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적자로 인한 경영 위기 속 임금 협약 등을 둘러싼 EBS 노사 갈등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미디어오늘의 18일 보도에 따르면, 김유열 사장에 대한 EBS 구성원 92%의 불신임 의견을 기반으로 노조가 투쟁을 강행하는 가운데, 김 사장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을 연이어 내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노조)는 초유의 적자 경영, 단체협약 협상 과정에서의 단협 파기 및 파업종용 논란 등을 이유로 지난달부터 김 사장의 퇴진을 주장하고 있다. 김 사장은 지난 5일 협상 과정에서의 논란에 사과하며 노사 간 협상 재개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노조가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조합원 약 45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EBS 김유열 사장 신임 투표’에서 92.7%(조합원 89.5% 응답)이 불신임 의견을 밝혔고, 노조는 사장 퇴진 운동을 강행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가 지난 14일 EBS 정상화를 위한 조합원 결의대회 및 총회를 진행했다.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 제공
노조는 18일 성명을 내고 “지난 14일 EBS 이사회는 작년보다 무려 30억 이상의 적자가 더 발생했음에도 김 사장이 내민 ‘2023년 추경안’을 별다른 책임 추궁도 없이 의결했다”며 “그럼에도 김유열 사장은 반성 없이 오히려 93%에 가까운 자신에 대한 불신임을 ‘노사 간 임금협상을 둘러싼 갈등의 표현’이라는 프레임으로 왜곡시키고 있다. 회사를 위해 희생하지 않으려는 구성원들로 인해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말로 이사회마저 속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김 사장이 경영에 실패했다며 책임을 물었다. 김 사장이 무리하게 추진한 사업 실패가 경영 악화의 주 원인이라는 주장이다. 지난해 256억 원의 적자를 기록한 EBS는 제작비 절감, 비용 절감, 파견직·계약직 감축 등 비상경영 체제로 운영해왔다. EBS는 올해도 300억 원 가량의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노조는 김 사장이 심각한 적자 상황에도 경영 실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채 노동자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비상 경영체제로 인한 비용 절감을 위해 EBS 구성원은 사업에 필요한 영업비, 부서 운영을 위한 비용, 시설 유지를 위한 비용뿐 아니라 방송사의 근간인 방송제작비까지 거의 모든 영역에서 비용을 절감했다”며 “올해 김 사장이 강행한 ‘파견직, 계약직 100% 감원’ 결정 역시 EBS 구성원들은 숱한 공백과 혼란을 예상했으나, 회사를 위해 묵묵히 받아들였다. 제작 현장뿐 아니라 사업, 행정 등 직종과 부서를 막론하고 이전보다 업무 강도는 높아지고 노동 여건은 악화됐다. 그러나 김 사장은 자신의 비서, 그리고 상임감사의 비서 자리에 지난 6월과 7월 새로운 파견직을 채용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본인이 누리던 것은 하나도 놓지 못하면서 최저임금 수준을 받고 일하는 사내 미화 노동자를 아무렇지 않게 잘라내고, 직원들에게는 모든 희생이 당연한 것이라는 수장의 말을 과연 누가 따르겠는가”라며 “우리의 투쟁 목표는 ‘EBS를 파국으로 몰아넣은 김 사장과 경영진에게 그 책임과 죗값을 묻고, 우리의 희생이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체제에서 EBS를 정상화시키는 것’이다. 직원들의 희생과 고통 분담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내로남불’사장 김유열을 위해 우리가 희생하는 일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했다.
관련해 노조는 지난 14일에도 성명을 내고 세부적 사업 손익을 따져 물었다. 노조는 “김 사장의 머리에서 나온 글로벌 구독 서비스사이트 ‘더그레이트마인즈닷컴’엔 플랫폼 구축과 운영비용 등 직접 투자에만 50억 원 넘는 비용이 투입됐지만 2021년 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수입은 고작 1억2000만 원, 유료 구독자의 수는 2001명에 불과하다”며 “2021년 3억6000만 원의 손실을 기록한 방송연계 단행본 사업, 2022년 한 해에만 28억에 가까운 적자를 냈고 앞으로도 매년 2억 원의 손실이 예정돼있는 ELT 교재 사업, 유튜브 채널 ‘어썸팩토리’등 김 사장이 무리하게 진행한 수익사업”이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