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내수 소비 둔화세가 지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매 판매의 실질적인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가 이른바 카드대란이 있었던 200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9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통계청의 '서비스업 동향 조사' 데이터를 분석해 작성한 '최근 소매 판매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소매판매액지수(불변지수 기준) 증가율은 작년 동기 대비 2.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매판매액지수는 개인·소비용 상품을 파는 2천700개 기업의 판매액을 조사한 결과다. 이 중 불변지수는 물가 상승의 영향을 제거한 값으로, 경제 주체들의 실질적인 재화 소비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로 활용된다.
이 지수의 증가율이 음의 값이면 실질 소비의 양이 이전보다 감소했다는 의미다.
올해 상반기 불변지수 기준 소매판매액지수는 이른바 '카드 대란'으로 내수 소비가 크게 꺾였던 2003년(-2.4%)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이 지수 증가율은 상반기 기준 2021년 5.5%에서 2022년 1.2%로 떨어진 데 이어 2023년 -0.8%, 올해 -2.4%로 3년 연속 하락했다.
경총은 이를 근거로 2020년께부터 국내 실질 소비는 계속 둔화한 것으로 해석하면서 최근 수년간 누적된 세계적인 물가 상승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품목별로는 소매판매액지수(경상) 증감률의 편차가 컸다. 난방기기, 전동 공구 등 기타 내구재(10.3%), 가구(8.7%), 의약품(5.1%), 음식료품(2.2%) 등은 작년 상반기 대비 증가했으나, 승용차(-8.1%), 오락·취미·경기 용품(-5.3%), 침구류, 주방용품 등 기타 준내구재(-3.6%) 등은 감소했다.
5년 전인 2019년과 비교한 누적 증가율은 담배, 신문, 화장지 등 기타 비내구재(45.2%), 의약품(42.4%), 승용차(31.4%) 등이 높게 나타났다.
이에 비해 신발 및 가방(1.2%), 통신기기 및 컴퓨터(2.6%), 가전제품(3.0%)의 누적 증가율은 낮은 편이었고, 화장품(-9.5%)은 마이너스로 나타나 올해 상반기 화장품 소매 판매가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도 부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업태별로는 면세점(13.6%)에서 올해 상반기 소매 판매액 지수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이는 최근 면세점 이용객 증가에 따른 영향이 일부 반영됐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인터넷쇼핑 등 무점포 소매(7.7%)와 대형마트(5.2%)는 작년 상반기보다 증가했지만, 승용차 및 연료소매점(-4.2%), 전문소매점(-3.1%), 슈퍼마켓 및 잡화점(-1.9%)은 감소했다.
5년 전과 비교한 누적 증가율은 무점포 소매(67.9%), 백화점(35.3%), 승용차 및 연료소매점(30.0%)은 높은 수준을 보인 반면, 면세점(-36.5%)은 크게 감소했다.
이승용 경총 경제분석팀장은 "최근 호조세를 보이는 수출과 달리 내수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우리 경제 회복을 제약하고 있어 우려스럽다"며 "내수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와 지원책들을 적극 추진하는 한편, 장기간 높은 수준에서 유지된 기준 금리의 인하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