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확대 방침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병원을 대거 이탈한 지 일주일째인 26일 현재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가 주요 100개 수련병원에서 1만명을 넘어섰다. 현장 이탈자도 9천명을 넘었다.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23일 오후 7시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 서면점검 결과 소속 전공의의 약 80.5% 수준인 1만34명의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했다. 또한 소속 전공의의 72.3%인 9006명이 근무지를 이탈한 게 확인됐다.
정부는 이들이 29일까지 복귀한다면 현행법 위반에 대해 최대한 정상을 참작하기로 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발언하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연합뉴스)
그러나 3월로 들어서면 면허 정지와 수사·기소 등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의료현장에서는 이들의 공백을 메우려는 인력의 피로가 누적되고 있고 의료대란으로 인한 환자들의 피해가 늘어가고 있다.
주말 사이 응급실 '전화 뺑뺑이'를 돌던 80대 심정지 환자가 결국 사망하는 사례까지 발생하는가 하면 병원 이송에만 2시간가량 걸리는 사례도 발생하는 등 환자와 가족들의 불편과 피해도 쌓여가고 있다.
환자들만 피해가 큰 것이 아니다. 현장에 남은 의료진의 체력 역시 한계에 다다른 상태다.
전체 의사 930여 명 중 192명에 해당하는 전공의 상당수가 사직서를 낸 분당서울대병원은 전문의들이 전공의를 대신해 당직 근무에 투입되면서 정형외과 등 주요 진료과의 신규 외래 진료는 아예 불가한 상태다.
병원 측은 비응급 수술 일정을 뒤로 미루며 최대한 응급 수술에 차질이 없도록 조처하고 있다.
그런데도 응급실, 암 병동, 중환자실 또한 전공의 사직 사태 이전보다 수술 대기 기간이 전반적으로 길어지고 있다는 것이 병원 측 설명이다.
분당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전공의의 집단 사직 사태가 점차 길어지면서 이들을 대신해 근무 중인 전문의, 전담 간호사 등의 피로도가 점차 커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충북대병원 응급실과 도내 유일의 신생아 집중치료실에선 이탈한 전공의 자리를 전문의가 하루걸러 3∼4일에 한 번꼴로 당직을 서가면서 채우고 있다.
충남 천안지역 대학병원들에서도 교수들이 각 병동에서 숙식하며 입원환자와 외래환자를 돌봐 왔지만, 시간이 갈수록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전남대병원의 경우 일부 중환자실 전문의들이 피로감에 '번 아웃'을 호소해, 이탈 전공의 일부가 환자를 보살피기 위해 복귀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공의 이탈뿐만 아니라 전공의 수련을 위해 병원으로 와야 할 신규 인턴들의 임용 포기, 전공의의 자리를 메우고 있는 전임의들의 재임용 포기 마저 속출하면서 의료현장의 위기감도 최고조에 이르렀다.
거점국립대인 전남대병원 A 교수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전공의의 공백을 메워오던 전임의 절반이 3월부터 근로계약 종료로 추가로 이탈하면 사실상 병원 운영이 마비된다"고 밝혔다.
사실상 전임의 100여명이 전공의 약 300명의 공백을 모두 메우고 있는 상황인데, 3월부터는 병원의 버팀목이었던 전임의 절반가량이 추가 이탈할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전공의 이탈 사태로 수술은 30%, 일반병실 가동률은 50%가량 평소 대비 감소했는데, 전공의 공백을 메우던 전임의가 절반가량 빠져나가게 되면 이마저도 유지가 불가능한 상황에 부닥친다.
사태가 악화 일로를 걷는 가운데 정부는 전공의들에게 복귀 마지노선을 29일로 제시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본부장 국무총리) 회의를 주재하며 집단행동 중인 전공의들에게 "지금 상황의 엄중함을 직시하고 마지막으로 호소한다"며 "29일까지 여러분들이 떠났던 병원으로 돌아온다면 지나간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