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도 국방 예산을 61조5878억원으로 편성했다. 국방 예산이 60조원을 넘어선 것은 사상 처음이다.
건전재정 기조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등 대내외 안보위협 상황을 고려해 '쓸 곳엔 쓰겠다'는 정부의 의지로 풀이된다. 국회의 심의·조정 과정이 있지만 예산이 대폭 삭감되지 않는 한 '국방 예산 60조원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27일 국방부에 따르면 정부는 다음달 2일 국회에 '내년도 국방예산'으로 61조5878억원을 편성해 제출하기로 했다. 정부가 내년도 전체 예산안에서 총 24조원을 구조조정했지만 국방 예산은 오히려 올해 대비 3.6% 늘어났다. 국방 예산은 2017년 40조원, 2020년 50조원을 돌파한 이후 처음으로 '60조원 시대'를 맞게 됐다.
국방부는 내년도 전력운영비(병력운영비·인건비·급식·피복 등)로 43조5166억원을 편성했다. 올해 대비 4.2%(1조7454억원) 늘어난 수치다. 이를 통해 병장 봉급을 150만원으로 인상하고 자산형성프로그램인 병 내일준비지원금을 55만원으로 늘렸다. 내일준비지원금은 18개월 동안 장병들이 일정 금액을 적금할 경우 우대금리 적용과 정부 지원금을 매칭해주는 비과세 적금 상품이다.
장병들은 매달 전역 전까지 적금을 넣으면 원리금 외에 최대 990만원(18개월 X 55만원)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적금 가입 여부는 장병 선택사항이고 가입 후 중도해지하는 사례 등도 있어 병장 봉급을 합산해 205만원이라고 하기엔 한계가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하사 봉급이 병장 봉급 보다 적어지는 것 아니냐'는 출입기자단 지적에 대해 "하사의 보수는 내년 봉급 월 193만3000원과 직급보조비 등 공통수당(월 80만2000원)을 포함해 최소 월 273만5000원을 받는다"며 "병장의 보수는 봉급 월 150만원만 받으며 간부들이 받는 공통수당은 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장교·부사관 등 간부 복무여건도 대폭 개선한다. 군인 가족과 초급간부 주거여건 개선을 위해 간부 주거시설 예산이 올해 5260억원에서 내년 7863억원으로 대폭 늘어난다. 이중 초급간부를 위한 노후 간부숙소 개선과 '1인 1실' 확보 예산을 6048억원, 신규 관사 확보사업에 481억원 등을 편성했다.동원미지정 1~4년차 예비군 대상 훈련참가비(4만원)와 5~6년차 예비군 대상 교통비(6000원)도 처음 신설됐다.
군 의료의 질을 향상할 수 있도록 14개 군 보건의료기관을 리모델링하거나 새로 짓기로 했다. 군의 특수외상환자를 수술하고 재활을 돕는 국군수도병원 급성기재활센터, 구리병원 국방치유회복센터 등도 신설한다. 군의관이 상주하지 않는 격오지와 해군 함정에서도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원격지료체계를 추가 도입하기로 했다.
내년도 방위력개선비는 18조712억원을 편성했다. 올해 대비 2.4%(4180억원) 늘어난 수치다. 방위력개선비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억제·대응을 위한 한국형 3축체계 전력 확보, AI(인공지능) 기반 유무인 복합체계 구축 등 첨단전력 강화를 위한 재원을 중점 마련했다.
한국형 3축체계는 △유사시 북한의 핵·미사일 시설을 선제 타격하는 킬체인(Kill Chain) △북한이 쏜 미사일을 요격하는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시 적 지휘부 등을 타격하는 대량응징보복(KMPR) 등으로 구성된다.
F-35A 등 Kill Chain 전력에는 3조2076억원을 편성했다. 장거리지대공유도무기(L-SAM) 등 KAMD 전력 보강에는 1조5326억원을 투입한다. KMPR 전력에는 특임여단전력보강을 목표로 6249억원을 배분했다. 3축체계를 지원하기 위한 감시 정찰 전력인 우주 정찰위성 425사업 등에는 7963억원을 편성했다. 북한의 핵·대량살상무기(WMD) 대응에만 총 6조1615억원을 투입한 것이다.
다만 내년도 예산 중 우주에서 지구를 들여다보는 '지휘정찰' 예산이 1조8187억원으로 감액 편성됐다. 올해 지휘정찰 예산은 2조3039억원으로 21.1%(4852억원) 줄어든 것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예산 삭감 배경으로 "정찰위성, 군 위성통신이 개발 단계를 넘어 우주에 전력화하는 과정이어서 예산이 일시적으로 줄어든 것"이라며 "2~3년 후 우주정찰 개발사업이 본격화되면 예산이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미래 전장환경 변화에 적시 대응하기 위해 AI 기반 유무인 복합전투체계 구축을 위해 3069억원을 편성했다. 방산 생태계 구축을 위한 수출유망중소기업 지원에도 3940억원을 투입한다. 한국형 전투기 KF-21 분담금 관련 인도네시아가 1조원을 덜 내기로 하면서 생긴 부족분은 내년엔 반영되지 않고 2026년 예산에 반영될 전망이다.
내년도 공무원 보수가 3.0% 오른다. 내년 물가 상승률 전망치(정부 추산 2.1%)를 웃도는 수준이다. 병장의 월 급여는 205만 원까지 올라가고, 참전명예수당과 무공영예수당은 3만 원 인상된다.
27일 정부가 발표한 ‘2025년도 예산안’을 보면 내년 전체 공무원 보수 인상률은 3.0%로 결정됐다. 유병서 기획재정부 예산총괄심의관은 “공무원보수위원회 권고안(2.5~3.3%)에 따라 3.0%로 최종 확정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공무원 보수 인상률을 3%대로 결정한 건 2017년(3.5%) 이후 처음이다. 2018년 2.6%에 이어 2021년 0.9%까지 하락한 공무원 보수 인상률은 2022년 1.4%→2023년 1.7%→2024년 2.5%로 소폭 상승했으나, 같은 해 물가 상승률보다 낮아 실질적으론 임금 삭감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상대적으로 낮은 급여가 공무원 이탈 현상의 주요 원인이 되면서 정부가 인상률 확대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앞서 4월 인사혁신처가 발표한 ‘2023년 공무원 총조사’ 결과를 보면, 이직 고민 사유로 낮은 급여 수준을 꼽은 응답 비율(51.2%)이 가장 많았다.
내년엔 병장 월 수령액 200만 원 시대도 열린다. 월급(150만 원)과 병사가 전역할 때까지 매월 적립하는 내일준비적금에 대한 정부 지원(내일준비지원금) 55만 원까지 더하면 병장은 월 최대 205만 원을 받게 된다. 올해(165만 원)보다 약 24% 뛴 금액이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병사 봉급 월 200만 원’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를 위해 내년에 책정된 예산은 8,000억 원이다. 정덕영 기재부 행정국방예산심의관은 “병장 봉급 200만 원 공약을 이행했고, 사회적인 의견을 감안해 추가 처우 개선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군 간부 관사 면적을 국민평형(85㎡)으로 확대하고, 1인 1실로 제공할 수 있도록 간부 주거시설 개선에 7,863억 원을 투입한다. 올해보다 49.5% 증액한 규모다. 예비군 1~4년 차 대상 출퇴근 형식의 동미참(동원훈련 미참여자 참여훈련) 참가비(4만 원)와 예비군 5, 6년 차가 받는 작계훈련 관련 교통비(6,000원)를 신설한다.
국가유공자에게 지급하는 보훈급여보상금은 내년에도 5.0% 인상, 3년 연속 5%대 인상률을 이어가게 됐다. 내년 참전명예수당은 올해 인상분(월 3만 원)만큼 확대(현행 월 42만→45만 원)하고, 현재 월 48만~50만 원인 무공영예수당은 3만 원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