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을 통한 딥페이크(인공기능 기반 이미지 합성) 성착취물 유포 확산 사건 이후 국내 텔레그램 일일 활성 이용자수(DAU)가 올해 첫 150만명대를 돌파했다.
딥페이크 성착취물 유포 및 확산 등 디지털성범죄의 온상지로 악용되고 있다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국내 텔레그램 이용자 수가 전달보다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월 이용자 수(MAU), 설치 건수 모두 올해 기준 최고치를 경신했다. 텔레그램이 무엇인지 몰랐던 소비자도 궁금증에 텔레그램을 이용하게 되는 등 텔레그램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게 앱 이용 증가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3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텔레그램 모바일 앱 월 사용자 수(MAU)는 347만1421명으로 집계됐다. 전달(316만291명) 대비 9.8% 늘었다.
일일 이용자 수(DAU)도 늘어나는 추세다. 텔레그램을 통한 딥페이크 음란물 유포 사건이 지난달 19일 이후 공론화됐는데 같은 달 26일 DAU 150만1087명을 기록하며 올해 첫 150만명대를 돌파했다. 지난달 일평균 DAU도 126만4000여명으로 전달 대비 4.9% 늘었다. 올해 기준 가장 높은 증가치다.
앱 신규 설치 건수도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달 34만3492건을 기록했다. 올해 기준 최고치로 전달 대비 39.4% 늘었다.
또 다른 앱 분석 기관인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서도 텔레그램 앱 신규 설치 건수가 늘어난 모습을 보였다. 이 기관이 집계한 지난달 텔레그램 앱 신규 설치 건수는 45만1632건이다. 올해 기준 최대치로 전달 대비 43% 증가했다.
그동안 텔레그램을 쓰지 않았거나 자주 이용하지 않던 소비자까지 텔레그램으로 이동하는 모양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딥페이크 성범죄 확산 사건이 오히려 텔레그램 특징인 익명성, 비밀 보장을 부각하면서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한 번 경험해 보려는 경향이 생긴 것 같다고 보고 있다.
국내 메신저 시장에서는 비밀 대화 기능이 부각될 때마다 텔레그램이 주목받아 왔다. 지난 2014년 박근혜 정부 당시 수사당국이 국산 메신저 업체에 감청영장을 청구해 대화 기록을 조회하는, 이른바 민간인 사찰 논란이 벌어지면서 텔레그램이 국내 시장에 정착하는 계기가 됐다. 텔레그램은 해외 기업이라 사법기관 요청에도 자유롭다는 인식 때문이다.
실제로 텔레그램은 국내외 가리지 않고 수사에 비협조적인 것으로 유명하다. 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최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텔레그램의 수사 비협조로 텔레그램 내에서 벌어지는 범죄를 수사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인정했다.
성범죄물 유통뿐만 아니라 마약 거래, 사기 등에 대한 소통 창구로 텔레그램이 주로 쓰이고 있다. 이에 프랑스 수사당국이 최근 파벨 두로프 텔레그램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를 마약 거래, 자금세탁 공모, 아동 음란물 유통 조장 등 12가지 혐의로 체포해 조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