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야권과 협치 강화 시사…'불통' 행보 끝내나
취임 2주년을 앞둔 윤석열 대통령의 중간평가였던 22대 총선이 여당의 참패로 끝났다.
11일 "제22대 총선에서 나타난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국정을 쇄신하고, 경제와 민생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가 구두로 사의를 표명했으며, 대통령실은 국가안보실을 제외한 대통령실의 모든 수석비서관급 이상 참모진들이 사의를 표명했다. 이관섭 비서실장을 비롯해 성태윤 정책실장, 한오섭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 박춘섭 경제수석, 장상윤 사회수석, 박상욱 과학기술수석 등이다.
이 비서실장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통해 "국민의 뜻을 받들자면 국정 쇄신, 국정을 쇄신하자면 인적 쇄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한 것에 책임을 지고 대통령실 고위 참모진이 모두 사퇴, 인적 쇄신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여소야대 상황에서 향후 국정운영을 위해 야당과의 협치를 강화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야당과의 협치 가능성 질의에 "윤 대통령이 민생과 경제를 잘 챙기겠다고 말씀했는데 앞으로 야당과 협조·소통에 나서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총선 결과의 원인을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어떻게 판단하냐’는 질문에는 "윤 대통령은 선거 시작 전부터 어떤 결과가 나오든 다 대통령의 그동안의 국정 수행에 대한 국민의 평가라고 생각했다"며 "총선 결과에 대해 저희들이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윤 대통령이 이날 고위 참모진 전원 사퇴 카드를 꺼내 들고 야권과의 협치를 언급한 것은 선거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는 한편 앞으로 국정 쇄신을 통해 어려움을 돌파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아직 3년의 임기가 남은 윤 대통령으로서는 새 좌표 설정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권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국정 운영 방식을 재설정하지 않는다면 집권 3년 차에 조기 권력 누수(레임덕) 현상이 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나마 국민의힘이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사수하면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와 개헌까지 시도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가까스로 피했지만 '김건희 특검법', '이종섭 특검법' 등 각종 특검과 국정 조사가 추진되면서 국정 운영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거부권 행사는 가능하게 됐지만 야당 입법 강행, 대통령 거부권 충돌도 이어질 전망이다. 당정관계 또한 재정립이 시급하다. 국민의 힘 내부에서 윤 대통령을 향한 책임론이 커지면서 국정 장악력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연금·노동·교육 3대 개혁은 야당 협조 없이는 불가능한 만큼 향후 협치를 강화해 국정 위기를 타개해 가야 한다"면서 "여당 장악력이 떨어지고 국정운영 반발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당정 관계도 재정립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향후 경제와 민생 챙기기에 윤 대통령이 더욱 적극 나서야 한다는 채찍질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 선거는 정권 심판론이 굉장히 강하게 투영된 결과"라며 "그만큼 현 정부에 대한 실망이 반영됐고 그 기저에는 경제문제가 깔려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