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 3월 소방 공무원들의 휴식과 회복을 위한 ‘재난현장 소방관 회복버스’를 소방청에 8대 기증했다.
국내 재난현장에서 불굴의 투혼으로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현직 소방 공무원들을 기업이 함께 격려하고, 실질적 도움을 제공하기 위한 취지이다.
이는 평소 소방관들의 헌신에 깊은 관심을 가져온 정의선 회장의 적극적인 제안으로 이루어 졌다.
기증 사유와 과정 절차 등과 관련해 현대자동차 그룹 책임매니저가 일간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상세히 밝혀 큰 감동을 주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지난 3일 한국일보에 따르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처음 회복 지원 버스 기증을 결심하면서 "우리 사회를 위해 헌신하는 소방관을 돕는 것도 우리가 가장 잘하는 걸로 하자"며 "소방관들에게 꼭 필요한 자동차를 최고로 만들어 주자"고 말했다고 한다.
소방관들은 산불이나 대형 화재가 발생하면 몇 날 며칠이고 현장에 머물러야 한다. 화마(火魔)에 맞서 혼신의 힘을 다해 싸우지만 불이 꺼지지 않으면 자리를 비울 수 없기 때문이다. 교대로 잠시 쉬는 동안에도 몸을 기대 쉴 만한 휴식 공간이 마땅히 없어 늘 바닥에 주저앉아 휴식을 취하거나 쪼그린 채로 컵라면으로 열량 보충을 한다. 이런 어려움을 알게 된 현대차그룹은 소방관들에게 '회복 지원 버스'라는 걸 기증했다.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잠시라도 편히 쉬면서 수분과 열량을 보충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2023년부터 강원, 경북, 인천 등에 소방관을 위해 특수 제작한 회복 지원 버스를 기부해 왔다. 정 회장은 2023년 3월 울산시 북구 울산북부소방서에서 소방관 회복버스 여덟 대를 소방청에 기증하기로 약속했고 올해 6월 제주 소방본부에 회복 지원 버스를 전달하며 약속한 차량을 모두 전국으로 보냈다.
정 회장은 제주 전달식에서 "8대가 지원됐는데 전국에서 써보고 더 필요하면 당연히 더 지원하겠다"며 "무엇보다도 소방관분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있는 데 큰 기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버스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맡아 이끈 함승현 현대차그룹 책임매니저는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고 털어놨다. 함 책임은 "회복 지원 버스를 기증하기로 하고 실제 전달하는 데 꼬박 7, 8개월이 걸렸다"며 "그 기간 동안 소방청과 수차례 회의를 하며 의견을 듣고 다시 내부 자동차 전문가들과 길고 긴 협의를 이어 갔다"고 말했다.
이미 국내 최고 기술력으로 다양한 자동차를 생산하는 현대차그룹에서 버스 여덟 대 기증하는 과정이 왜 그리 힘들었는지 최근 서울 서초구 현대차그룹 본사에서 함 책임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처음 소방관들에게 회복 지원 버스를 기증하기로 했을 때 정 회장의 지시는 딱 한 가지였다고 한다. 소방관들이 꼭 필요한 걸 최대한 많이 듣고 버스 내부를 최고로 꾸며 만들어드리라는 것. 함 책임은 밤낮없이 소방청 실무자와 통화하고 해외 사례와 논문까지 찾아 꼼꼼히 자료를 모아 공부했다.
이런 노력 끝에 소방관 회복 지원 버스 설계는 크게 세 가지에 집중하는 것으로 정해졌다. 우선 소방관들이 버스에 머무는 동안 개별적으로 충분한 휴식이 될 수 있는 기능을 갖추는 것과 쉬는 동안 충분한 열량과 수분이 보충될 수 있게 하는 것, 마지막으로 무거운 장비와 화재로 인한 오염 물질로부터 차량이 파손되거나 오염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였다.
이 덕분에 버스에는 프리미엄 리클라이닝 시트가 적용된 개별 휴식 공간 10석이 만들어졌고 양문형 냉장고와 정수기, 전자레인지 등이 배치됐다. 차량 시트에는 오염에 강한 폴리우레탄(PU) 원단을, 바닥엔 찍힘에 강한 강화마루를 깔았다. 버스 안쪽에는 특수 제작된 소파와 접이식 책상도 배치됐다.
그렇게 제작된 1호 회복 지원 버스가 지난해 11월 경북 소방본부에 전달됐고 이후 강원, 인천, 전북 등에 차례로 차량을 보냈다. 특히 청정 지역 제주에는 친환경 수소전기 버스를 전달했다. 제주는 수소버스 운영이 가능한 환경을 갖췄고 장시간 버스를 세워둬도 오염물질 배출 없이 현장 상황실과 휴식공간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더 의미가 컸다. 다만 버스 한 대의 가격은 약 11억 원 정도로 훌쩍 뛰었다. 그럼에도 현대차그룹은 앞으로도 이런 버스가 필요한 곳이 있다면 더 기증하겠다는 각오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은 지난 3월 소방 공무원들과의 간담회에서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된 현장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해 주시는 소방관 여러분의 헌신과 노력 덕분에 우리 모두가 ‘안전한 오늘’을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모든 소방관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정의선 회장은 이어 “소방관 여러분들의 의견을 담아, 현장 맞춤형으로 제작되는 재난현장 회복버스가 소방관 여러분들께 작게나마 도움이 되길 기원한다”고 밝혔다.
정의선 회장은 또한 “지금의 현대자동차그룹을 있게 한 도시인 울산에서 동료 기업인 분들과 함께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 내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어 감회가 새롭다”며 “앞으로도 신기업가정신협의회를 통해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위한 더 많은 변화가 일어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소방 공무원들의 복지에 꾸준히 관심을 갖고 지원 프로그램을 지속 운영해 오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 명예회장 사재 출연으로 설립된 현대자동차 정몽구 재단은 2012년부터 순직 및 공상 소방 공무원 자녀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위해 희생한 소방 공무원들의 뜻을 기리고, 자녀들의 성장을 우리 사회가 함께 돌봐야 한다는 취지로 지원을 시작했으며, 11년간 연인원 약 2천명의 소방 공무원 자녀들이 장학 혜택을 받았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소방 공무원들의 교육 및 훈련 역량 향상을 위해 차량도 지원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기아 기술연구소가 보유한 시험 차량들을 소방청에 전달해 자동차 화재진압 대응과 인명구조 역량을 강화시키기 위한 교육에 활용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전기차·하이브리드차 등도 지원함으로써 친환경차 보급이 확대되는 현 상황에 맞춰 자동차 사고 예방 및 화재에 대해 선제적인 대응 훈련이 가능하도록 했다.
또한 2022년에는 재해구호협회에 재난현장 근무자의 휴식 지원을 위한 ‘심신회복 버스’를 기부했다. ‘심신회복 버스’에는 프리미엄 좌석, 의료장비, 조리시설, 산소공급시설 등이 적용돼 있으며, 재난 발생시 현장에 긴급 지원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이와 함께 국내 재난 발생 시 국민 안전을 위해 다양한 피해 복구 지원 활동을 펼치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규모 재난 발생 시 현대자동차그룹은 성금 기탁은 물론 재난 지역에 긴급 지원단을 파견하고 생필품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특수 제작된 세탁 구호 차량을 투입해 침수 및 화재 등으로 오염된 의류 및 침구를 무료로 세탁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이재민들의 피해 복구를 돕고 있다. 수해를 입은 차량에 대해서도 무상점검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해 중부지역 집중 호우로 피해가 발생했을 때 20억원의 성금 기탁은 물론 긴급 구조활동에 나섰으며, 울진·삼척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해서도 성금 50억원을 기탁했다.
이외에도 2020년 코로나 19, 2020년 집중호우, 2019년 강원도 산불, 2019년 태풍 ‘미탁’, 2017년 포항 지진 등 재난 발생 시 복구 지원을 위한 성금 및 활발한 사회공헌 활동을 시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