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를 거머쥐면서 킹달러 시대가 도래를 예고하며 금융시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선을 돌파했고, 채권금리도 상승세를 보였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오후 8시 20분 현재 1,400.5원을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은 것은 지난 4월 16일 장중 1,400.0원을 찍은 이후 처음이다.
이날 환율은 4.6원 내린 1,374.0원으로 출발했으나 곧바로 방향을 바꿔서 상승했다.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는 전장보다 17.6원 오른 1,396.2원을 기록했으나, 이후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승리가 확정되면서 야간 거래에서 1,400원을 넘어섰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날 105.05에 장을 마감하며 전 거래일 대비 1.67% 상승했다. 엔화도 달러 대비 약세를 나타냈다. 엔·달러 환율은 간밤에 이어 이날도 154엔대로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달러 강세에 의한 환율 상승은 트럼프 당선인의 재집권에 따른 ‘트럼프 트레이드’ 현상의 일환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관세 인상 및 감세, 확장 재정정책 추진을 예고한 만큼, 달러 강세 기조가 강화될 것이란 기대가 반영된 것이다. 강달러에 의한 환율 급등은 전 세계가 같이 받는 고통이지만, 환율 민감도가 큰 우리나라에 닥친 파고는 특히 더 거세다. 경제의 기초가 흔들리는 가운데 지정학적 위기도 대두하고 있다. 이에 1400원대 환율이 당분간 지속되리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트럼프 트레이드의 논리 구조는 기본적으로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인상 공약에서 시작한다. 관세가 확대되면 미국 내 상품 가격이 올라 인플레이션이 촉발되고, 결과적으로 금리 인하 속도가 조정될 것이란 가정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정 지출을 줄이지 않고 오히려 미국 국채 공급을 늘릴 수 있다는 점도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운다.
국제 정세도 강달러 가능성을 키운다. 우크라이나, 중동에서 고조되는 지정학적 리스크는 안전자산인 달러에 대한 선호를 부채질하고 있다. 이에 당분간 환율은 하향 안정을 바라기 어렵게 됐다. 대선 관련 불확실성이 사라지면서 일부 되돌림이 있을 수는 있으나, ‘트럼프 효과’는 계속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보다 환율 상승의 고통을 더 크게 받을 수 있단 점이다. 경제 펀더멘털이 흔들리면서 원화의 매력이 감소할 개연성이 커졌다. 이미 경제성장률은 2분기 역성장(-0.2%)을 기록한 데 이어 3분기엔 0.1%에 그쳤다. 대규모 관세와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재집권으로 글로벌 무역이 위축되면 이러한 현상은 더 악화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