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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공감칼럼] 국화꽃을 보면서

칼럼니스트 신종근

등록일 2024년11월06일 13시43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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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 동안 주변에 수많은 꽃들이 피고 지고 하였고 때로는 그러려니 세월은 가는가 했는데, 날씨가 추워지니 이제 올해 마지막으로 보이는 국화꽃이 연말 준비를 하고 있는 듯 눈에 들어온다.

 

꽃밭에 노랗게 작은 꽃잎을 피우는 국화는 생명력이 강하고 번식력이 좋다.

꽃이 크고 화려한 고급 국화는 진딧물, 응애, 총채벌레 등의 병충해에 약하지만 산에서 자라는 들국화와 비슷한 노란 국화는 신경 써 주는 법이 없어도 스스로 알아서 잘 자라고 매년 가을이면 꽃을 피운다.

 

가을이 깊어가면 여름을 누비던 온 갖 식물들도 잎을 떨어뜨리고 황량해지는데 그때쯤 꽃을 피우면서 주변 분위기를 살려주는 국화꽃은 인고의 계절을 이겨낸 상징처럼 아름답다.

 

나는 국화를 좋아해서 시골집에 국화 줄기 나눔이나 삽목을 하여 빈터가 있는 곳마다 심어 두었다.

 

꽃이 피는 철이면 집 둘레가 온 통 노란 꽃잎으로 화려하리라 예상을 했는데 예상도 잠시 어느 날 보니 대부분이 없어져 버렸다. 온 집이 노랗게 변하는 모습을 보기 싫어하는 사람이 집에 있었다. 아내가 한두 군데만 그냥 두고 대부분을 캐내어서 버려 버렸던 것이다.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는 공자의 명언 과유불급이 적용되는 일화였다.

 

 

  연천 국화꽃 축제 / 연천군청
 

 

 

요즘 전국 곳곳 유명 장소에서 국화 축제가 열리고 있다.

국화 축제에 가 보면 그 색깔들의 아름다움과 다양성은 다소 쌀쌀해지는 늦가을 날씨와 함께 이루 말로 표현하기 힘들 완숙함의 정취를 만들어 낸다.

 

국화꽃은 워낙에 종류가 다양하고 아주 오랜 옛날부터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아왔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크고 흰 국화는 상갓집에서 볼 수 있는 것으로 제한되는 추세가 되어서 되려 더 낯설어지는 것 같기도 하다.

국화라고 하면 꽃잎이 그렇게 크지 않은 노란색 국화가 제일 먼저 떠오르며 학교 다닐 때 배웠던 옛날 시조가 생각난다.

 

풍상(風霜) 섞어 친 날에 갓 핀 황국화(黃菊花)를

(바람과 차가운 서리가 섞여 몰아친 날에 방금 핀 노란 국화를)

 

은반(銀盤)에 꺾어 담아 옥당(玉堂)에 보내오니,

(은쟁반에 가득 꺾어 담아 옥당에 보내시니,)

 

도리(桃李)야 꽃인 양 마라 임의 뜻을 알괘라.

(복사꽃은 꽃인 척도 마라, 이 꽃을 주시는 님의 마음을 아노라.)

 

조선 명종(明宗)께서 어느 날 어원(御苑)의 국화를 꺾어 옥당관 관원들께 내리시며, 노래를 지어 바치라고 하자 송순(宋純)이 참찬 벼슬로 당직으로 의정부에 나와 있다가 이를 지어 올리니, 명종께서 기뻐하시는 한편 너무 잘 지은 가사에 송순에게 많은 상을 내리셨다는 일화가 <지봉유설>에 전한다.

 

국화는 사군자(四君子) 가운데 하나로서 차가운 겨울 서릿발같은 추위를 이겨가며 피는 매화와 더불어 지조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꽃이다.

 

매화가 새해를 알리는 시작의 꽃이라면 국화는 봄 여름 가을을 겪어 내고 겨울 초입에 들어서 피는 한 해의 마지막 꽃이다.

 

국화과는 약 1,500속 23,000여 종으로 구성되며, 전 세계적으로 분포하며, 특히 아열대 및 중저위도 지역에서 종 다양성이 높다. 주요 속으로는 금방망이속, 베르노니아속(Vernonia), 금잔화속, 기생초속, 참취속, 해바라기속 등이 있다.

 

한국에는 약 95속 292여 종이 알려져 있으며, 주요 속으로는 쑥부쟁이속, 긴갯고들빼기속, 민들레속, 선씀바귀속, 취나물속 등이 있다. 단양쑥부쟁이, 한라솜다리는 멸종 위기 야생생물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다.

 

전문적으로 온실에서 재배되고 있는 꽃잎이 크고 화려한 국화도 종류가 꽤 많지만, 온 산들과 들판에 피어 있으면 모두가 비슷하고 들국화라고 부른다.

고전적이고 전형적으로 크고 아름다운 국화보다는 들국화가 더 편하게 접하는 꽃이다.

 

가을 산에 흔하게 피어 있는 들국화인 쑥부쟁이와 구절초 꽃을 자주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은 구별하기가 아주 어렵다.

보라색 계통의 꽃은 대부분이 쑥부쟁이이며, 구절초는 쑥과 비슷하게 잎이 갈라진 모양을 하며 꽃은 흰색이나 연분홍이며 보라색이 없다.

 

 

 

  구절초 
 

 

안도현 시인은 쑥부쟁이와 구절초도 구분 못하는 놈이 있단 말이야라고 했지만 쑥부쟁이가 뭔지도 처음 들어 보는 사람들이 많다.

 

시골집 주변 밭 언저리와 꽃 밭에도 구절초 꽃들도 피고 지고 가장 늦게 피는 청화쑥부쟁이가 요즘 들어서 이곳저곳에서 만개하고 있다. 쑥부쟁이는 쑥을 캐러 다니는 불쟁이의 딸이라는 전설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쑥부쟁이는 산에서 흔히 보이는 개쑥부쟁이나 까실쑥부쟁이도 있고 울릉도 부지깽이나물인 섬쑥부쟁이 등 비슷하면서도 꽃 색깔이 조금씩 다른 다양한 쑥부쟁이들이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10월이면 구절초 축제를 하는 곳이 많다. 특히 전북 정읍의 구절초 축제에는 7만여 명 이상이 몰렸다고 한다. 그런데 쑥부쟁이 축제를 한다고 하는 곳은 잘 보이지 않는데 쑥부쟁이가 구절초 보다 꽃의 품위가 조금 떨어져 보인다. 반대로 쑥부쟁이 중에서도 희귀종인 단양쑥부쟁이는 몇 년 전까지도 충북 단양에서 축제가 열렸었다.

 

마찬가지로 국화과인 코스모스와 메리골드도 피어나서 가을바람을 맞이하고 있다.

아울러 해변에 햇볕이 잘 드는  암벽이나 경사진 곳에서 자라는 해국과, 개국화라고도 하는 산국도 그 꽃을 피우고 있다. 산국은 꽃의 향기가 매우 진하여 국화주를 담기도 하는데 개량된 국화의 조상격이며 봄나물로도 쓰고 꽃은 한방약으로 효과가 있다.

 

국화주를 마시면 장수를 누리고 두통, 진정, 해열 등에 좋다고 옛날부터 즐겨 마셨다고 하는데, 국화를 담아서 야생 국화주라고 상품화되어서 팔리는 술들이 있다. 그런데 실제 국화주를 집에서 담아보면 생각보다도 농도 조절하기가 쉽지 않고 꽤 독한 맛이 난다.

 

국화는 화투놀이에서도 화투장의 한몫을 한다. 화투에서 국화는 9월이며 술을 뜻하고, 화투 칠 때 쌍피와 청단을 준비하는 효과를 톡톡히 내는 인기 패다. 숫자로서는 9로 셈한다. 내가 어릴 때 기억으로 그 당시 어른들은 심심할 때 혼자서도 화투놀이를 하였는데 주로 갑오떼기(다른 이름으로 재수떼기, 9띠기, 패띠기라고도 하였음)였다. 화투 3장의 합이 9 혹은 19, 29가 되면 패가 떨어지는 것으로 하여 판에 놓인 전체 화투장이 정리되면 남은 한 장으로 재수를 보는 게임이다.

 

주변에 국화꽃들이 많이 보이면 한두 달 내에 연말을 보내게 되고 한 해를 보내는 마무리 준비에 접어든다.

대부분의 업체들이 올해 사업 실적에 대한 평가가 완료되는 시점이 되어가고 올 한 해도 막바지에 와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올해에 목표했던 계획 대비하여 실적에 대한 반성과 내년을 기약하며 내실을 다지는 시기다.

 

국화빵처럼 올해 연말은 달짝지근 따뜻한 마음이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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