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가 29년 만에 프로야구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거머쥐자 LG가(家)의 오랜 야구 사랑이 언론들을 통해 재조명되고 있다.
LG가(家)의 야구 사랑은 유명하다. LG는 럭키금성 시절이던 1990년 프로야구 원년 팀인 MBC 청룡을 인수해 LG 트윈스를 창단했다. 특히 고(故) 구본무 LG그룹 선대회장은 재계 총수 중에서도 손꼽히는 야구광으로 통한다.
구 선대회장은 국내 프로야구 창단 이후 예고도 없이 수차례 야구장을 찾아 경기를 관전한 것으로 유명했다. 그는 구단 회식 자리에도 자주 참석해, 선수들과 격의 없이 어울린 것으로 알려졌다. 2군 선수들의 이름과 출신 학교도 전부 외울 정도로 열정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구 선대회장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LG 트윈스는 창단 첫해인 1990년과 1994년 두 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1994년 우승 이후 성적이 부진하자, 구 선대회장은 지난 1997년 해외 출장길에 오키나와산 아와모리 소주와 함께 '우승하면 최우수선수(MVP)에 주겠다'며 당시 8000만원 상당의 롤렉스 시계를 준비했다. 이 고가 시계는 줄곧 구단 금고에 보관돼 있다가, 올해 LG트윈스의 우승으로 이날 MVP 오지환 선수에게 돌아갔다.
LG는 3대째 오너 일가가 계속 구단주를 맡고 있다.
구 선대회장의 뒤를 이어 구본준 LX그룹 회장도 계열 분리 전 구 선대회장의 뒤를 이어 2대 구단주를 맡았다.
LX그룹은 LG전자가 2012년 출범시킨 'LG배 한국여자야구대회'의 명맥을 이어 작년부터 'LX배 한국여자야구대회'를 후원하고 있다. 기업이 후원하는 국내 유일의 여자야구 전국대회다.
구 선대회장의 동생이자 구광모 LG 회장의 친부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은 야구선수 출신이다. 그는 2005년 야구 관련 서적을 출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광모 LG 회장도 3대 구단주를 이어 받아 야구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보이고 있다. LG가(家)의 29년 숙원을 푼 구 회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스포츠 마니아다. 그는 미국 유학 시절부터 미국 4대 스포츠(야구·농구·미식축구·하키)에 대한 큰 관심을 보여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는 LG 트윈스를 상징하는 ‘유광 잠바’를 입고 서울 잠실에서 열린 1·5차전과 수원에서 열린 4차전을 직접 찾아 응원전에 동참했다.
구 회장은 우승이 결정되자 기쁨을 숨기지 않았다. 선대회장의 숙원을 푸는, 29년 만에 우승이자 그의 취임 후 첫 우승이다.
구 회장은 시상대에 올라 마이크를 잡고 "너무 감격스럽다. 세계 최고의 무적 LG팬 여러분, 드디어 LG가 우승했다"며 "29년이라는 오랜 기다림 속에서도 변함없이 LG를 사랑해주시고, 응원해주신 팬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의 승리는 여기 계신 모든 분과 LG를 사랑해준 모든 분이 함께 일군 것”이라며 “우승의 기쁨을 만끽하시길 바란다. 2023년 챔피언은 LG 트윈스다. 무적 LG 파이팅"이라고 외쳤다.
구단주로서 야구에 대한 아낌 없는 투자로 선수들을 직접 챙기며 ‘신바람 야구’가 이어지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산업계에선 구광모 회장의 ‘고객중심’ ‘실용주의’ ‘미래투자’ 경영 철학이 LG트윈스 우승의 원동력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야구단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와 외부 선수 영입 또한 29년만에 우승을 거머쥐는데 견인차 역할을 했다. 불황에도 야구단 예산을 크게 줄이지 않았고 올해엔 전력 상승에 도움이 될 자유계약선수에게 수십억원 넘는 거금을 선뜻 투자했다. 실제로는 조용하지만 뚝심 있는 구단 운영 방침으로 인한 일이었다. 구 회장은 구단주 취임 후 차명석 단장의 조언을 받아들여 내부 육성 시스템에 집중했다. 확고한 철학을 바탕으로 단장의 방침을 뒷받침하면서 3년간 외부 FA 영입 없이 유망주들을 키우도록 뒤를 받쳤다. 충분한 실력을 갖췄다는 판단이 서자 지난해 박해민, 올시즌 박동원을 각각 FA로 과감히 영입하면서 우승 도전의 길을 열었다.'
‘염갈량’이란 별칭이 있을 정도로 전략통으로 통하는 염경업 감독에게 힘을 실어준 것도 우승 비결로 꼽힌다. 내부 육성 시스템을 통해 성장한 유망주가 많은 것도 LG트윈스의 트레이드마크인 ‘신바람 야구’를 뒷받침했다.
구 회장의 승부사 기질은 그룹 경영에서 이미 확인할 수 있었다. 구 회장은 취임 후 적자를 거듭하던 휴대폰 사업을 과감히 철수하는 등 부진한 사업을 과감히 쳐내고 신사업에 적극 투자하면서 그룹의 미래 성장을 위한 기반을 닦았다. 그는 휴대폰을 비롯해 태양광, 액정표시장치(LCD) 편광판, 전자 결제 사업 등을 정리했다. 대신 전기차 부품, 로봇, 인공지능(AI) 등 당시로서는 성공 가능성을 확신하기 어려웠던 신사업에 과감하게 뛰어들면서 뛰어난 경영 능력을 내보였다.
구 회장의 이 같은 전략은 실적으로 이어졌다. LG전자는 지난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이 20조7094억원, 영업이익은 9967억원의 경영실적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2%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무려 33.5% 늘어났다. 주력사업인 가전부문에서 전통적인 비수기를 이겨내고 실적 개선을 이끌었고, 신성장동력인 전장부문이 본격적인 성장 궤도를 타고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낸 결과다.
LG에너지솔루션 역시 3분기 연결기준 실적으로 매출 8조2235억원, 영업이익 731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각각 7.5%, 40.1% 증가한 수치로 영업이익은 분기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편 LG전자를 비롯해 LG생활건강, LG유플러스 등 LG 계열사들은 이르면 이번주부터 LG트윈스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따른 기념 프로모션을 시행할 예정이다. LG전자는 가전제품 할인 이벤트, LG생활건강은 생활용품과 화장품 할인, LG유플러스는 통화·문자 등 무료 제공 이벤트가 열릴 가능성이 높다. 이미 인터넷 등에서는 29년만의 우승을 기념한 29% 할인 등의 소문들이 전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