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먼 길인 인천까지 결혼식 참석하러 전철 타고 가는 길에 복잡하여 손잡이를 잡고 섰는데, 내 앞에 앉은 사람들은 도무지 내리지를 않는다.
삼십분 이상 서서 가다가 겨우 뒤쪽에 자리가 생겨서 앉았는데 내 앞에 서있는 사람은 또 내보고 그러려니, 이 사람은 언제쯤 내릴는지 자리 잡기 참 힘드네라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수인 분당선 인천행은 외국인들도 많고 아주 복잡하다. 그래도 기다리다 보면 앉을 자리가 생기고 자리도 물갈이를 계속한다.
세상살이가 그렇듯이 모든 것은 시간이 흐르면서 자리도 변화하고 있다.
나무들이 많은 산책길을 걸으니 운동화가 낙엽 속으로 빠져든다.
뜨거운 계절에 풍성하던 싯푸름들도 이제 떠날 때를 알고 자리를 비켜주듯 하는데, 설령 원치 않더라도 바람에 밀려 땅으로 떨어져 쌓이고 있다.
가을이 깊어가고 낙엽이 흩날리면 구르몽의 시 '낙엽'이 생각난다.
시몬, 나무 잎새 져버린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낙엽 빛깔은 정답고 모양은 쓸쓸하다.
낙엽은 버림받고 땅 위에 흩어져 있다.
~ ~ 중략 ~~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가까이 오라. 우리도 언젠가는 낙엽이 되려니.
가까이 오라. 밤이 오고 바람이 분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가을이면 왠지 쓸쓸함이 스치는 계절이라 그런지 가을 노래들이 엄청나게 많고 그중에서도 낙엽을 이야기한 멜로디가 특히 감미롭게 다가온다.
마이클 호페(Michael Hoppe)가 작곡한 'Gold Leaves (황금빛 낙엽)'는 가을의 정서와 아름다움을 깊이 있게 표현하고 있다.
이 곡은 차분하고 섬세한 멜로디로 청중에게 감정적인 여운을 남기며, 가을의 낙엽이 주는 쓸쓸함과 동시에 그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준다.
'Gold Leaves(황금빛 낙엽)'도 유명한 곡이지만 낙엽에 관하여 참 많은 명곡들이 있으며, 그중에 유명한 'Autumn Leaves'도 있다.
오랜 세월 동안 가을이 오고 낙엽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은연히 떠오르는 샹송 '고엽'에 심취했다.
'고엽'은 샹송의 대표라고 할 만한 불후의 명작이다. 1945년 6월 15일 사라 베르나르 극에서 초연되었던 롤랭 프티의 발레 '랑데부'를 위해 만들어진 이래 전 세계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수많은 사람들이 부른 결과, 1950년에 이르러 'Les Feuilles Mortes'는 세계적인 히트가 되었다. 같은 해에 미국에서 자니 마더가 영어 가사를 붙여 'Autumn Leaves'라는 제목으로 빙 크로스비가 녹음했다. 1955년에는 피아니스트 로저 윌리엄스의 레코드가 밀리언 셀러를 기록했다. 1956년에는 이 곡을 주제가로 사용하여 존 클로포드와 클리프 로버트슨 주연의 영화 'Autumn Leaves'가 만들어져 사운드트랙에 냇 킹 콜이 노래를 취입했다.
The falling leaves drift by the window ( 떨어지는 낙엽이 창가에 날리네요 )
The autumn leaves of red and gold ( 빨갛고 노란 가을 낙엽들 )
I see your lips the summer kisses ( 난 당신의 입술을 봅니다 그 여름의 키스 )
The sunburned hands I used to hold ( 햇볕에 탄 손을 난 잡곤 했었죠 )
~~ 후략
아울러 가을 낙엽이 길가에 쌓일 때면 지금은 노년층이 되어가는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남아있는 노래가 '낙엽따라 가버린 사랑'이다.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의 'Anything That's Part of You'를 번안한 차중락의 '낙엽따라 가버린 사랑'은 한국에서 엘비스 프레슬리 원곡보다 더 인기가 높았다.
지금까지도 거의 전 가수들이 부르고 있는 노래다.
찬바람이 싸늘하게 얼굴을 스치면 / 따스하던 너의 두 뺨이 몹시도 그리웁구나
푸르던 잎 단풍으로 곱게 곱게 물들어 / 그 잎새에 사랑의 꿈을 고이 간직하렸더니
아아아아 그 옛날이 너무도 그리워라 / 낙엽이 지면 꿈도 따라가는 줄 왜 몰랐던가
사랑하는 이 마음을 어찌하오 어찌하오 / 너와 나의 사랑의 꿈 낙엽따라 가버렸으니
낙엽을 주제로 하는 음악들이 옛날부터 있어 왔고, 세월이 흐르고 바뀌어 가도 낙엽은 많은 감성과 음악을 만들어 낸다.
옛 음악을 듣다가 지금의 현실로 와보아도 감성은 마찬가지다.
요즘 인기 있는 악동뮤지션(AKMU)의 '시간과 낙엽'을 음미하여 본다.
맨발로 기억을 거닐다 / 떨어지는 낙엽에 / 그간 잊지 못한 사람들을 보낸다
맨발로 기억을 거닐다 / 붉게 물든 하늘에 / 그간 함께 못한 사람들을 올린다.
시간은 물 흐르듯이 흘러가고 / 난 추억이란 댐을 놓아
미처 잡지 못한 기억이 있어 / 오늘도 수평선 너머를 보는 이유
~~ 중략 ~~
맨발로 기억을 거닐다 / 노란 은행나무에 / 숨은 나의 옛날 추억을 불러본다
맨발로 기억을 거닐다 / 불어오는 바람에 / 가슴으로 감은 눈을 꼭 안아본다.
내 젊은 시절에는 최헌의 오동잎의 감성에 푹 빠졌었다.
당시만 해도 준수한 외모로 소녀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1977년 TBC 방송 가요대상을 시작으로 KBS · MBC 10대 가수상 등 당시 방송 3사 연말 대상을 1981년까지 연속해 휩쓸었던 유명 곡이다.
오동잎 한잎 두잎 떨어지는 가을밤에 / 그 어디서 들려오나 귀뚜라미 우는 소리
고요하게 흐르는 밤의 적막을 / 어이해서 너만은 싫다고 울어대나
그 마음 서러우면 가을바람 따라서 / 너의 마음 멀리멀리 띄워보내 주려무나
BTS도 '고엽'을 불렀고 나훈아도 '낙엽이 가는 길'을 부르며 가을이 깊어가고, 김태용의 멜로드라마 영화로 현빈과 탕웨이가 주연으로 출연하였던 '만추(晩秋 : 늦은 가을)' 영화 기차가 지나간다.
올해도 낙엽 지는 길을 걸으면서 연말에 올라오는 망년회 일정들을 보노라니 감회가 많아진다.
한 해 동안 푸르름으로 나부꼈던 수많은 나뭇잎들이 길에 내려앉으며 새로운 계절을 위한 거름으로 썩어가고, 나무는 내년에 더 풍성하게 도약하여 커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