권의 건전성 관리도 시급해졌다. 이미 올 상반기 4대 금융이 회수를 포기한 추정손실액은 2조198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5% 증가했다. ‘추정손실’은 5단계로 나뉘는 여신 건전성 단계 중 최하에 해당하는 사실상 회수 불능 채권을 말한다. 금융그룹별로 보면 신한금융의 추정손실 여신이 861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8% 증가했다. 이어 우리금융(5320억원), 하나금융(3180억원), KB금융(4868억원) 순이었다.
취임 후 첫 행보로 자영업자를 만난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20일 예정된 은행 최고경영자(CEO) 간담회 자리에서도 자영업자 관련 민간 지원책을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금융위는 서민·자영업자 지원 개선방안 대책을 3분기 중 발표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