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닫기
뉴스등록
맨위로

[수요공감칼럼] 납작 복숭아만큼 맛있는 복숭아 이야기

칼럼니스트 신종근(Shin Jong Keun / 申鍾根)

등록일 2024년08월14일 13시53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기사글축소 기사글확대 카카오톡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신유빈이 먹던 납작 복숭아가 뭐길래라고 각 신문마다 스포츠면 헤드 메시지가 나왔다.

2024 파리올림픽 탁구 혼합복식에서 신유빈이 탁구 혼합복식 동메달 결승전 직전에 맛있게 먹던 과일인 납작 복숭아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납작 복숭아는 일반적인 복숭아와 같은 빛깔을 띠지만, 모양에서 차이가 있다. 바로, 이름처럼 납작하다는 것. 납작한 모양 때문에 UFO 복숭아, 도넛 복숭아, 토성 복숭아 등 다양한 별명이 붙여졌다.

 

 

  뉴스 화면 캡쳐
 

 

납작 복숭아는 중국이 원산지인데 유럽으로 건너가서 인기가 높다.

유럽과 미국에서도 활발히 생산, 유통되며 여름철에 유럽 어느 나라에서도 지역을 가리지 않고 흔히 볼 수 있다.

아울러 동남아시아 유명 관광지, 인도네시아 발리나 싱가포르 등에서도 두리안 망고와 함께 많이 판매되고 있다.

맛은 일반 복숭아와 비슷하나 당도가 더 높고 과즙이 많아서 복숭아의 풍미가 진하게 느껴진다.

납작 복숭아는 달아서 특히 병충해에 약하고 우리나라 여름의 고온 다습한 환경에 잘 자라지 못하여 재배가 쉽지 않다고 하지만 요즘에는 국내에서도 재배되어 나오고 있는데 가격은 다소 비싼 편이다.

 

납작 복숭아는 그 모양에 따라 붙혀진 이름이며 일반적으로 복숭아의 종류는 껍질에 나는 털의 유무에 따라 크게 털복숭아와 천도복숭아로 구분한다.

털복숭아는 다시 과육 색에 따라 보통 백도와 황도로 나뉘는데 블러드 복숭아라고 해서 살이 아주 진한 붉은색에 향기가 매우 진한 종도 있다.

겉면이 매끈하고 속은 단단한 천도복숭아는 맛이 가장 시고 껍질에 털이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보통 과육이 부드럽고 즙이 많고 상대적으로 단 백도가 생과일로 많이 소비되고, 단단하고 즙이 적고 담백한 편인 황도가 통조림으로 소비되는 경향이 강하다.

 

여러 복숭아 품종들 중에서 고대로부터 유명한 것이 천도복숭아다.

천도복숭아는 일반적인 털복숭아와 달리 표면이 매끈매끈한 것이 꼭 자두 같다. 맛이 자두와 비슷하다는 사람도 있으며 모양이 단단한 것과 물렁물렁한 것이 있는데, 단단한 쪽이 신맛이 더 강하다. 물렁한 쪽은 단맛이 많긴 하지만, 겉에 털이 있는 복숭아보단 단단하고 시다.

복숭아를 잘 모르고 샀다가 털 있는 복숭아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달고 시원한 맛이 아니라 자두 비슷한 맛이 나서 당황하기도 한다.

 

천도복숭아는 이름 때문인지 하늘에서 자라는 복숭아라는 전설도 있는데, 중국 신화 속의 여인 서왕모의 천도복숭아를 그 유명한 동방삭이 훔쳐 먹고 3천 갑자나 살게 되었다는 전설이 유명하다. 항아는 서왕모에게 받은 복숭아를 혼자 먹고 신선이 되어 달에서 살았다고 한다. 중국 신화의 여신 항아에 대한 이야기는 다양하게 많이 있으며, 올해 6월에 인류 최초로 달 뒷면 샘플 채취를 위해 발사하여 달 뒷면 착륙에 성공한 중국의 무인 달 탐사선도 이름을 창어(중국 신화에 나오는 달의 여신 항아의 중국어)로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중국 전승에 따르면 천도복숭아를 먹으면 엄청나게 긴 수명을 얻는다고 불로불사를 상징했다.

 

김삿갓이 지은 시에도 천도복숭아가 나온다. 강원도 영월군 김삿갓면의 김삿갓의 묘소 아래는 난고김삿갓문학관과 소공원으로 꾸며져 있으며 김삿갓의 두상 조각이 있고 손에는 천도복숭아를 들고 있다.

두상 앞에 적혀 있는 시 제목은 '환갑'이며 김삿갓 특유의 재치로 노인과 자식을 욕하는 듯하다가 극존칭으로 우대하고 있다.

 

彼坐老人不似人 (피좌노인불사인) 저기 앉은 저 노인은 사람 같지 않고

膝下七子諸盜賊 (슬하칠자제도적) 그 일곱 아들은 모두 도둑놈이로구나.

何日何時降神仙 (하일하시강신선) 어느 날 어느 시에 하늘에서 내려온 신선인고.

竊取天桃奉養親 (절취천도봉양친) 자식들이 천도복숭아를 훔쳐다가 봉양하였구나.

 

중국 소설 서유기에 등장하는 손오공은 저승사자를 여의봉으로 두들겨 패고 용궁의 종유석을 뽑아서 달아난 천하의 골칫거리로, 손오공은 익는 데 9천 년이나 걸리는 복숭아를 몽땅 훔쳐먹고 도망치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한편, 무릉도원은 분홍빛 복숭아꽃이 만발한 낙원을 뜻하는 것으로, 중국에서 인기 있는 소설인 삼국지의 주인공들이 의형제를 맺던 장소도 복숭아 밭이었다.

 

개복숭아라는 것도 있는데 복숭아가 품종개량되기 이전에 야생에서 자라던 품종으로 돌복숭아라고도 불리며 매실과 비슷하게 생겼다. 이따금씩 산에서 자라는 걸 볼 수 있다. 과일 크기가 작아서 그냥 먹는 용도로는 부적합하지만 천식, 기침, 기관지염 등을 완화하는데 효과적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약용으로 재배되고 있다. 향이 강하기 때문에 주로 매실처럼 청을 담아서 먹거나 술을 담가 마신다.

요즘에도 접두사 개가 들어간 용어들이 많이 있으며 예를 들면 개맛있다, 개멋있어 등 기존 것을 강조하는 뜻으로 사용하였는데 예전에는 기존에 조금 못 미친다는 뜻으로 개가 접두어로 붙어서 개살구 개나리 개복숭아 등으로 불리었다.

개복숭아는 씨앗을 따로 수거해 복숭아 나뭇가지와 함께 액막이 용품으로 불교나 무당 관련 용품 판매 사이트에서 판매된다.

 

한국에서 복숭아는 귀신을 쫓는 과일로 여겨서 집안에는 복숭아나무를 심지 않고, 또한 복숭아를 제사상에 올리면 조상신이 도망간다고 하여 올리지 않는다.

그 이유는 우리 조상들은 복숭아나무가 나쁜 기운을 몰아내고 귀신을 내쫓는다고 믿었는데, 조상신까지 쫓아낼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제사상에는 올리지 않으며, 복숭아나무를 집안에 심어놓으면 마찬가지로 조상신이 집안으로 올 수가 없어서 집안에서는 심지 않는 풍습이 있다.

 

노계 박인로의 「조홍시가」에 '반중 조홍감이 고와도 보이나다 / 유자 아니라도 품음 직도 하다마는 / 품어가 반길 이 없을세 글로 설워하나이다.'라고 홍시를 보고 부모님 그리는 시를 지었고 대추 밤 배 감은 제사상의 필수품으로 전해왔는데 복숭아는 그렇게 맛있어 보여도 돌아가신 부모님 제사상에는 올릴 수 없었다.

 

 


 

 

흥부전에는 제사상에 놓인 복숭아 이야기가 나온다. 놀부 각시가 제사상에 숯불을 피워 놓고 복숭아를 괴어 놓는 것이다. 숯불과 복숭아는 혼백이나 귀신이 말만 들어도 도망가는 물건인데 혼백을 부르는 제사상에 혼백을 쫓는 복숭아를 올려놓았으니 조상에 대한 불효는 말할 것도 없고 집안을 망친다고 표현하고 있다.

이와 같이 복숭아를 제례용에 사용하지 않는 것은 오랜 기원을 가지고 있다.

 

복숭아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일 경우에 복숭아는 위험한 과일이다.

상대적으로 알레르기 반응이 약한 사람은 털이 없는 천도복숭아나 복숭아 통조림 정도는 먹을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심한 경우에는 복숭아 성분 과즙이 피부에 닿기만 해도 피부가 부어 오르거나 두드러기가 나고 식용했다가 진짜 심하면 알레르기성 천식 발작을 일으켜 호흡곤란에 빠지기도 한다.

무릉도원이라도 이런 사람들에겐 절대 낙원이 아니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영화 기생충을 봐도, 가정부 국문광이 이 알레르기를 가지고 있는 것을 이용한 주인공 김기택 일가에게 된통 당했다.

 

복숭아꽃과 비슷한 시기에 피는 봄꽃인 살구꽃 벚꽃 앵두꽃 자두꽃 배꽃 사과꽃 등은 꽃 모양도 유사한 것들이 많은데 유달리 복숭아꽃(일명 복사꽃)을 가사로 쓰는 노래들이 많다.

가수 남진의 목화 따는 아가씨 노래에 '찔레꽃 필 때 복사꽃 피는 포구 십리 포구로 달마중 가던 순이야'라고 나오며, 최무룡이 부른 외나무다리에서는 '복사꽃 능금꽃이 피는 내 고향 만나면 즐거웁던 외나무다리'를 애절하게 부른다.

 

고향의 봄 노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동요라 할 정도로 널리 불리며 이원수 작사, 홍난파 작곡 동요 작품으로 월간 아동 문학지 어린이에 수록되었던 것이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 /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 울긋불긋 꽃대궐 차리인 동네 /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복숭아꽃, 살구꽃은 전통적으로 한국의 대표적인 봄꽃이다.

 

납작 복숭아 이야기를 하다가 보니 납작하게 생긴 과일로서 유명한 것은 경북 청도에서 재배된 씨가 없고 동글납작한 납작 감인 반시도 있다.

납작한 것으로는 납작 만두도 빼놓을 수 없는데 만두소가 거의 없이 만두피를 튀긴 것으로 대구의 대표 먹거리라고 유명세를 치렀다.

 

복숭아 이야기하다가 잠시 엉뚱한 이야기를 했는데 복숭아를 살짝 헷갈리게 이름이 비슷한 봉숭아가 있다.

봉숭아는 봉선화의 다른 이름이다.

복숭아밭에 봉숭아가 피었더라.

복숭아 이야기하다가 이름 비슷하다고 또 엉뚱하게 봉숭아 생각하고 박은옥 작 정태춘 노래인 봉숭아가 떠오른다.

복숭아도 봉숭아도 옛이야기들이 많고 좋은 노래들이 많다.

 

도시에서 직장 생활하다가 귀농한 친구가 복숭아나무를 재배하고 있는데 매년 여름이면 복숭아 한 박스를 보내온다.

복숭아를 보낼 때마다 보관은 어떻게 하고 어떻게 먹는 것이 좋은지 설명도 한다. 매번 그 고마움이 쌓이고, 복숭아와 마찬가지 상큼하고 달콤한 매력을 가진 아이유의 감미로운 목소리로 부른 복숭아 노랫소리가 들리며 무릉도원으로 빠져든다.

올려 1 내려 0
유료기사 결제하기 무통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관련뉴스 - 관련뉴스가 없습니다.