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K-웹툰’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자, 홍보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단순히 자체 홈페이지에 웹툰을 게재하던 것을 넘어 이제는 웹툰 팬들이 많이 이용하는 플랫폼인 네이버웹툰이나 카카오페이지 등에 연재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16일 네이버웹툰에 연재 중인 문화재청의 ‘환수왕’ 웹툰과 카카오페이지에 연재되는 전라북도 남원시의 ‘향단뎐’ 웹툰은 각각 별점 10점 만점에 9.93, 9.9점을 기록하고 있다.
선풍적인 인기를 끈 대작들을 넘어서는 기록은 아닐지라도 일반 웹툰 대비 선방했다는 평가다. 특히나 지자체에서 웹툰을 플랫폼에 정식 연재하는 건 유사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에서도 차별점을 갖는다.
환수왕은 과거로 돌아가게 된 고미술품 경매사 주인공이 일제 강점기에 무분별하게 반출되거나 훼손될 위기에 처한 국가유산들을 외세로부터 지켜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담아낸 코믹 웹툰이다. 환수왕을 본 누리꾼들은 “문화재청에서 이런 것도 하다니”, “트렌드, 참신, 개그, 사이다를 모두 잡았다”, “너무 재밌어서 일주일을 이거 보려고 기다린다” 등의 긍정적인 감상평을 남겼다.
향단뎐은 ‘춘향전’을 현대적 감성으로 재해석한 로맨스코디미 장르물로, 취준생 주인공이 우연한 사고로 춘향전 속의 ‘향단’에 빙의한 후 사또 변학도와 엮이며 전개되는 로맨스 이야기를 다룬다. 향단뎐을 감상한 이용자들은 “남원시 제작이라니, 멋진 곳이다”, “남원시 공무원 일잘러(일 잘하는 사람)”, “전통 춘향전을 소재로 기발하다” 등의 감상 후기를 공유했다.
이처럼 K-웹툰의 인기에 정부와 지자체에서도 웹툰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특히 1020세대가 많이 이용하는 플랫폼인 웹툰을 통해 이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내놓은 ‘2023 웹툰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2년 국내 웹툰산업의 총매출액은 1조829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6.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해당 조사를 시작한 2018년 이후 최대치로, 2017년 기준 3799억 원 대비 5배 가까이 증가한 규모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엠제트(MZ)세대에게 익숙한 주류문화이자,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K-컬처를 대표하는 문화 콘텐츠인 웹툰의 형식으로 문화유산의 가치와 소중함을 깨닫게 하고, 국민적 관심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남원시 관계자는 “다양한 세대에 남원을 알리고, 웹툰 콘텐츠를 활용한 다양한 온·오프라인 이벤트를 통해 지역관광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두 작품들은 통상적으로 정부, 지자체의 홍보물은 재미없을 거라는 선입견과 달리 신선한 재미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좋은 메시지를 담고 있더라도, 독자들의 외면을 받으면 의미가 없다는 생각에 재미와 경쟁력을 우선해서 작품을 만든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과거에도 정부에서 웹툰을 제작해 연재했으나, 개연성과 재미를 살리지 못해 독자들의 외면을 받은 바 있었다. 기획재정부는 2021년 1억9000만 원 가량 투입, 스타 작가를 통해 웹툰 ‘희망강림’을 연재했으나 스타성에는 못 미치는 재미에 혈세를 낭비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네이버웹툰에 연재됐던 희망강림 웹툰은 10점 만점에 별점 5.52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