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대한민국의 청년중에 사회 활동이 현격히 줄어든 이른바 '고립청년'이 54만명에 달하고, 이에 더해 아예 방 밖으로 나오지 않고 있는 '은둔청년'이 24만명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가 13일 공개한 '2023 고립·은둔청년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에 최소 1만2105명의 고립·은둔청년이 있고 504명은 자신의 방에서 나오지 않는 초고위험군에 해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반적으로 '고립'은 사회적 관계가 현저히 적은 경우를, '은둔'은 사회적 관계가 거의 없을 뿐더러 외출도 극히 적은 사례를 뜻한다. 서울시는 최소 6개월 이상 고립·은둔 상태인 청년과 가족을 지원하는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12월 13일 제11차 청년정책조정위원회 회의모습 (사진 = 국무조정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은 지난 7~8월 7주에 걸쳐 전국 19~39세의 고립·은둔 경험이 있는 청년을 대상으로 온라인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1차 조사 링크에 접속한 5만6183명 중 3만3570명이 조사에 참여했으며 2만1360명이 응답을 완료했다. 고립·은둔의 위험군으로 분류된 응답자는 1만2105명(56.7%)이다.
위험군 대상 2차 심층조사를 실시한 결과 8874명이 응답을 마쳤으며 1903명은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해 도움을 요청했다. 이번 조사에서 504명은 자신의 방에서도 나오지 않는 초고위험군으로 조사됐다.
지난 5월 국무조정실의 '청년의 삶 실태조사' 등에서는 고립·은둔 위기 청년 규모가 최대 약 54만 명에 달할 수도 있다는 추정이 나온 바 있다. 복지부는 54만명은 경미한 위험징후까지 포함한 전체 추정 규모, 이번 조사 참여자들은 정책 지원이 필요한 청년으로 보고 있다.
응답자 특성을 살펴보면 여성이 72.3%로 남성의 약 2.6배에 달했다. 연령대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 약 70%를 차지한다. 미혼이 90%로 다른 가족과 함께 사는 사람이 70%다.
여성 응답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이유에 대해 보사연 김성아 연구원은 "청년의 삶 실태조사에서는 성비 차이가 크게 나타나지 않았다"며 "여성 중 자신의 고립은둔 상태를 자각하는 비율이 높거나 조사에 응답할 만한 최소한의 활력이 남성보다 높을 수 있는 만큼 분석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학력은 대학을 졸업한 사람이 75.4%, 대학원 이상 졸업자가 5.6%로 81%가 고등교육을 받았다. 본인의 경제력이 낮다고 인식하는 비율은 75.7%로 가장 많았고 가족 전체의 경제력이 낮다는 응답은 그보다 낮은 54.3%였다.
고립·은둔을 시작하는 시기는 60.5%가 20대라고 답했다. 23.8%는 10대, 15.7%는 30대에 고립된 생활을 시작했다. 고립·은둔 기간은 1년 이상 3년 미만이 26.3%로 가장 높고 3~5년 16%, 5~10년 12.7% 순으로 나타났다. 10년 이상 고립·은둔 생활을 했다고 응답한 비율도 6.1%에 달했다.
가장 큰 고립·은둔 이유에 대해서는 취업 등 직업 관련 어려움이 24.1%로 가장 많았다. 대인관계의 어려움을 꼽은 사람은 23.5%, 가족관계·건강이 각 12.4% 순이다. 10대에 고립은둔을 시작한 응답자는 대인관계가 27.1%로 가장 높고 가족관계 18.4%, 폭력이나 괴롭힘 경험이 15.4%로 나타나 20대 이상과 차이를 보였다.
MBC뉴스 이미지 캡쳐
이러한 가운데 정부가 이들이 다시 세상과 마주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책 마련에 나섰다. 특히 현재 고립·은둔된 청년들에 대한 지원뿐만 아니라 학업 중단, 취업 실패 등으로 고립·은둔 위기에 놓인 청년들에 대한 예방책까지 포함해 예방부터 발굴, 사후관리까지 전 과정에 대한 지원에 나선다.
우선 사회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고립·은둔 청년을 찾아내기 위한 조기 발굴체계가 마련된다. 당사자들이 언제든 비대면·온라인으로 도움을 청할 수 있도록 '원스톱 도움 창구'를 내년 하반기에 마련해 상시적 발굴에 나선다. 고립·은둔 청년들이 외부활동이 적고, 돈이 덜 드는 온라인을 통해 외부 정보를 인지하고 많은 시간을 보내는 만큼 이 같은 특성을 고려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또한 당사자 외의 가족, 친구, 자주 찾는 매장 등 주변에서도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129 보건복지상담센터에는 청년 항목을 별도로 신설해 보다 손쉽게 도움을 청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에 더해 대학생 등 자원봉사단 활동을 통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발굴 및 홍보 활동을 펼치도록 한다.
여기에 더해 고립·은둔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자립준비청년에 대해서는 자립 준비 전담 기관 내에 전담 인력을 배치해 자립 준비와 병행한 예방프로그램 지원을 강화할 예정이다.
특히 내년 중 4개 지역에 고립·은둔 청년·청소년을 전담으로 지원하는 '청년미래센터(가칭)'을 마련하는 등 전담 지원체계도 구성된다. 여기에 배치된 전담 인력들이 직접 도움을 청한 청년들을 만나 계획을 수립하고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실태조사에서 공적 도움을 요청한 1903명을 우선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청년마음건강서비스, 일상돌봄서비스 등 기존 서비스와의 연계도 강화한다. 특히 일상돌봄서비스는 기존의 중장년 독거가구 중심의 서비스를 고시원, 원룸 등 1인 가구 청년까지 확대해 인적 보호망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고립·은둔 청년 중 24%가 10대에 고립·은둔을 시작하고, 특히 학교폭력이나 교내 부적응 등 대인관계, 가족관계, 폭력·괴롭힘 경험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 만큼 학교밖 청소년들에 대한 관리도 강화한다. 교내에 학폭이나 부적응으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을 돕기 위한 통합지원팀을 운영하는 '학생맞춤통합지원 선도학교'를 올해 96개교에서 내년 248개교로 확대하고, 학업을 중단하는 학생들에 대해서는 관련 정보를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로 연계토록 하고 여기에도 고립·은둔 전담 인력을 배치한다.
자료 = 국무조정실
고립·은둔 청년들의 가장 큰 고립·은둔 이유로 꼽힌 '직업 관련 어려움' 해결을 위해서는 고용노동부에서 쉬고 있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청년성장프로젝트(가칭)'를 신설하고, 기존의 청년도전지원사업을 확대하는 등 이들의 일자리 찾기를 지원한다. 또한 직장 내 적응을 위한 '온보딩 프로그램'을 신설해 경직적인 기업 문화를 개선하고 취업 초기 청년들이 직장에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이번 지원 방안은 청년기본법상으로 정해진 청년 연령인 19∼34세가 기본적으로 지원 대상이 된다. 다만 복지부 관계자는 "이 연령대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프로그램의 취지에 적절하다고 판단된다면 지원할 수 있도록 세부 지침을 설계하겠다"고 설명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이번 방안은 고립·은둔 청년만을 대상으로 한 정부의 첫 종합대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힘들어하는 청년들이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이들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서 도와 다양한 사회문제를 선제적으로 예방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