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작가 기안84가 한국 예능 역사를 새로 썼다.
비연예인 최초 연예대상 수상이라는 전무후무한 업적을 이뤄냈다.
‘나 혼자 산다’,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이하 ‘태계일주’)’를 통해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으며 올 한해동안 화제의 중심에 있었던 기안84가 ‘2023 MBC 방송연예대상’ 대상을 차지했다.
볼리비아 산골에 사는 순수한 현지인과 너무나 자연스럽게 친구가 되고 인도 갠지스강 물을 거침없이 마시고, 마라톤 풀코스 완주까지 해 낸 그는 자타공인 올해 최고의 예능인이었다.
‘나혼자산다’를 통해 기안84만이 할 수 있는 독특한 매력, 즉 다른 출연자들과 어울려 노는 모습보다는, 주로 혼자 여행을 하거나 운동을 하며 조용하고 소탈한 모습을 보여오며 '유쾌하면서도 무해한' 이미지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런 그의 매력이 가장 빛나는 프로가 바로 ‘태계일주’였다. 낯선 곳에 대한 두려움과 편견 없이 거침없이 뛰어들어 현지인들과 이질감없이 어울리는 모습이 시청자들에게는 낯설면서도 큰 힐링으로 다가왔다.
어디서도 그 누구에게도 볼 수 없는 매력과 날것의 웃음이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통했고 수많은 이들이 기안84의 대상을 기대했다.
기안84가 대상을 거머지는 순간을 보기 위한 시청자들의 관심이 얼마나 큰지 드러났다. 지난 29일 방송된 ‘2023 MBC 방송연예대상’은 전국 가구 시청률 1부 6.4%, 2부 8.9%를 기록, 수도권 가구 시청률 1부 6.7%, 2부 9.0%를 기록했다. 또한 광고주들의 주요 지표이자 채널 경쟁력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인 2049 시청률은 1부 3.3%, 2부 3.9%를 기록했다. 순간 최고 시청률은 대상 수상자를 호명하는 순간으로 11.9%까지 치솟았다.
대상 시상을 위해 특별히 초대된 배우 차태현과 전년도 대상 수상자인 전현무에 의해 ‘2023 MBC 방송연예대상’ 의 최고 영예 대상 수상자로 호명된 기안84는 벅차오르는 감정을 누르며 예년과 달리 비교적 차분하게 소감을 밝혔다.
"아버지께 용돈 한번 드리지 못했다. 잘 된 걸 한 번이라도 봤으면 좋았을 텐데 싶다. 제주도에 있는 엄마, 엄마 나 상 받았어"라고 운을 뗀 뒤 "믿기지 않는다. 외동아들이라서 좀 이기적인 편인데 베풀고 살다가 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서 "어린이들 사인해줄 때 '꿈이 뭐냐'고 묻고 써주는데 어머니 지인 아들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하더라. 사인을 뭘 해줘야 할지 한 30분 고민하다가 네잎클로버를 그려줬다. 세잎클로버가 상처가 나면 그 공간에서 잎이 나와 네잎클로버가 된다고 한다. 23년도 힘든 일도 있었겠지만 그러한 일들이 여러분에게 행운을 가져다 줄 수 있는 24년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올해의 프로그램상 역시 기안84가 활약 중인 '태계일주'가 받았다. 대표로 무대 위에 오른 김지우 PD는 "1년이란 시간 동안 시즌 세 개를 했다. 제가 우울증이 왔을 정도로 힘들었다고 했는데 그 정도로 새로운 프로그램을 하고 싶었다. 지금은 그 시간들 모두가 선물처럼 느껴진다. 아마존, 정글, 그리고 인도 고산, 아프리카의 바다를 다니면서 정말 적은 인원으로 다녔다. 각자가 2인의 역할을 하지 않으면 힘든 상황이었다. 그분들에게 고생했고 자랑스럽다고 말하고 싶다. 출연자들이 힘들었을 텐데 그런 거친 환경을 따뜻하고 진정성 있게 겪어준 네 명의 여행가에게 고맙다"라고 전했다.
예능 최우수상은 박나래, 하하, 이장우가 수상했다. 먼저 박나래는 "후보에 내 이름이 있는 걸 보고 갑자기 물욕이 올라왔는데 받으니까 진짜 좋다. 여성 예능인들 덕분에 많은 든든함을 느끼고 있다. 감사하다. 올해 '나 혼자 산다'에 같이 나왔던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제작진분들이 목포까지 와줬다. 너무 감사하다. 그리고 팜유즈 사랑한다. '구해줘! 홈즈' 할 때마다 너무 많이 배우고 있다. 감사하다"라고 인사했다.
하하는 "항상 응원해 주는 별 씨 사랑하고 감사한다. 1월 1일 오랜만에 뭉쳐서 식사를 하기로 했는데 싸우지 않고 한 명의 이탈자 없이 마무리가 됐으면 좋겠다.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는데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극을 받고 좋은 영감을 받고 간다. 예능이 정말 많이 힘들어졌다. 이렇게 해도 욕을 먹고 저렇게 해도 욕을 먹더라. 그래도 사명감 있게 해내야 하지 않나. 가끔 숨이 벅차서 주저앉고 싶을 때 결승전 바로 앞이 가장 숨이 찬 법이라고 하더라. 2024년 결승전이 올지 모르겠지만 '놀면 뭐하니?' 무조건 뛰어가겠다"라고 약속했다.
이장우는 "정말 너무 큰 상을 주셔서 감사하다. '나 혼자 산다' 제작진분들 고생하는 거, 노력하는 거 잘 알고 있다. 감사하다. 어머니, 아버지께서 문경에서 보고 계신데 계속 장가 가라고 압박을 넣으신다. '아버지 이제 이 상을 받아서 좀 더 혼자 살아야 할 것 같은데 어쩌지?' 그리고 처음 예능을 할 때 무조건 자극적인 것만 찾았다. 그런데 하다 보니 결국엔 예능도 진정성이구나란 걸 느꼈다. 그랬더니 너무 행복하게 방송한 것 같다. '나 혼자 산다'는 내게 따뜻한 보금자리였다. 여자 친구(조혜원)가 지금 힘들게 일하고 있는데 '결혼을 조금 미뤄야 할 것 같은데 '나 혼자 산다' 조금만 더 해도 될까?'"라고 부탁해 좌중을 웃겼다.
시청자들의 투표로 결정된 베스트 커플상은 '태계일주' 기안84, 덱스, 빠니보틀이 수상의 영광을 누렸다. 강력한 경쟁 후보였던 '나 혼자 산다' 팜유즈는 베스트 팀워크상을 품에 안았다. "내년에 팜유즈가 살을 빼고 건강한 팜유즈로 다시 태어난다"라며 보디 프로필 촬영을 계획 중이라고 고백했다.
덱스냐 김대호 아나운서냐로 기안84의 대상 수상 여부 만큼 화제의 중심이었던 신인상은 둘의 공동 수상으로 결론이 났다. 남자 신인상을 수상한 덱스는 "진짜 꿈같다. 기대를 하지 않고 있었는데 너무 감사하다"라고 말했고, 김대호는 "일 하느라 24시간이 모자라다고 불평했는데 오늘만큼은 행복하느라 24시간이 모자랄 것 같다"라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여자 신인상은 풍자가 받았다. "아직도 집에서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사회에서 서러움이 있을까 걱정하는 아빠에게 사랑받고 있고 인정받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너무 감사하다"라며 눈물의 수상 소감을 밝혔다.
이하 '2023 MBC 방송연예대상' 수상자(작)
▶대상: 기안84
▶올해의 예능인상: 기안84(나 혼자 산다,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유재석(놀면 뭐하니?)·전현무(나 혼자 산다, 전지적 참견시점)
▶올해의 예능 프로그램상: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예능 최우수상: 박나래(나 혼자 산다)·하하(놀면 뭐하니?)·이장우(나 혼자 산다)
▶라디오 최우수상: 김현철(디스크쇼)
▶공로상: 이영자(전지적 참견 시점)
▶우수상: 주우재(놀면 뭐하니?)·장도연(라디오스타·세치혀·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라디오 우수상: 신지(싱글벙글쇼)·이석훈(브런치카페)
▶베스트 엔터테이너상: 양세형(전지적 참견시점, 구해줘! 홈즈)·붐(안싸우면 다행이야)
▶프로듀서 특별상: 김구라(라디오스타, 복면가왕)·김성주(복면가왕)
▶베스트 커플상: 기안84·덱스·빠니보틀(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멀티플레이어상: 유병재(전지적 참견 시점·학연·놀면 뭐하니?·선을 넘는 녀석들-더 컬렉션·세치혀·안하던 짓을 하고 그래)
▶베스트 팀워크상: 팜유즈(나 혼자 산다)
▶인기상: 코드쿤스트(나 혼자 산다)·원탑(놀면 뭐하니?)
▶예능 신인상: 김대호(나 혼자 산다)·덱스(태어난 김에 세계일주)·풍자(전지적 참견 시점)
▶라디오 신인상: 재재(두시의 데이트)·김일중(여성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