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의 엄마로 불리는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하이브의 임시주주총회 의결권 행사를 막아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였다. 이 같은 결정에 따라 31일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에서 민 대표를 해임하려 했던 하이브의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30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김상훈 수석부장판사)는 민 대표가 하이브를 상대로 낸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재판부는 "하이브에 해임·사임 사유의 존재를 소명할 책임이 있지만, 현재까지 제출된 주장과 자료만으로는 그 사유가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고 판단된다"며 "민 대표에게 그러한 사유가 존재하는지는 본안에서 충실한 증거조사와 면밀한 심리를 거쳐 판단될 필요가 있다"고 인용 이유를 밝혔다.

또한 "이 사건 주총 개최가 임박해 민 대표가 본안소송으로 권리 구제를 받기 어려운 점, 잔여기간 동안 어도어 이사로서 직무를 수행할 기회를 상실하게 되는 손해는 사후적인 금전 배상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인 점 등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재판부는 "민 대표가 뉴진스를 데리고 하이브의 지배 범위를 이탈하거나, 하이브를 압박해 어도어 지분을 팔게 하는 등의 방법으로 어도어를 독립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 것은 분명하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민 대표가 경영권 탈취를 위한 구체적인 실행단계로 나아갔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봤고, 배신적 행위로 볼 수는 있겠지만 어도어에 대한 배임 행위로 성사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날 법원의 결정에 따라 민 대표는 당분간 어도어 대표 자리를 지킬 수 있게 됐다. 판결직후 민 대표의 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법무법인 세종은 ‘하이브측의 악의적 의도 아래 민 대표를 마녀사냥으로 몰아갈 수 있는 일부 카카오톡 사담만이 등장했을 뿐 하이브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면서 법원 결정을 환영했다.

반면 하이브는 임시주총에서 민 대표를 해임할 계획이었으나 법원의 결정으로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됐다.

앞서 지난 24일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법원에 제출한 탄원서에서 "한 사람(민 대표)의 악의에 의한 행동이 많은 사람이 오랫동안 만들어온 시스템을 훼손하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며 민 대표 해임의지를 강하게 피력한 바 있다.

현재 어도어 지분의 80%를 보유한 최대 주주인 하이브는 임시주총에서 신동훈 부대표와 김예민 이사를 해임할 가능성이 크다. 빈 자리에는 하이브 측 사내이사 후보인 김주영 CHRO(최고인사책임자), 이재상 CSO(최고전략책임자), 이경준 CFO(최고재무책임자)가 선임될 것이 전망된다.

이렇게 되면 어도어 이사회는 '민희진 대 김주영·이재상·이경준'이라는 1대 3 구도로 재편돼 하이브가 유리해져 민 대표는 마냥 웃을수만은 없는 상황이 됐다.

향후 하이브는 새롭게 선임된 사내이사 3명을 통해 조직 안정화를 꾀하고, 뉴진스 및 사내 구성원 다독이기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박지원 하이브 CEO(최고경영자)도 최근 하이브 사내 타운홀 미팅에서 "현 상황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구성원과 아티스트(뉴진스)를 인사, 제도, 심리적으로 보호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며 "하이브·어도어 구성원과 함께 뉴진스의 활동을 더 견고하게 이어 나갈 것임을 명확히 말씀드린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서도 법무법인 세종측은 "민 대표에게 이사 해임의 사유가 없는 이상 민 대표 측 사내이사 두 명에게도 이사 해임의 사유가 없다"며 "하이브가 위 이사들을 해임할 경우 이는 법원의 결정을 존중하지 않고 정당한 이유 없이 해임하는 것"이라며 하이브에 경고했다.

이와 관련해 향후 뉴진스 멤버·부모들과 일부 여론이 민 대표 측에 선 만큼 향후 치열한 여론전을 예고하고 있다.

민 대표 역시 지난달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하이브가 새롭게 데뷔시킨 아일릿은 뉴진스를 베낀 그룹이고, 하이브가 이 과정에서 뉴진스의 활동을 의도적으로 축소시켰다는 주장을 폈다.

또한 당시 민 대표가 방 의장을 비롯한 하이브 경영진들에게 각종 비속어를 사용했고 경영진과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일부 공개하며 격앙된 감정을 가감없이 드러낸 바 있기에, 하이브와의 갈등이 쉽게 봉합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