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글씨 필기 훈련이 철자의 정확성을 높이고 뇌의 연결성을 높여 기억력을 향상시킨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
노르웨이 과학기술대(NTNU) 오드리 판데르 메이르 교수팀은 27일 과학 저널 심리학 프런티어스(Frontiers in Psychology)에서 대학생들이 화면에 나타난 단어를 손 글씨로 쓰거나 키보드로 입력하는 동안 뇌파 데이터를 측정, 분석해 이런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손으로 글씨를 쓸 때 뇌연결 패턴이 키보드 타이핑보다 훨씬 정교함을 입증한 NTNU 연구팀 (사진은 게티이미지)
판데르 메이르 교수는 "이 결과는 손으로 글을 쓸 때 뇌 연결 패턴이 키보드로 타이핑할 때보다 더 정교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이는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타이핑보다 펜을 사용할 기회를 주는 게 필요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손 글씨가 디지털 기기로 대체되는 것이 사람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 위해 대학생 36명에게 화면에 나타나는 단어를 보고 손으로 쓰거나 키보드로 타이핑하게 하면서 뇌의 전기적 활동을 측정했다.
참가자들은 뇌파(EEG) 센서 256개를 엮어 만든 측정장치를 머리에 쓰고, 글을 쓸 때는 디지털 펜으로 터치스크린에 직접 필기체로 썼으며, 타이핑할 때는 한 손가락으로 키보드 키를 눌러 입력했다.
측정된 뇌파 데이터를 토대로 뇌의 연결성을 분석한 결과 손으로 글을 쓸 때 뇌 연결 패턴이 키보드로 타이핑할 때보다 훨씬 더 정교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손으로 글씨를 쓸 때 지각·인지·판단 등과 관련이 있는 대뇌 꼭대기 부위인 두정엽과 뇌 중심부에 있는 신경 네트워크 허브와 접점 사이에서 광범위한 세타파/알파파 연결성 패턴이 일관되게 확인됐다고 밝혔다.
판데르 메이르 교수는 "이는 손 글씨를 쓸 때 뇌 연결 패턴이 타이핑 때보다 훨씬 정교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펜을 사용할 때 손을 정밀하게 제어하면서 얻는 시각·동작 정보가 학습을 촉진하는 뇌 연결 패턴에 기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참가자들은 디지털 펜을 사용했지만, 실제 종이에 펜으로 쓸 때도 결과는 같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글자를 쓸 때의 손가락 움직임이 뇌 연결성을 촉진하기 때문에 활자체로 쓰든 필기체로 쓰든 학습 효과는 비슷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이 결과는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타이핑보다는 펜을 사용할 기회를 줄 필요가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라며 학생들이 최소한의 필기 교육을 받을 수 있게 지침을 마련하는 것도 적절한 조치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펜데르 메이르 교수는 "학교에서 필기 연습을 계속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술 발전을 따라잡는 것도 중요하다"며 "교사와 학생 모두 강의 노트를 작성하거나 에세이를 쓸 때와 같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방법이 더 학습효과가 좋은지 알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