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이른바 묻지마 살인사건이 연달아 발생하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중국 동부 장쑤(江蘇)성 우시(無錫)공예직업기술학원(전문대)에서 16일 '묻지마' 살인사건이 일어나 8명이 숨지고 17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홍콩 명보가 보도했다.
지난 11일 광둥성 주하이 차량 습격 사건이 일어나 30여명이 숨진 데 이어 1주일 만에 2번째 보복살인 사건이 일어나 중국을 놀라게 하고 있다고 해당 매체는 전했다.
사건은 이날 오후 6시30분쯤(이하 현시시간) 발생했다. 현장 목격자는 인터넷에 올린 동영상을 통해 "동료 여학생이 흉기에 찔렸다"면서 "상처를 막으려고 노력했지만 자상이 너무 깊어 피를 많이 흘렸다"고 말했다고 명보는 보도했다.
경찰 조사 결과 범인은 우시공예직업기술학원 올해 졸업생으로 11월16일에 쓴 유서를 남겼다. 그는 인터넷에 올린 유서에서 "매일 16시간 공장에서 일하면서 임금을 제때 받지 못했고, 학교는 졸업시험 탈락을 이유로 졸업증 발급을 거절했다"면서 "내가 죽어서 노동법의 진보를 이루자고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유서 말미에 "무산계급 만세, 역사가 나를 심판하라. 역사는 내가 옳았음을 증명하리라"고 강조했다.
주하이 차량 돌진 참사 현장 / 웨이보 관련 영상
우시공예직업기술학원은 1933년 우시가 관할하는 이싱(宜興)에서 개교한 장쑤성 이싱초급도예직업학교 후신으로 재학생은 1만2000명이다. 현재 도자기 제작으로 전국 대학 중화우수전통문화전승기지이며, 실습을 중시해 재학생들은 공장에서 실습과 학습을 겸하고 있다.
올해 들어 경기 불황 여파로 중국 전역에서는 사회 보복성 강력사건이 빈발하고 있다. 지난 2월 10일 춘절 당일 산둥성 쥐(莒)현에서 발생한 사제 총기 난사 사건으로 수십 명이 숨졌다. 2월에는 톈진시의 식재료 판매상이 쥐약을 주사한 제품을 판매해 여러 명이 중독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10월 13일에는 허베이성 한단(邯鄲)에서 개인적인 원한으로 칼부림을 저질러 3명이 숨졌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도 속출하고 있다. 6월에는 지린성에서 미국 대학 강사가 흉기로 부상을 입었고 쑤저우에서는 일본인 모자가 공격을 받았다. 9월에는 선전에서 일본인 남자 아동이 괴한의 칼부림에 희생됐다.
화둥이공대의 마쯔치(馬子琪)·자오윈팅(趙雲亭) 박사는 중국의 사회 보복성 사건 연구에서 “이들의 목적은 침해당한 이익에 반발하는 것이 아니라 센세이션을 일으켜 사회 전체에 ‘나를 주목하라’는 신호를 보내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외신들은 중국의 경기 침체와 부동산 위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묻지마 살인·폭력 사건이 잇따른 점에 주목하며 그동안 쌓여온 사회적 불만이 폭발해 이같은 범죄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중국 당국이 시민 안전을 보호하는 데 실패했다고 여겨지면 당의 정통성은 침식될 수 있으며, 경제 전망이 불확실한 시기에 사회적 긴장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중국 당국은 최근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묻지마' 사건이 잇따르자 지난 10월 "무고한 대중에게 분노를 표출할 위험이 있는 자들을 솎아내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이번 사건 발생 뒤에도 특정 범죄 사건에 대해서는 이례적으로 시진핑 국가주석이 직접 나서 "위험의 원천적 예방과 통제를 강화하고 갈등과 분쟁을 제때 해결하며 극단적인 사건의 발생을 엄격히 방지하라"고 지시했다.
동시에 이번 사건과 관련한 검열도 강화되는 모양새다. SNS에서는 사건 관련 해시태그가 갑자기 사라지는가 하면, 사건 현장에서는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가져온 꽃다발과 촛불이 바로바로 치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