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말싸미 듕귁에 달아 문자와로 서르 사맛디 아니할쎄
이런 젼차로 어린 백셩이 니르고져 홇베이셔도
마참내 제 뜨들 시러 펴디 몯핧 노미하니라
내 이랄 윙하여 어엿비너겨 새로 스믈 여덟 짜랄 맹가노니
사람마다 해여 수비니겨 날로 쑤메 뼌한킈 하고져 할따라미니라
대다수 신하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온 백성들을 위해 한글을 창제하기에 이르렀고, 이러한 목적은 세종대왕이 직접 쓴 ‘어제 서문(御製序文)’에 나온다.
내가 다니던 지방 도시 고등학교에서 자존심이 하늘을 날아다니던 서울대 국문과 출신 국어 선생님이 수업 시작하면서 외우시던 그 글이다.
우리에게도 외우라고 했는데 조선 시대의 발음이 지금과 많이 다르고 외울수록 은근히 중독성 있는 글자 표현에 재미가 있었다.
아래와 같은 글도 있었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은 아래아(ㆍ) 발음이 많이 들어가서 지금의 아 자로 대체하였다.
두터비 파리를 물고 두험 우희 치다라 안자
(두꺼비가 파리를 물고 두험 위에 뛰어 올라가 앉아)
것넌 산 바라보니 백송골(白松骨)이 떠 잇거날 가슴이 금즉하여 풀덕 뛰여 내닷다가 두험 아래 쟛바지거고
(건너편 산을 바라보니 흰 송골매가 떠 있거늘 가슴이 섬뜩하여 펄쩍 뛰어 내닫다가 두엄 아래 자빠졌구나.)
모쳐라 날낸 낼싀만졍 에헐질 번하괘라
(마침 날랜 나이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멍들 뻔 했구나)
'그러게 말이네 날랜 낼싀망정 에헐질 번하괘라'
어색하면서도 낯선 조선어 쓰는 재미로 학교 친구들끼리도 그런 말들을 하곤 했었다.
내가 어린 시절 1988년 초부터 일본에 주재한 적이 있었는데, 외할머니 사촌이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건너가서 고베에서 살고 있으니 한번 만나보라고 하여서 동경에서 고베까지 만나러 찾아간 적이 있었다.
만나서 한국어로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데 말뜻을 알아먹기가 아주 난해하였다.
그때 만난 그분은 어릴 때 일본으로 건너와서 산 지 50년은 된듯하니 어릴 때 1930년대에 쓰던 모국 언어만을 기억하고 있었다.
솔직히 서로 일본어로 이야기하는 것이 더 편할 정도였겠지만 그때는 나도 일본어가 처음이라 서툴기도 하고 그분 입장에서 반가운 고향 사람 옛 정취에 그 시절 그 언어를 편하게 말씀하시는 듯하였다.
내게는 한국어가 아닌 옛날 조선 시대의 언어가 들리는 듯하기도 하고 신기하였다.
지나고 나니 그때 녹음하여둘 것 하는 생각도 들고 옛날 사람을 만나서 발전된 시대와는 벽을 쌓은 환경에서 그 시절에 그대로 박제되었던 언어를 듣는다는 것이 쉽지 않은 경험이었다.
그런데 그분을 만나고 나도 일본에 자주 들락 하던 그때 그분이 살던 고베에서 큰 지진이 일어났다.
1995년 1월 17일 일본 효고현(兵庫縣)의 고베시와 한신 지역에서 발생한 대지진이다. 일본 지진관측 사상 최대 규모의 지진으로, 6300여 명이 사망하고 부상자 2만 6804명, 이재민은 약 20만 명에 이르렀다.
그 후로 그분과 연락이 되지 않았는데 내 기억 속에 먼 옛날 일찍 일본으로 건너가신 친척 분의 이미지로 남아 있다.
아마도 그분의 후손들은 자기 조상은 한국인이었다고 말하던 그때 그 일본 사람들과 비슷하게 살아가고 있을 듯하다.
대한민국의 5대 국경일은 삼일절,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인데 한글날이 휴일이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직장인들에게 공휴일은 상당한 의미를 가지는 날인데 한동안은 한글날도 휴일에서는 의미가 많이 묻혀 있었다.
1991년부터 2012년까지 22년간 한글날은 휴일이 아니었다. 1991년부터 한글날을 국경일 겸 법정 공휴일이 아닌 일반 기념일로 바꾸었다. 10월에 너무 공휴일이 많아서 공휴일에서도 제외된 것이다. 2009년엔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글날 공휴일 지정을 제안하고 나섰으나 경제부처인 기획재정부, 지식경제부가 경제 단체의 의견 및 생산성 저하 등을 우려하여 반대 견해를 표했고 경영자총협회, 전경련, 중소기업중앙회 등 재계 및 경제 단체들도 이런 우려와 걱정 때문에 공휴일 지정을 반대했다.
한글은 초성(자음), 중성(모음), 조성(자음)으로 음절 단위로 블록을 만들어 모아쓴다. 모아쓰기는 외국인들이 한글을 배울 때 어려움을 느끼는 요소다. 자음과 모음을 모으고 이것을 음절로서 발음하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
한글로 11,172개의 발음을 나타낼 수 있으며 중국어 410개 일어 300개만을 표현할 수 있다.
그런데 중국어 일본어로는 영어의 에프(F) 발음을 표기할 수 있으나 현재의 한글로서는 P로 표현된다.
일본이나 중국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하다가 가장 자신 있게 자랑할 수 있는 것이 한글의 우수성인데 아쉽게도 f 발음 하나에서 자존심이 살짝 긁힌다.
초기 훈민정음에서 28자를 제정하였으나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글자에는 아래아(ㆍ), 반치음(ㅿ), 옛이응(ㆁ), 여린 히읗(ㆆ)이 있다.
현재는 24자로 여러 가지 조합된 발음을 나타내는데 현대 국제 언어의 수많은 발음이 되는 f를 제대로 나타낼 수 없다는 것이 아쉬움이다.
결론적으로 옛 한글에는 'ㆄ' 글자가 있고 이것이 f 발음을 나타내며, v 발음을 내는 'ㅸ' 자도 있다.
아울러 영어의 r과 l을 구분할 수 있는 한 글자 'ㄹ'과 'ㄹㄹ'도 사용하였는데 지금은 사용하지 않고 있다.
한글도 옛 자음 모음 모두 포함하여 조합하여 사용하면 1,638,750개의 발음이 가능하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도 한글로 영어의 ‘F’나 ‘TH’ 발음 표기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태서신사람요』에서 이미 F는 ᅋ으로 쓰고, V는 ᅄ, Z는 ᅅ, TH는 ᅂ, L은 ᄙ을 사용했다"라고 말했다.
참고로 영어 알파벳은 지금의 한글 24자보다 더 많은 총 26개의 문자로 이루어져 있다.
영어의 발음은 비단 단순히 알파벳을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각 알파벳이 붙어있을 때 어떤 소리를 내는지, 또 독특한 발음법이 있는지 등을 알아야 한다.
특히 알파벳 R, L, V, Th 등은 한국 사람들에게는 발음 연습이 필수적이다.
일본어로는 한자를 사용하지 않으면 신문이나 서류 자체가 작성이 불가능하지만 한글은 한글만으로 된 신문을 만들 수 있다고 일본인들에게 자랑을 하곤 했는데 사실 30년 전에만 해도 한국의 주요 신문에는 한자 투성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한글 만으로 자연스럽게 모든 뉴스 내용들을 나타내고 있다.
그 탓인 지 몰라도 우천 시 장소 변경 -> 우천 시가 어디인지. 우천 시라는 도시가 새로 생기고, 추후 공고라는 추후 공업고등학교도 생기고, 중식제공 -> 저는 한식이 좋습니다. 금일 -> 금요일, 구두 경보 -> 구두를 신고 발로 찬다 등등 우스운 해프닝도 생겼다.
한글 문서 작성을 할 때 요즘 대부분의 기업체에서는 한글 엑셀, 워드, 파워포인트를 연동하여 사용하는데, 관공서 관련 서류를 만들거나 제출할 때는 은근히 불편한 사항이 있다.
한글 문서 작성을 위하여 정부부처 및 행정안전부 산하기관 대다수에서 아래아한글을 사용하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행안부의 행정업무 운영 및 혁신에 관한 규정에 문서의 작성방법 절차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데, 여기에 특정 프로그램을 써야 한다는 것은 없다”면서도 “표나 각종 편집 등 편의성 측면에서 정부기관이 아래아한글 문서를 많이 사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정부기관 중 아래아한글 문서를 안 쓰는 곳이 있느냐”면서 “규정에 없어도 여전히 의무라고 봐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요즘 나오는 국내 도서는 언제부터인가 완전히 한글로만 작성되어 있고 이제는 그것이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어 있다.
영화를 볼 때도 한글 자막이 기본화되어 가고 있는데 한글 자막은 한국 영화, 드라마에 자막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요인으로 OTT 열풍을 꼽는 사람들도 많다. 넷플릭스를 비롯한 글로벌 OTT들이 한국어 콘텐츠에도 청각 장애인을 위한 한글 자막을 제공하기 시작한 게 지금 영화나, 드라마의 자막 서비스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한글 자막 서비스를 가장 먼저 도입한 쪽은 2016년 한국에 진출한 넷플릭스다. 한국에서 넷플릭스 작품들이 인기를 끌면서 시청자들도 한글 자막을 선호하기 시작했고, 뒤이어 티빙, 웨이브, 왓챠 등 국내 OTT 업체들까지 모두 한글 자막을 제공하고 있는 추세다.
이에 따라 비장애인 시청자들도 자막에 익숙해졌고 지상파 드라마나 한국 영화 역시 이러한 트렌드에 발맞추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한글날이 좋은 점은 가장 시원한 계절 가을꽃들이 피는 10월에 있다는 것이다.
10월 한글날 휴일에는 각 학교 동창회 체육대회들이 많이 열린다. 아울러 한글날에는 많은 사람들이 가까운 산이나 관광지로 여행을 떠난다.
아름다운 가을날 추억들이 만들어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