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학원 분석... "경쟁률 낮고 합격선 낮은 지역인재전형으로 몰릴 것"
정부가 내년 대학입시부터 의대 정원을 2천명 늘리기로 했다.
1998년 제주대 의대 신설이후 27년만에 이루어지는 의대 증원이다. 당시 의대 정원은 3천507명이었으나, 2000년 의약분업 때 의사들을 달래려고 감축에 합의해 2006년 3천58명이 됐다. 이후 쭉 동결돼 왔다.
당장 내년부터 의대 입학정원을 2천명 파격적으로 늘리기로 한 후폭풍이 대학 입시에 바로 불어닥치고 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비수도권 의대의 지역인재 전형을 60% 이상 확대하기로 했는데, 이에 의대 진학을 위해 '지방 유학'을 떠나는 학생과 학부모가 늘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의대 증원 발표하는 보건복지부 장관 (연합뉴스)
종로학원은 '의대 정원 2천명 확대'와 '지역인재전형 비중 60% 이상'이라는 조건을 대입하면 의대 지역인재전형 선발인원이 기존의 1천68명에서 2배가량인 2천18명으로 급증할 것이라고 7일 추산했다.
의대 증원을 감안하지 않은 2025학년도 기준으로 지방권 의대 27곳은 전체 모집정원 2천23명의 52.8%인 1천68명을 지역인재전형으로 선발하고 있다.
전국 39개 의대의 현 정원 3천18명 중 지방권은 2천23명으로, 전체의 67.0%를 차지한다.
여기에 정부의 '지역인재전형 60% 이상' 조건을 적용하면 지방권 의대의 지역인재전형 인원은 146명 늘어나 기존 1천68명에서 1천214명으로 늘어난다.
나아가 의대 정원이 2천명 확대되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이 중 지방권 의대가 67.0%를 차지하고, 지역인재전형 비율 60%가 적용된다고 보면 확대되는 정원 중 804명이 지역인재전형으로 선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기존 정원에서 146명이 늘고, 정원 확대에 따라 804명이 추가로 늘어나게 되면 의대 지역인재전형은 950명 늘어나 총 2천18명이 된다.
의대 지역인재전형이 현재 1천68명의 2배가량으로 급증한다는 얘기다.
더구나 일부 지방권 의대는 지역인재전형 비중을 60% 이상으로 대폭 올릴 수 있어 그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지역인재전형은 해당 지역에서 고등학교 전 교육과정을 이수한 학생만 해당 지역 내 의대에 지원할 수 있도록 한 전형이다.
보통 수도권 학생들이 지원하지 못하기 때문에 지방권 의대의 지역인재전형 경쟁률은 수도권보다 훨씬 낮다.
2024학년도 입시에서 지방권 27개 의대의 수시전형 중 지역인재전형 경쟁률은 10.5대 1로, 전국단위 선발전형(29.5대 1)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반면에 서울권(9개) 의대의 경우 수시 평균 경쟁률은 47.5대 1, 경인권(3개) 의대는 무려 132.8대 1을 기록했다.
지역인재전형은 경쟁률이 낮은 만큼 합격선도 낮다.
종로학원이 지방권 27개 의대의 2023학년도 수시모집 최종 합격생의 백분위 70% 컷을 분석한 결과 지방권 의대의 지역인재전형 최저 합격선은 '학생부교과전형' 기준으로 1.51등급이었다.
이는 서울권(1.18등급)보다 상당폭 낮은 수준이다.
강원도 모 대학에서는 '학생부 종합' 지역인재전형에서 내신 4.16등급인 학생이 의대에 합격하기도 했다.
이에 의대 진학을 위해 '지방 유학'을 떠나는 학생과 학부모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지방권 대학의 지역인재전형이 의대 합격에서 유리한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며 "지역인재전형을 노리고 중학교 때부터 지역으로 이동하는 학생이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순천향대 의대와 단국대 의대가 있는 충남 천안의 경우 서울에서 내려온 '지방 유학생'이 상당히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천안에 사는 한 학부모는 "지역인재전형이 의대 진학에서 유리하다는 것을 알고 내려온 학생과 학부모들로 인해 학원가도 잘 형성돼 있고, 부동산 가격도 올랐다"고 전했다.
임 대표는 "서울에서 지방으로 내려오는 학생이나 지방 학생들을 겨냥한 '지역인재 의대 전문학원'이 곧 나올 것 같다"며 "특히 충청·세종권은 수도권에서 근접하고 인프라도 좋아 호재로 작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