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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공감칼럼] 가을 여행길을 나서다

칼럼니스트 신종근

등록일 2024년10월30일 12시50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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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에 일어나면 햇살에 일렁이며 파도가 밀려오고 가는 해변 모래사장으로 걸어 보고 싶다.

나의 작은 버킷 리스트 중의 하나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일상인데 또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희망이 될 수가 있는 것이지만 꼭 어느 것이 좋거나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해와 달은 서로 비교하는 법이 없다.

해가 빛나는 시간이 있고 달이 빛나는 시간이 있듯이,

각자의 시간대에서 다르게 빛나고 있을 뿐이다.

인류의 성인께서 말씀하셨다고 한다.

누가, 어느 것이 나쁘고 좋다가 아니고 단지 다를 뿐이다.

 

가을 바다로 가자. 모래사장에 가서 걷고 뛰고 하자.

아울러 봄여름 비바람 치며 뜨겁고 힘든 계절을 이겨낸 온 산에 알록달록 물감을 그리고 있는 가을을 만끽하여 보자.

그런데 막상 단풍철이라 집을 나설까 하니 길도 복잡하고 먼 길을 운전하기에 조금 망설여진다.

그렇게 계획만 하다가 3일 이내에 실행에 옮기지 못하곤 하였는데 드디어 출발했다.

이것은 작심 3일이 아니라 작심 실행인가.

 

참고로 작심 3일이란 뜻은 단단히 먹은 마음이 사흘을 가지 못한다는 뜻으로, 결심이 굳지 못함을 이르는 말이다. 그러나 3일마다 작심을 한 번 더 하면 6일은 간다.

6일까지 했는데 그 전체 과정을 한 번만 더 반복하면 12일은 가고, 그걸 또 한 번 더 하면 24일이다.

실제로 예전에 내가 담배 끊을 때 그렇게 하였다.

 

영동고속도로를 달려 원주를 지나고 횡성휴게소에서 잠시 쉬고는 또 구간단속 구간을 한참을 가다가 대관령 휴게소가 나오기 조금 앞에 대관령 전망대 졸음쉼터가 있어서 들렀다.

강릉시와 동해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최고의 전망 장소이며 산 정상에 올라온 기분이 든다. 그곳은 가끔 바람이 아주 세게 부는 곳이다. 차에서 내릴 때에 승용차 문을 열자 말자 엄청난 바람에 문이 밀려서 휘청하였다.

대관령 전망대 졸음쉼터에 들러보면 몇 가지 좋은 점을 찾을 수가 있는데 혹시 거기 가거들랑 한번 생각을 찾아보면 재미있다.

 

 


 

 

가을 산에 단풍이 가장 화려하게 든 것은 이름 그대로 단풍나무이며, 주변에 여러 다른 나무들과 어울려서 그 색채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일반적으로 단풍 나무라고 하면 단풍나무속(Acer)에 속하며 잎이 붉게 물드는 모든 종들을 총칭해서 말하는 것이다. 단풍나무속 식물은 전 세계적으로 약 128여 종이 살고 있고, 주로 북반구의 온대지방에 분포한다.

 

봄에 고로쇠 물로 많이 접하는 고로쇠나무는 분류상 단풍나무속에 속하지만 단풍나무로 착각하기 쉬운 나무인데 일반 단풍잎에 비해 굴곡 사이사이가 매우 얕고 톱니가 없다. 잎차례는 마주나기이며 가을엔 단풍나무처럼 붉게 물이 든다. 줄기에 상처를 내면 진액이 나오는데 이것이 흔히들 말하는 고로쇠 물 또는 고로쇠 수액이다.

고로쇠는 뼈에 이롭다는 뜻의 한자어 골리수(骨利樹)에서 유래하였다.

 

고로쇠 수액을 끓여서 졸이면 메이플 시럽이 된다. 고로쇠 수액의 당도는 2~3 brix로 여타 단풍나무 수액과 많이 차이 나지는 않지만 메이플 시럽의 표준 당도는 66~67 brix다.

메이플 시럽은 아메리카 원주민으로부터 유래되었으며 주로 설탕단풍나무 수액을 끓여서 만들고, 팬케이크, 와플 등의 캐나다 요리에 널리 사용된다.

바로 채취한 고로쇠 물을 마셔보면 외관으로 보나 맛으로 보나 거의 물과 크게 차이가 없어 보이는데 컵라면을 끓이면 단 맛이 강해져 못 먹을 음식이 된다.

 

고로쇠 물을 한 일주일 정도 묵혀두면 살짝 뿌옇게 변하며 단맛이 나게 된다. 보통은 이때 마신다. 이름대로 뼈에 좋다 하고, 위에도 좋다고 알려져 있다.

속이 안 좋을 때 한 잔 마시면 속이 풀린다. 다만 체질이 안 맞으면 묘하게 거슬리는 맛으로 인해 구역질이 발생할 수 있어서 취향을 좀 많이 타는 편이다.

 

영동고속도로 대관령 휴게소를 지나고 차를 달려 맨 먼저 민속 5일장으로 옛날부터 유명하였다는 동해 북평시장으로 향하였다.

요즘 북평시장은 큰 도로 옆으로 길게 좌판들을 놓고서 장사하고 있으며, 시골에서 직접 가져와서 팔고 있는 농산물들이 많았다.

시장에서 과일들을 사고 몇 가지 군것질도 하고 저녁 무렵에는 동해 묵호항 수산시장에 가서 해산물을 먹어 보기로 하였는데 조금 늦었는지 다른 고기들은 별로 없고 일명 아나고라고 불리는 붕장어만 가득 있었다. 붕장어 1킬로를 주문하니 11마리나 건져내었고 실제 무게는 거의 1.5킬로 정도 되었는데 1킬로 값만 받으셨다.

그냥 그대로 회를 뜨니 양이 꽤나 많아서 도저히 다 먹질 못하고 남은 것은 숙소에 가져와서 다음날 라면 끓일 때 같이 넣어 먹었다.

 

저녁 식사 후에 숙소는 동해 시내에 장소를 정하고 짐을 풀었다.

동일한 숙소에서 연박을 하니 매일 숙소를 예약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없이 낮에도 볼일 마치면 집에 가듯, 힘들 때는 숙소에 들러서 낮잠을 자도 될 만큼 마음이 편하다. 그 대신 어디 놀러 갈 때는 숙소 기준으로 다시 출발하고 돌아와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지만 한 달 살기도 유행하는데, 한곳에 그렇게 오래 있지 않아도 되고 일단 가보고 일정을 더 늘리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저녁 시간이 되면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식자재 전용 슈퍼 마트나 대형 종합 마트도 있어서 필요한 것을 아주 편리하게 구입하여, 숙소에서도 상당 부분을 해결할 수가 있다.

 

다음날 아침에 숙소에서 가까운 한섬 해수욕장과 한섬 방파제와 고불개 해변을 산책하니 숲길과 해변 길을 연이어 산책하는 여유로움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런 일상이 얼마나 지나면 지겨워질까 몰라도 매일 일상이 되고 즐거우면 버킷리스트 하나를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동해 무릉계곡 
 

 

낮에는 동해시에서 가까우며 국민관광지 1호인 두타산 무릉 계곡에 가보기로 했다.

무릉 계곡은 동해시 삼화동에 위치한 계곡으로 두타산과 묶여서 알려지기도 한다.

무릉 계곡에서 주차장에서 출발하여 - 베틀바위 - 미륵바위 - 수도골석간수 - 마천루 전망대 - 쌍폭포 - 용추폭포 - 하늘문 - 신선바위 - 관음암 - 삼화사 - 제2주차장 (원점회귀) 코스가 조금 힘들지만 최고의 절경을 자랑한다.

이번에 갔을 때 산길에서 만난 단체로 온 사람들을 보니 70대 중반 정도 되는 사람도 제법 보였는데 그 코스로 가고 있었다.

그렇다고 두타산 정상까지 가는 코스는 정말 제대로 된 몸과 장비를 준비하고 가야 하는 먼 길이므로 지치기 십상이고 별로 볼 것도 없으므로 추천하지는 않는다.

나는 10년 전에 두타산 정상에 올라가 본 적이 있고 그 뒤로 동창 지인이 올라갔다가 퍼져서 엄청나게 고생을 하였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무릉 계곡에 도착하기 전에 있는 무릉 별유 천지는 광산을 개조한 유원지로, 2021년 화제작이었던 SBS 금요드라마 펜트하우스 III의 촬영지로 여름에는 관광객들이 매우 많다.

또 다른 국민 관광지인 망상 해변은 동해 묵호항에서 북쪽으로 3km쯤 떨어져 있는 국민관광지로서 부근의 옥계, 경포 등과 함께 동해안의 유명 관광지이다.

넓은 백사장과 울창한 송림, 청정한 해수, 얕은 수심 등 동해안 해수욕장 중 가장 넓고 쾌적한 환경을 갖추었으며, 각종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이용하기에 편리하다. 해수욕장 바로 위에는 오토캠핑장이 있어 가족단위로도 인기가 있다.

 

매일 동해바다가 보고 싶으면 동해안의 어느 마을을 하나 선택하고 가서 살면 된다.

어는 곳이든지 그곳에 가 보고 싶으면 그곳에 가면 된다. 말은 참 쉽지만 행동은 일단 시작하기 나름이다.

잠시 머무를 것인 지 더 오랫동안 살아볼 것인 지,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선택의 폭이 거의 없겠지만, 퇴직하고 시간에 여유가 있다든지, 재택근무가 가능하다면 시도하여 볼 수 있는 방법 중에 하나다. 경제적인 여유와 시간이 된다면 해외에서 한 달 살아보기도 마찬가지다. 최근에 여러 유튜버들이 해외에서 한 달 살기를 소개하는 내용들을 많이 소개하고 있어서 재미있게 보기도 한다.

돈은 최대로 아껴 쓰면서 낯선 곳에서 살아보기는 호기심과 모험심의 숙제를 풀어나가는 재미가 쌓이고 현지 생활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성취감이 있다.

 

물론 살던 곳에서 멀리 떠나면 건강 문제도 상당히 신경 쓰일 것이다.

걱정하기로 하면 걱정되지 않는 것이 없다. 걱정한다고 걱정이 해결된다면 걱정도 없겠다고 하더라만, 먼 길을 나서면 먹고 마시는 것과 특히 술을 조심하고 안전에 특별히 신경 쓰고 관리하여야 한다. 이 또한 뻔한 이야기인데도 내가 잘 지키지 못하는 것이라서 다시 한번 상기시켜 본다.

 

다음에는 또 어디로 출발할까 요즘 아주 편리하게 잘 되어있는 여행, 숙박 앱을 켜서 계획을 잡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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