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을 올해(26조5000억원)보다 약 12.1% 증가한 29조7000억원으로 편성했다. 올해 10% 가까이 삭감했던 예산을 지난해 수준(29조3000억원)을 넘어 사상 최대 규모로 확대한 것이다. 소규모·저성과 R&D는 걷어내고, 인공지능(AI)·바이오·양자 등 3대 게임 체인저와 12대 전략기술 등에 집중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내년 초격차 선도 기술 R&D에 7조1000억원을 쓰기로 했다. 올해(5조4000억원)보다 약 31.5%(1조7000억원) 늘어난 규모다. 반도체 첨단 패키징 선도기술(178억원)이 신규 편성되고, 소형 원자로(iSMR) 기술개발 예산이 올해 607억원에서 859억원으로 증가한다.
당초 역대 최대 R&D 예산은 지난해 31조1000억원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최근 기준을 변경해 이 가운데 1조8000억원을 일반 재정사업으로 재분류했다. 이 때문에 최종적으로 지난해 R&D 예산은 29조3000억원으로 줄었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분류 기준 변경이 내년 R&D 예산에 ‘역대 최대’라는 도장을 찍기 위한 준비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이날 발표된 내년 R&D 예산은 지난해 R&D 예산을 살짝 상회(1.3% 증가)하는 수준으로 편성됐다.
초격차 선도기술 예산 중 AI·바이오·양자 등 3대 게임 체인저 예산이 올해 2조8000억원에서 내년 3조5000억원으로 증가한다. AI(9000억원→1조2000억원), 바이오(1조8000억원→2조1000억원), 양자(1000억원→2000억원) 모든 분야 예산을 늘리기로 했다. 대표 사업으로는 국산 AI 컴퓨팅(370억원), 신종 감염병백신 국산화(290억원), 양자 컴퓨팅 원천기술(252억원),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604억원→1118억원) 등이 있다.
젊은 연구자를 지원하는 예산도 올해 5623억원에서 내년 7100억원으로 약 26.3% 늘어난다. 국가 R&D에 참여하는 대학원생에게 연구생활장려금을 주는 한국형 스타이펜드(600억원)가 신설된다.
석사는 월 80만원, 박사는 월 110만원이 주어질 전망이다. 석박사 연구장려금 예산은 244억원에서 552억원으로 2배 확대하고, 올해 120명 규모로 지급된 대통령과학장학금은 내년 1215명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한다.
AI·바이오·반도체 등 'ABC+ 첨단 산업'을 지원하는 예산도 올해 5조원에서 내년 6조2000억원으로 늘어난다. 정부는 국가 재정 450억원을 투입해 1000억원 규모의 AI 혁신펀드를 신설하고, 113억원을 들여 제조 혁신 바이오 파운드리 센터를 설립할 계획이다.
반도체의 경우 예산 2500억원을 신규 투입해 4조3000억원의 설비 투자 자금 대출을 공급한다. 20억원을 들여 반도체 설계 분야 소규모 특성화 대학 2곳을 신설하고, 60억원을 투입해 10개 대학에서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후공정 석·박사 전문 인력을 양성한다. AI 반도체 기업이 공동 활용할 수 있는 대규모 실증 장비를 구축하기 위해 예산 72억원을 편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