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시가 올해 여름휴가 만족도에서 전국 1위를 차지했다. 이어 경남 산청군, 강원 평창군, 전남 순천시, 강원 고성군 등 5개 시도가 작년에 이어 올해도 톱5에 올랐다. 반면 과거 상위권을 놓치지 않던 제주도의 2개 시(제주시, 서귀포시)는 2년 연속 하락해 각각 중위·중하위권으로 전락했다.
4일 여행 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발표한 ‘연례 여름휴가 여행 만족도 조사’에서, 올해 비교 대상에 오른 54개 시군(사례수 60 미만 제외) 중 경북 경주시가 745점(1000점 만점)으로 1위에 올랐다. 경남 산청군과 강원 평창군이 나란히 742점으로 공동 2위에 올랐고 이어 전남 순천시(741점, 4위), 강원 고성군(740점, 5위) 순으로 톱5를 형성했다.
전남 신안군과 강원 영월군이 동점(737점)으로 공동 6위가 됐고, 그 다음은 충북 단양군(735점, 8위)이었다. 이어 경북 문경시, 강원 인제군, 전남 진도군 3곳이 732점으로 공동 9위였다.
경주 교촌한옥마을 / 경주시 제공
컨슈머인사이트는 2016년부터 매년 9월 2만5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수행하는 ‘연례 여름휴가 여행 만족도 조사’에서 올해 1박 이상 국내 여름휴가(6월~8월)를 다녀왔다고 응답한 1만7077명에게 주 여행지가 어디였는지, 그 지역에 ‘얼마나 만족했는지(만족도)’와 ‘추천할 의향이 얼마나 있는지(추천의향)’를 묻고 종합만족도를 산출해 기초시군별로 비교했다. 광역시의 기초단체(구)는 제외하고 광역도 산하 기초시군만 대상으로 했다.
조사에서는 만족도, 추천의향과 별도로 각 지역의 ‘여행자원 매력도’와 ‘여행환경 쾌적도’ 10개 세부 항목에 대해 평가토록 해 각 기초시군별 종합만족도 등락 원인을 판단하는 지표로 활용했다. 세부 비교 항목은 ‘여행자원 매력도’ 측면 5개(△먹거리 △볼거리 △쉴거리 △놀거리 △살거리)와 ‘여행환경 쾌적도’ 측면 5개(△물가·상도의 △교통 △편의시설 △청결·위생 △안전·치안)였다.
최상위권의 순위 변동은 크지 않았다. 작년 톱5 시군이 순위만 바뀌었을 뿐 그대로 5위 안에 이름을 올렸으며 톱10도 큰 변화가 없었다. 1위~공동 9위 11곳 중 작년 사례 수 미달로 제외됐던 신안군(6위)이 올해 새로 진입했고, 진도군(48위→공동 9위)과 문경시(33위→공동 9위)의 상승이 돋보였다. 반면 중위·하위권에서는 적잖은 변화가 있었다.
그 밖에 주목할 만한 상승세를 보인 지역으로는 경북 안동시(42위→공동 12위), 경기 양평군(49위→14위)과 가평군(37위→24위)이 있다. 반면 강원 태백시(10위→39위), 경남 남해군(9위→43위)과 밀양시(33위→52위)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경주시는 유서 깊은 국내 최고 여행지답게 만족도 최상위권을 유지해 왔다. 2021년 4위, 2022년 6위에 이어 작년 5위를 찍더니 올해 처음으로 1위가 됐다. 여행자원 매력도에서 최상위권(2위)이었고 그 중에서도 볼거리와 살거리는 1위였다. 여행환경 쾌적도에서는 다소 처진 10위였으나 전년(38위)에 비해서는 급상승해 1위에 오르는 데 크게 기여했다. 안전·치안, 청결·위생 항목의 평가가 크게 높아진 데 힘입었다.
산청군은 올해 만족도 점수가 비교적 큰 폭으로 하락(-27점)하며 경주에 1위를 내줬다. 한 계단 하락해 2위가 됐지만 볼거리, 살거리, 물가·상도의, 교통환경 등 다수 항목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힐링 관광지로서의 강점을 과시했다. 3위 평창군은 쉴거리에서 1위였고 볼거리, 놀거리에서도 강세를 보이며 사계절 관광지로서의 면모를 나타냈다. 4위 순천시는 먹거리와 볼거리에서, 5위 고성군은 쉴거리 만족도에서 탁월했으나 두 곳 모두 여행환경 쾌적도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약했다.
상위 11개 시군(공동 9위까지) 중 강원도 소재 시군이 4곳, 전남이 3곳, 경북이 2곳이었으며, 경남과 충북이 1곳씩이었다. 강원도는 작년 톱10 중 6곳을 차지했던 것만은 못해도 여전히 다수였고, 전남은 작년 1곳에서 3곳으로 늘었다.
국내 대표 여름휴가지인 제주도의 하락은 충격적이다. 제주도의 2개 기초 지자체 중 서귀포시는 올해 중위권(26위)으로 밀려났고, 제주시(37위)는 중-하위권의 경계선에 섰다. ’22년만 해도 각각 2, 3위로 최상위권이었으나 작년 큰 폭 하락(16위, 28위)한 데 이어 올해 또 추락했다. 같은 기간 제주도 여행만족도가 16개 광역시도 중 1위→4위→7위로 추락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제주시와 서귀포시는 여행자원 매력도에서 각각 3위, 4위로 최상위권을 지켰으나 여행환경 쾌적도에서는 50위, 43위로 바닥에 가까웠다. 특히 물가·상도의 항목 순위는 둘 다 50위권 밖으로 처졌다.
컨슈머인사이트는 “천혜의 여행자원에도 불구하고 여행자의 스트레스가 심한데 그 최대 원인은 물가·상도의다”며 “이는 수년간 여러 조사에서 반복적으로 지적된 것임에도 개선은커녕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고 분석했다.
상위권 시도의 지리적 특성을 분류하면 작년에 이어 올해도 해안보다 내륙 지역이 우세했다. 톱11 중 내륙 지역이 6곳(산청·평창·영월·단양·문경·인제), 일부 해안을 포함한 내륙 지역이 2곳(경주·순천), 해안 지역이 3곳(고성·신안·진도)이었다.
여행자가 가장 선호하는 여행 키워드가 ‘바다’임에도 내륙 지역이 우세했음을 고려하면 좋은 자원이 높은 만족도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즉, 여행자원이 아무리 좋아도 찾아온 여행자에게 심한 스트레스를 준 곳은 종합만족도 상위권에 오르지 못했다.
컨슈머인사이트는 “‘물가·상도의’에서의 부정적 평가는 최하위권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식비마저 줄이는 초초긴축 여행에서 먹거리에 대한 실망은 치명적이다”며 “여행자의 기대는 다소 낮추고, 부정적 평가 원인은 최소화하는 노력이 요구된다”고 짚었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는 만족도, 추천의향과 별도로 각 지역의 ‘여행자원 매력도’와 ‘여행환경 쾌적도’ 10개 세부 항목에 대해 평가토록 해 각 기초시군별 종합만족도 등락 원인을 판단하는 지표로 활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