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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공감칼럼] 케첩과 토마토  

칼럼니스트 신종근

등록일 2024년09월11일 15시54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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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옆에 빈터가 있어서 매년 봄이면 이런저런 작물들을 심어 보았다.
첫해에는 고구마를 심었는데 매일 관심을 갖고 보아도 싹이 자라지를 못하고 심어 놓은 싹조차 없어져 버렸다.
나중에 알고 보니 고라니가 찾아와서 식사하고 간 것이었다.
집 옆이라 수시로 가 볼 수 있는 상추와 고추 같은 채소가 좋은데 둘 다 고라니가 즐겨 뜯어 먹어버린다.
호박은 괜찮다는 이야기도 있고 실제로 몇 년 동안 심어보니 고라니가 먹지 않는다고 다행이라 했는데, 어떻게 맛을 들였는지 고라니도 진화하는지, 올해부터는 호박도 어린순은 자라기 바쁘게 싹둑싹둑 잘라먹고 있다. 어떤 고라니가 먹는지 살펴보니 기존에 큰 고라니들은 고정관념이 있는지 먹지 않는데 새끼 고라니가 먹고 있다. 

 

 


 

 

울타리 하기도 쉽지 않은 빈터라서 고라니가 먹지 않는 것으로 고르다 보니 내년부터는 호박도 제외되어야겠다.
들깨는 차조기와 함께 매년 전년도 씨앗이 자연적으로 자라면서 잎이 작게 야생화되었고, 감자와 토마토도 고라니가 싫어하여 다행이긴 하나 벌레나 새들이 달려드는데 그러려니 생각해야 한다.
별로 속을 썩이는 것이 없는 부추만이 독야청청하여 그 밭을 일명 부추밭으로 하는 것이 속 편하다는 생각도 드는데 그래도 몇 개라도 더, 뭘 좀 심기로 한 것이 감자와 토마토다. 

 

뿌리에는 감자가 달리고 줄기에는 토마토가 달리는 톰테이토가 영국에서 나왔다고 몇 년 전 뉴스에서 본 적이 있다.
둘 다 가짓과 식물이라서 접붙여서 같이 키울 수가 있다고 하며 같은 줄기에서 땅에서는 감자 캐고 토마토 따먹고 좋겠는데 충분한 영양 비료 공급하고 병해에 신경 써야 재배가 가능할 것도 같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는 속담이 있듯이 많은 수확을 바라려면 그만한 공을 들여야 할 것이다.
국내 업체에서도 시범 재배에 성공하여 보급한다고 몇 년 전에 뉴스를 본 적이 있다. 

 

감자도 좋지만 감자보다도 토마토는 현대인들에게 건강식품이며 필수 과채류 과일이라고 매일 먹도록 권장되고 있다.
토마토는 완숙 토마토, 방울토마토, 쿠마토(흑토마토), 대저 토마토, 스테비아 토마토 등 여러 종류가 있다. 

 

텃밭이 있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토마토는 매년 심는 주요 작물이 되었다.
토마토 농장 엄마가 아들의 손을 잡고 걸어가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아들 : 엄마! 풋고추를 먹을 때 고추장에 찍어 먹던데 토마토를 먹을 때는 왜 케첩을 안 찍어 먹어?
엄마 : 고추는 과일이 아니고 밥하고 같이 먹는 채소일 뿐이야. 그런데, 토마토는 채소가 아니라 과일이잖아. 과일에 소스 찍어 먹는 사람 봤니?
아들 : 그런데 토마토도 익으면 케첩으로 만든다던데 케첩은 요리 소스이니 그럼 토마토는 채소가 맞는 것 아냐?
엄마 : 그래서 과일도 되고 채소도 되는 과채류라고 부른단다. 아들아. 그런데 걷기 힘들다고 엄마 손을 놓고 그리 뒤처지면 어떻게 하니?
엄마 : Come on! My son, Catch up, please!
Catch up과 토마토케첩의 발음이 비슷하여 생긴 어설픈 유머다. 

 


 

 

토마토케첩은 토마토, 설탕, 식초에 조미료와 향신료로 만든다. 향신료와 맛은 다양하지만 일반적으로 양파, 피망, 올스파이스, 고수, 정향, 커민, 마늘, 겨자 등이 포함되며 셀러리, 계피, 생강이 들어가기도 한다.
잘 익은 토마토를 껍질을 벗기고 으깨면서 체에 밭쳐 졸인 것을 '토마토 퓌레'라고 한다. 토마토 퓌레에 소금과 향신료를 조미한 것이 '토마토소스'이며 소스를 보다 강하게 점도를 높여서 조미하고 단맛을 낸 것이 '토마토케첩'이다.
토마토케첩은 보통 감자튀김, 햄버거, 핫도그, 치킨 텐더, 토스트 샌드위치 등 튀기거나 기름기가 많은 음식의 소스로 가장 많이 사용된다. 또한 다른 소스와 드레싱의 기본 또는 보조 재료로 사용되기도 한다. 

 

토마토케첩이 탄생하기 전, 이미 중국에서 케치압이라고 불리는 젓갈이 있었고 이는 다량의 소금으로 만든 액젓으로 항해에 적합한 조미료였으며, 동남아시아를 거쳐 영국에서도 케치압을 접할 수 있었다.
액젓에서 유래되었다고 하지만 케첩의 재료는 점점 다양해졌으며 당시 유행한 케첩의 형태는 버섯이 주재료였다.
이후 19세기 초 미국에서 식품회사 하인즈의 설립자인 헨리 J. 하인즈가 방부제 겸 맛을 돋울 용도로 설탕과 식초를 대량으로 첨가해 상하지 않는 토마토케첩을 만들었고, 항상 제품의 상태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투명한 유리병에 케첩을 담아 팔면서 대성공하게 되었다.
즉, 케첩 하면 토마토소스 베이스의 빨간 소스라는 인식이 생기기 시작하였고 이제는 '케첩'이라고 하면 한국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거의 대부분 토마토케첩을 의미한다.
케첩의 표기법은 'catsup'이나 'catchup' 등이 난립하는 상황이었지만 하인즈가 'ketchup'을 제품명으로 삼았고, 하인즈 케첩이 대박을 치며 영문 표기가 'ketchup'으로 완전히 굳어지게 되었다. 

 

망망대해 카리브해서 24일간 케첩과 마늘가루를 먹으며 생존한 남자, 케첩 회사 하인즈로부터 새 보트 받는다는 보도가 재작년에 있었다.
2022년 12월 카리브해의 네덜란드령 세인트 마틴 섬 항구에서 돛단배를 수리하던 프랑수아는 악천후로 바다에 떠밀려갔다 24일 만에 구조됐다.
프랑수아는 "당시 육지로 돌아가기에 내 항해 실력은 역부족이었다"라며 "가진 것이라곤 배 위에 있던 케첩 한 병과 마늘 가루, 육수용 큐브뿐이었다"라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그걸 물과 섞어 마시면서 버틸 수 있었다"라고 했다. 

 

색깔이 빨간 탓에 고추장과 비슷한 소스로 혼동되는 경우도 있다. 신문수 원작 만화인 신통방통이에선 미국인이 한국에 와서 매운 고추장을 한국 케첩이라고 착각하여 샐러드로 가득 찍어 먹었다가 맵다고 입에서 불이 나듯 야단치며 날뛰던 게 나온다. 80년대에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의 기록에도 길거리 떡볶이를 케첩에 버무린 소시지로 착각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예전에 내가 다니던 회사에서 어린이날이나 가족 초청하는 날에는 회사 식당에서 가족 식사를 하였는데, 그때 식당 테이블마다 빨간 고추장병이 비치되어 있었고 우리 집 아이가 그게 케첩인 줄 알고 음식에 온통 발랐다가 깜짝 놀라고 웃은 적이 기억난다. 

 

토마토는 유럽에 왔을 때 Wolf Peach(늑대 복숭아)라고 불렸다. 이것은 마녀와 마법사가 늑대 인간으로 변신하기 위해 물약에 토마토를 사용했다는 독일 전설에서 유래했다. 영어 Tomato 와 스페인어 Tomate는 아즈텍어에서 유래되었으며, 이탈리아어 뽀모도로(pomodoro)는 황금 사과라는 뜻인데, 이는 그리스 신화 중 헤스페리데스 동산에서 자란다는 바로 그 황금 사과를 말했던 것이라고 추측되며 프랑스인들은 토마토를 Love Apple(정력 사과)이라고 불렀다.
조선시대에는 나무에서 자라지 않는 일년생 채소라는 의미에서 일 년 감이라고도 불리며, 한자명으로 남만시로도 알려져 있다.
지봉유설(1614)에 이런 기록이 있다. '남만시는 풀에서 나는 감으로 봄에 심어 가을에 열매 맺는다. 맛은 감과 비슷하다. 남만에서 온 것으로 사신이 중국과 조선에 종자를 가져왔다.' 

 

토마토는 연어, 녹차, 블루베리, 브로콜리, 적포도주, 마늘, 견과류, 귀리, 시금치와 함께 타임지 선정 10대 건강식품으로 선정되었다.
토마토가 건강식품으로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라이코펜' 때문이다. 토마토의 붉은색을 만드는 라이코펜은 노화의 원인이 되는 활성산소를 배출시켜 세포의 젊음을 유지시킨다.
라이코펜은 강력한 항산화제로 혈전 형성을 막아주므로 뇌졸중, 심근경색 등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노화 방지, 항암, 혈당 저하 등의 효과가 있다. 토마토에 들어 있는 '루틴'은 혈관을 튼튼하게 하고 혈압을 내리는 역할을 하므로 고혈압 환자에게 좋은 식품이다.
토마토는 그냥 먹으면 체내 흡수율이 떨어지므로 열을 가해 조리해서 먹는 것이 좋다. 열을 가하면 라이코펜이 토마토 세포벽 밖으로 빠져나와 우리 몸에 잘 흡수된다. 

 

토마토는 토마토 피자, 토마토 파스타 토마토 스파게티 등에 들어가는 다양한 요리의 재료가 된다.
한편, 토마토케첩과 외형이 비슷한 고추장으로 쿠키를 만들었다고 호기심을 자극한 뉴스가 있다.
뉴욕타임스 쿠킹에서 고추장 캐러멜 쿠키를 에릭 킴의 레시피로 소개하였는데 예상외로 맛있었다는 반응들이다.
고추장으로 만든 요리에 매운맛의 중화와 빨간색을 강조하는 토마토케첩이 들어가기도 한다.
고추장 음식에 토마토케첩이 같이 들어간 떡볶이도 매운 것을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토마토를 건조하면 어떻게 될까. 수분량이 엄청나게 많은 과일이므로 그 자체로 건조하면 가성비는 떨어지겠다.
저염으로 만든 토마토 고추장도 여러 업체에서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강원도 영월에서는 토마토 잼을 만들어서 상품화하였다고 한다.
영월 토마토 잼은 공모전에 신설된 로컬 특화 제품으로 유기농 토마토에 레몬즙과 고추를 첨가해 상큼하고 매콤한 맛의 균형이 뛰어나 호평을 받았다. 

 


 

 

토마티나는 스페인의 발렌시아 주에 있는 도시 부뇰에서 8월 마지막 수요일에 열리는 토마토 축제이다. 축제 기간 동안 전 세계에서 도시 인구의 반 이상의 사람이 모여 잘 익은 토마토를 서로에게 던진다.
국내에서 토마토 축제는 경기도 광주 퇴촌 토마토축제가 6월에, 강원도 횡성 둔내 고랭지 토마토 축제와 화천 토마토 축제가 8월에 열린다.
그 외에도 몇 군데 토마토 축제 행사를 하는 곳도 있다. 

 

요즘 마트에 가면 일 년 내내 토마토가 나온다.
토마토로 다양한 요리를 만들 수 있지만 요리를 즐기려면 조금은 부지런해야 한다.
토마토 식단과 함께 매일매일 건강한 시간들이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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