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청소년들이 중학교 진학하면서 음주를 경험하고 고등학생이 되면서 흡연과 음주 경험 비율이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청소년의 건강한 습관 형성에 영향을 주는 주변 환경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청소년 흡연의 70% 가까이는 박하향, 과일향 등이 첨가된 향기담배 즉 가향 담배로 시작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질병관리청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실시한 '청소년건강패널조사' 1∼5차(초6∼고1) 통계를 30일 공개했다.
청소년건강패널조사는 2019년 전국의 초등학교 6학년 5천51명을 건강패널로 구축한 뒤 이들을 2028년까지 10년간 추적해 흡연, 음주, 식생활 등의 건강행태 변화를 파악하는 조사다. 조사는 패널이 각 항목에 스스로 답변을 써넣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조사 결과 학년이 높아질수록 담배를 경험한 비율, 액상형 전자담배 등 신종 담배를 경험한 비율 모두 증가했다.
한 번이라도 담배를 피워본 적이 있는지를 파악한 결과 초등학교 6학년(2019년) 0.35%, 중학교 1학년(2020년) 0.56%, 중학교 2학년(2021년) 2.01%, 중학교 3학년(2022년) 3.93%, 고등학교 1학년(2023년) 6.83% 등 학년이 높아질수록 경험률이 증가했다.
학년이 높아질수록 신종 담배를 사용하는 경험도 많아져 중학교 3학년에서 고등학교 1학년 진학 시 액상형 및 궐련형 전자담배의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이 시기 액상형 전자담배 경험률은 1.49%에서 2.60%로 높아졌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0.60%에서 1.56%로, 일반담배는 2.32%에서 2.87%로 높아졌다.
질병관리청 제공
흡연 청소년들이 일반담배와 궐련형 및 액상형 전자담배 등을 중복해서 사용하는 경향도 확인됐다.
특히 궐련형 전자담배 흡연 청소년의 중복 사용률은 98.5%에 달했다. 이들의 63.5%는 액상형 전자담배와 일반담배까지 3종을 모두 사용했고, 35.0%는 일반담배까지 2종을 중복해서 사용했다.
청소년들이 가향담배로 흡연을 시작한 경우는 69.5%에 달해 관련 규제 강화가 필요해 보인다고 질병청은 밝혔다.
흡연 시작 시 가향담배 사용 경험을 제품 종류별로 보면 액상형 전자담배 84.8%, 궐련형 전자담배 71.5%, 일반담배 62.9% 순이었다.
또 흡연 청소년 중 액상형 전자담배로 처음 시작한 60.3%는 현재 일반담배를 주로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질병청은 "액상형 전자담배로 흡연을 시작한 학생의 60% 이상에서 일반담배를 사용하는 등 청소년에서 액상형 전자담배가 일반담배의 관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술을 한두 모금이라도 새롭게 마신 경험자의 비율은 중학교 1학년으로 진급할 때 15.8%로 가장 높았다.
술을 처음 마신 이유로는 가족 및 집안 어른의 권유로 48.9%, 맛이나 향이 궁금해서 19.7%, 물 등으로 착각해 실수로 8.2% 순이었다.
식습관이나 신체활동 지표는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악화하는 경향을 보였다.
패널들이 초등학교 6학년에서 고등학교 1학년으로 진급했을 때의 답변을 비교한 결과 주 5일 이상 아침 식사 결식률은 17.9%에서 29.0%로 크게 늘었다.
주 3회 이상 피자, 치킨, 햄버거 등 패스트푸드를 섭취하는 비율도 20.9%에서 31.1%로 높아졌다.
반면 하루에 한 번 이상 과일을 섭취하는 비율은 35.4%에서 17.2%로, 하루에 3회 이상 채소를 섭취하는 비율은 18.0%에서 8.0%로 급감했다.
주 5일 이상 하루에 60분 이상의 신체활동 실천율은 초등학교 6학년 29.8%에서 고등학교 1학년 14.6%로, 주 3일 이상 20분 이상의 고강도 신체활동 실천율도 56.4%에서 34.3%로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