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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랑노래’ 신경림 시인 별세…향년 88세

등록일 2024년05월22일 14시20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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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 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 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서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 소리도 그려 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 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신경림 시 <가난한 사랑노래> 전문

 

 

시집 '농무', '가난한 사랑노래' 등을 쓴 문단의 원로 신경림 시인(89·본명 신응식)이 22일 오전 별세했다. 향년 88세.

암으로 투병하던 신 시인은 이날 오전 경기 일산 국립암센터에서 숨을 거뒀으며,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1935년 충북 충주에서 태어난 신 시인은 동국대 영문과 2학년 재학 중인 1956년 시 ‘낮달’을 발표하며 문단에 이름을 알렸다. 이후 낙향해 한동안 농사를 짓는 등 긴 공백기를 갖다 1965년 상경해 농촌의 정서를 듬뿍 담아낸 대표작 ‘농무’를 1973년 발표했다. 창비시선으로 출간된 ‘농무’는 10만권 넘게 팔린 그의 대표 시집이다.

이어 ‘새재’(1979년), ‘달 넘세’(1985년), ‘남한강’(1987년), ‘가난한 사랑노래’(1988년), ‘길’(1990년), ‘쓰러진 자의 꿈’(1993년), ‘어머니와 할머니의 실루엣’(1998년), ‘목계장터’(1999년), ‘뿔’(2002년), ‘신경림 시전집’(2004년), ‘낙타’(2008년) 등의 시집을 펴냈다.

이중 ‘농무’와 ‘가난한 사랑 노래’, ‘목계장터’ 등이 초중고 교과서에 수록된 바 있다. 농촌에서 삶의 현장에 기반해 농민의 고달픔과 의지를 깊이 있게 담아냈다는 평을 받았다.

신 시인은 농민과 서민 등 기층 민중의 고달픔을 따뜻하고 잔잔한 감정으로 달래는 시들로 오랜 시간 사랑 받아온 한국의 대표 시인으로 추앙받아왔다.

고인은 1974년 제1회 만해문학상, 1981년 제8회 한국문학작가상, 1990년 제2회 이산문학상을 수상했다. 또 1991년 민족문학작가회 회장과 민족예술인총연합회 공동의장을 지냈으며, 2001년 은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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